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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소리

2008.10.25 15:44

지율스님과 네티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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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지율스님과 관련된 기사가 다시 떠서 보게되었다. 이미 정부의 승리로 끝이난 천성산 사건에 대해 나홀로 투쟁을 하고 계시는 스님의 모습은 안타까웠다. 그러나 주목 할 만한 것은 기사에 대한 내용보다 지율스님 자체에 대한 거의 획일적인 비난이었다.


네티즌의 맹구스러움



진중권씨가 더러 황당한 논리를 펴는 상대를 조롱 할 때 쓰는 표현이 '맹구스럽다' 이다. 그런데 지율스님을 비판하는 네티즌들의 비난을 보면 그 표현을 빌리고 싶어진다. 네티즌이 일관되게 비판하는 내용 중 가장 중요한 요지는 "정말로 환경문제에 대한 진정성을 가지고 있다면 왜 절을 짓거나 이와 관련된 공사로 산을 해치는 것은 문제삼지 않느냐?" 하는 것이다. 물론 네티즌의 이런 주장은 완전한 환경론자의 입장이 아닌 개발론자의 입장에서 개발의 불가피성을 이야기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이는 몇가지 논리적 오류에 빠져 있다. 첫째는 지율스님을 한국 불교 자체로 이해하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이다. 어떤 스님이 환경문제를 제기했다고 해서 모든 스님이 환경론자인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어떤 국민이 인권문제를 제기했다고 해서 국가의 모든 구성원이 인권론자는 아닌 것과 같은 것이다.

만약 지율스님이 불교계의 환경파괴 행위를 옹호한 발언이 있다면 모를까 불교계의 환경파괴행위를 지율스님이 덤터기 써야 할 이유가 없다. 여기서 추가되는 오류가 바로 "역공격의 오류이다." 지율스님을 불교계로 일반화 해둔 상태에서 역공격의 오류가 이뤄지는 것이다.



이것은 무슨 예와 같은 것이냐면 "거짓말 해서는 안된다." 는 주장을 하기위해서는 한번도 거짓말을 한 적이 없어야 한다는 것과 동일한 것이다. 남을 지적하는 문제점이 자신에게도 해당된다고 해서 문제 제기 자체가 문제되는 것은 아니다. 불교계의 환경파괴 문제는 그것대로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하며 천성산 문제는 천성산 문제대로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하는 것이다. 지금 네티즌들의 잣대라면 모든 환경론자들은 매연을 배출하는 자동차를 탄 적이 없어야 하고 이명박의 불법행위를 비판하기 위해서는 살아가면서 한번도 불법을 저지르지 않았어야 한다. 이것이 네티즌들의 지율 스님에 대한 비판방식이다. 이들의 맹구스러움을 거꾸로 돌려주자면 이렇다.



"유인촌이 막말했다고 비난하는 네티즌들은 악플다는 네티즌들의 문제부터 해결하고 유인촌을 비난해라."  



만약 내가 유인촌 장관의 막말 관련 기사 아래 이런 댓글을 적었다면 분명 네티즌들은 내가 위에서 제기한 논리적 오류를 지적하려 들 것이다. 그런데 그들은 왜 이렇게 쉽게 논리적 오류에 빠지는 것일까?



이상한 동거



인터넷은 크게 일명 '노빠적 세력'과 '박빠적 세력'으로 나뉜다. 아주 쉽게 이해하자면 촛불을 '위대한 사건'으로 이해하는 입장과 '좀비폭동 사건'으로 이해하는 입장으로 나뉜다는 것이다. 대체로 어느 기사 댓글을 보던지 위의 두 세력을 분간해 내기는 어렵지 않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지율스님 기사에서는 두세력의 차이가 분간이 안된다는 것이다. 노빠적 세력이건 박빠적 세력이건 거의 일관된 맹구 논리로 지율스님을 욕하기 바쁘다. 평소에 으르렁 거리던 두 세력이 사이좋은 한 몸이 된 것이다.



