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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치의 문제점 중 단연코 최고는 지역주의일 것이다. 이번 재보선 역시도 지역주의의 큰 틀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졌다. '지역주의가 문제다' 라는 인식은 굉장히 보편화된 인식임에도 변하지 않는 이 지역주의 불패의 신화를 톺아본다.



경상도와 전라도의 문제인가



최근 본 가장 황당한 댓글 중 하나는 경남 농민들의 야적시위 기사 아래 붙은 댓글들이었다. 댓글의 내용을 압축하자면 이거였다.



"한나라와 이명박에게 몰표를 던지는 경상도는 자업자득이다. 당신들은 항의 할 자격이 없다."



실제로 이번 총선에서 사천시를 제외한 다수의 경남 시골지역은 한나라에 몰표를 던졌다. 그러나 그 사실 하나만을 가지고 자업자득이라는 비아냥을 들어야 할까? 아주 간단하게 네티즌들의 행태를 비판하자면 농민들의 야적시위는 계급성에 기반한 시위인데 엉뚱한 지역성으로 시비를 건다라고 이야기 할 수 있지만 이것을 차치하고서라도 비경상도인을 자처하는 그들 역시 그들의 자의식과는 달리 지역주의자라는 사실이다.



아마 언론이 가진 폐혜 중 하나라 보여지는데 기본적으로 우리는 지역주의 문제라고 하면 자연스럽게 경상도와 전라도의 정치적 갈등 문제로 이해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가장 심각한 지역주의 문제를 겪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서울이다. 언론이 경상도와 전라도의 지역주의만을 늘 비춘 탓에 서울은 지역주의가 아닐 줄 안다.



'지역주의'에 대한 대중의 인식 중 한가지 수정해야 될 사실이 있는데 특정 지역에서 특정 정당만 지속적으로 배출하는 것이 '지역주의'라고 생각하는 버릇이다. 현상에 적용하면 전라도와 경상도의 지역주의만 진정한 지역주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언론이 조장해 놓은 이런 대중적 착각과 달리 지역주의는 정치적 대표자를 뽑는데 있어 기준을 '지역', 정확히는 '지역의 이익'에 두는 일체의 의식이다. 대의제를 시행하는 다른 외국의 경우 정치대리인을 뽑는데 있어 척도는 자기 자신이다. 욕망을 정치적으로 표현하더라도 '누가 나에게 더 이로운가?'이지 '누가 더 우리 지역에 이로운가?'는 아니다.



계급이 기준이 아닌 지역을 기준으로 하는 투표는 모두 '지역주의'다. 일례로 뉴타운이라는 지역의 이익에 눈멀어 한나라에 올인한 서울은 '지역주의가'가 아니고 뭐란 말인가? 지역의 이기에 맞추어 민주당과 한나라를 번갈아 뽑는다고 '지역주의'가 아니고 할 수 없는 것이다. 오히려 지역주의의 암적 존재로 여겨지는 경상도, 그 중에서 경남은 2명의 진보정당을 배출했고 그 중 한 명이 지금 네티즌들로 욕먹고 있는 '경남 농민' 출신의 강기갑의원이다. 가장 지역주의가 강하다고 지적받는 경상도에서 유일하게 계급투표가 이루어졌다.(물론 반론의 여지가 없지 않다. 그러나 결과를 두고 봤을때 계급투표가 일정한 성취를 거둔것은 사천지역이 유일하다.) 그리고 가장 지역주의와 무관하다고 여겨지는 서울에서 뉴타운과 지역개발론에 밀린 한나라당 올인이 있었다. 경상도민이 자기지역의 이익을 위해 한나라를 찍은 것은 지역주의로 욕을 먹여야 할 일이라면 서울시민이 자기지역의 이익을 위해 한나라를 찍은 것은 뭐로 욕을 먹어야 할 일인가? 경남 농민들에게 자격 운운하던 네티즌에게 동일한 대답을 돌려주자면 이렇다.



"당신들은 한나라에 올인해 놓고 무슨 자격으로 촛불시위를 했나?"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바뀌어야 하는 것은 전라도와 경상도의 정치적 갈등구조가 아니라 계급투표의 실현이다.



지역의 이익과 당신의 이익



한국은 불우하게도 해방 후 이념적 갈등 속에서 진보세력은 정치계에서 완전히 숙청을 당했고 독재를 거쳐 민주화 이후에도 이들이 제도권에 등장하기까지 꽤 오랜 시일이 걸렸다. 때문에 애초에 보수와 진보의 양당체제가 등장하지 못했고 보수 양당구도로 이어져왔다. 이런 탓으로 두 보수 양당은 선거철 정책적 차이를 드러내지 못하는 처지였고 그것은 지금도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경제적 정책에서 아무런 차이가 보이지 않는 것으로 이어진다. 어찌 되었든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상대와 차별화를 해야하는 법, 그 과정에서 동원되었던 것이 지역주의였다.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 하자면 지역주의는 경상도 출신이 정권을 잡아야 경상도가 발전한다는 식으로 대중을 파고 들었다. 전라도의 경우와 경상도의 경우를 팽창적 지역주의와 방어적 지역주의로 나눠서 이해를 했던 사람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지만 본질적인 것은 지역발전과 개인의 상관관계라는 틀이었다. 오늘날 '국익'이라는 단어가 국민 전체의 이익인냥 이해되는 것처럼 권력의 이러한 상징조작 중 하나가 '지역의 이익' = '지역민 전체의 이익'이라는 착각이었다.



