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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소리

2008.04.01 18:31

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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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내게 있어 세상이었고 닫혀있는 나의 방의 창문이었고 쉼터였으며 상처를 치료하는 치료제였다. 어느 시인의 말처럼 눈멀고 귀 먹듯 그렇게 맹목적으로 글에 매달렸다. 글이 있어 세상을 사는 힘을 얻을 수 있었고 나를 이해하고 용서했다.
하지만 요즘 창작을 체계적으로 배우며 무지하고 맹목적으로 매달렸던 눈과 귀가 조금씩 열리게 되어 나의 글을 거리를 두고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되자 나의 글에 가장 중요한 그 무엇이 빠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 글 속엔 내가 없었고 수많은 타인들만 가득했다. 나의 글은 나를 용서하는 것에서 한 발자국도 더 나가지 못하고 있었다.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그러다 어느 날 문득, 나는 나를 용서하는 것에 그치고 나를 인정하고 사랑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보다 글이 먼저 알고 있었던 것이다. 입으론 습관적으로 내 자신을 사랑한다고 앵무새처럼 되뇌고 있었으나 그것은 반복을 계속하고 있는, 가슴이 없는 늘어진 재생 테이프일 뿐이었다.
‘자신을 지키지 못하는 선함은 자신을 지키는 악함보다 더 나쁘다.’라는 사실을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자신을 지킬 생각조차 하지 않을 정도로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이제껏 내가 없는 삶을 산 것은 아닐까.  나 없는 삶이, 내가 없는 타인이, 내가 없는 글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글을 잘 쓰지 않아도 좋다. 이제는 내 글을 써야겠다. 그것이 나를 사랑하는 방법이란 걸 이제야 깨닫게 되었다.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타인도 사랑할 수 있는 것이라고 듣고 배운 대로 머리로 읊조리면서 가슴으론 빠뜨리고 있었다.

창작보다 더욱 중요한 것을 배우고 있는 요즘 나는 행복하다.

그래, 글을 멋들어지게 쓰지 못하면 어쩌랴, 지금 이 나이에 글을 써서 먹고 살 것도 아니고, 치매예방 차원에서 이렇게 공부를 하고 있고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며 조금씩 터득하고 있는 나는 분명 축복받은 사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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