대체로 박빠적 세력은 아직도 개발독재의 아련한 향수를 꿈꾸는 동화적 세력이라 논리와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니 지율 스님을 저런 식으로 비난하는 것은 얼마든지 이해가 된다. 그런데 이런 박빠세력의 수준과 같아지면서까지 지율스님을 비판하는 노빠세력을 보고 있자면 그들의 한계가 보인다. 민주화 같은 문제를 두고서는 굉장히 날선 논리로 무장하던 그들도 돈을 앞에 두고서는 논리고 뭐고 다 뒷전인 인간군상이 되고 만다. 지율스님의 문제가 노무현 집권시절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준것에 대한 반감도 일부 작용을 하였겠지만 근본적인 것은 많은 댓글에서 보이듯이 "도룡뇽 몇마리 때문에 세금을 낭비했다."며 화를 내는 그들의 신체가 가진 한계에서 비롯된다.



  멸종위기의 도룡뇽 보다는 세금이라는 금전적 가치가 단연코 우위인 이들의 신체는 그들이 이성적이라 착각하는 머리와 상당한 괴리가 있다. 머리로는 박정희를 욕하면서도 신체는 파시즘에 익숙하고 머리로는 이건희를 욕하면서도 그 신체는 천민자본주의에 길들여져있다. 만약 이들에게 도룡뇽이 몇 천 억의 화폐가치와 맞먹는다는 기사가 있었다면 어떻게 반응했을지 궁금하다. 모르긴 몰라도 지금과는 사뭇 다른 반응을 보였으리라 생각된다. 이들이 아무리 지금 이명박을 욕한다 하더라도 그들이 길들여진 신체구조는 청계천 복원 당시 나온 문화재를 돌덩어리로 취급하던 지금은 대통령이 된 그때의 서울시장과 다르지 않다. 화폐로 환산되지 않으면 가치로 취급하지않는 천민자본주의적 태도의 전형을 그들은 사이좋게 나눠가지고 있다.



아마 나의 이런 견해에 대해서 촛불시위를 예로써 반박하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촛불시위는 화폐가치와 무관한 '식탁의 안전'을 이유로 일어난 시위인데 이런 대규모 시위를 벌인 사람들을 이명박과 동일한 선상에서 취급하는게 못마땅 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식탁의 안전'이라는 명분은 하나의 수식어가 빠진 명분이다. 정확하게는 '내(내지는 우리) 식탁의 안전' 이었다. 광우병에 대한 시위자 다수의 생각은 '나만 아니면 돼'라는 사고에 기초하고 있다. 다시말해 미국인들이 광우병에 걸리는 것에 대해서는 내 알 바 아닌 태도를 견지한다는 것이다. 엄청난 국민적 역량소모에도 불구하고 국민이 얻은 것이 거의 없는 시위는 이번 촛불시위 만한게 없을 것이다. 이런 현상을 뒷받침 하는 것은 결국 이명박정부의 확률논리와 화페가치를 앞세운 질긴 회유가 상당부분 먹혀들어 갔다는 것이고 이런 회유가 먹힐 수 있었던 것은 나만 아니면 그만이라는 이기적 심성에 충실히 따르는 '천민자본주의적 신체'를 가진 탓이다.



박빠적 세력과 노빠적 세력의 차이는 '이건희를 칭찬하면서 이건희처럼 부자가 싶은 욕구를 가진 세력과 이건희를 욕하면서 이건희처럼 부자가 되고 싶은 욕구를 가진 세력' 정도의 차이가 있다. 나의 '이기'를 건드리지 않는다는 전제하에서 이뤄지는 '황금만능주의', '개발만능주의'에는 두 세력 모두 반대하지 않거나 환영하는 태도를 보인다. 대표적인 사례로 황우석 사건과 한미 자유무역을 대하는 태도가 그렇다. 물론 황금만능주의나 개발만능주의라는 표현은 쓰이지 않고 주로 '국익'이라는 표현으로 쓰이기에 자신이 속물이 아닌 애국자처럼 느껴지는 위안도 얻는다.



신체가 진보해야한다



머리가 하는 이성적 사유는 그다지 유의미한 것이 아니다. 신체가 그 사유를 실천할 때 만이 이성적 사유는 유의미해진다. 마찬가지다. 이명박의 문제점을 머리로 비판하면서 이명박과 자신의 차이를 드러낸다고 해서 자신과 이명박이 다른 세계의 사람이 되는것이 아니다. 진품명품에서처럼 돈으로 환산해 주지 않고는 문화재의 가치를 분별 할 줄 모르고 로마시가 모든 유적지를 피해 도로를 복잡하게 만드는 것을 단지 관광자원 보존 정도로만 이해하는 이들의 신체적 관성에서 이명박의 문제점이 극복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아버지를 증오하던 아들이 자라서 결국 그 아버지와 같은 사람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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