경상도 출신을 뽑아야, 경상도 정권을 만들어야, 경상도가 발전한다는 식의 거시적 지역주의는 전라도와 경상도의 오랜 경제적 몰락 과정 속에서 점점 힘을 잃어가고 있다. 속단 할 수는 없지만 전라도와 경상도는 어느 정도 계급성에 눈을 뜨고 있다. 이미 경남은 2명의 진보정당을 배출했고 전라도 역시도 이번 시의원 재보궐에서 민주당 후보가 아닌 민노당 후보를 배출했다. 아마 유심히 본 사람이 몇 되지 않으리라 보지만 저번 총선에서 민노당이나 진보신당 후보의 득표율이 2위를 차지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았다. 아직 미약하지만 분명 긍정적 변화였다. 진보세력이 대안으로 읽혔다는 함의가 있기 때문이다.



비록 거시적 지역주의이나 경상도와 전라도의 정치적 대결구도는 점차 퇴보되는 양상을 보이는 반면 그와 반대로 미시적 지역주의는 오히려 더 강고해 진다는 느낌이 든다. 쉽게 표현하자면 도단위의 거대 지역주의가 아닌 우리시, 우리군, 우리구, 따위의 작은 단위에서는 여전히 지역주의가 강고하게 버티고 서 있다. 작은 단위의 지역주의는 영호남 보다는 서울에서 더 실질적인 영향력을 발휘한다.



뉴타운 공략을 한번 다시 생각해보자. 내가 시골에 사는 탓에 실제 뉴타운 공략이 어떤 식으로 이뤄졌는지 알지 못한다. 그러나 추측하건데 대다수 이런 구조를 공유 했을 것이라 본다.



'뉴타운이 들어서면 내 집값이 오른다.- 불로소득 증가'

'힘있는 여당이 뉴타운 공략을 성공시킬 가능성이 크다.'



결론 '한나라당이 당선되어야 내 집값이(불로소득) 오른다.'



물론 '내가 당신의 집값을 올려주겠습니다'라고 이야기한 여당 정치인은 없었을 것이다. 그들은 하나가 같이 이렇게 말했을게 틀림없다. '내가 이 지역을 발전시키겠다. 그러니 힘있는 후보를 밀어달라'



욕망에 대한 거시적 자극이 미시적 자극으로 바뀌었고 여기에 취약한 지역은 단연코 서울이다. 적어도 시골에서는 누가 이 시골을 발전시키겠다고 떠들어도 아무도 그 말을 믿어주지 않는다. 이미 여러번의 거짓말을 겪었기 때문이다. 서울이 이런 거짓말에 익숙해 지려면 또 얼마나 걸릴까?



당연하게도 서민이 다수인 한국에서 지역이 발전한다고 서민의 삶이 나아진다는 보장은 없다. 과거 경상도와 전라도가 그러했던것 처럼. 확실한 것은 영호남의 거시적 지역주의보다 서울의 미시적 지역주의가 미래에 더 핵심적 지역주의 형태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것과 이것은 앞으로 한국의 계급투표 실현을 어렵게 할 것이라는 것이다. 앞으로도 지역이니 국익이니 하는 상징조작을 위한 권력의 노력은 계속 될 것이고 우리가 이 조작에 빠져들 가능성은 매우 높다.



내기 보기엔 적어도 서울 시민은 영호남의 지역주의를 비웃을 처지에 놓여있지않다. 분명히 알아야 한다. 이제 서울이 지역주의의 본고장이다.



원시인에게 쥐어진 총자루



간혹 투표권은 원식인에게 쥐어진 총자루로 이야기 된다. 총쏘는 법을 모르는 원시인은 상대를 향해 총을 던진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투표권이라는 총을 다룰 줄 모르는 민주화 되지 못한 -일종의 문화지체를 겪는- 국민은 투표권이라는 무기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모른다. 시골은 단순한 구석이 있어 총을 던지는 물건으로 인식하고 나면 누가 그것을 탄약을 장약하여 발포하는 도구라고 가르쳐 주기까지 던지는 버릇을 고수한다. 내가 사는 경상도의 시골 노인들이 정말로 한나라당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투표를 한다고 보지않는다. 그들은 과거에 한번 가졌던 정치적 관성을 그대로 유지할 뿐이다. 최근의 일이지만 농사짓다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시는 어르신들 중에는 이제 민노당 찍을거라는 이야기를 심심찮게 하신다.



당하고도 정신못차리냐고 비웃고 농민들을 향해 더 당하라고 저주를 퍼부우면서 자신은 대단한 사실이라도 아는 듯 우쭐해 마지 않으며 총자루 대신 총알을 던지는 네티즌들의 모습이 아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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