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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소리

2007.09.05 14:26

지리산 당일종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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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은 사람도 깨우친다는 지리산 그 지리산을 가기 위하여 다시 구례구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2007.8.24.22:56)

행여 살아갈만 하거든 제발 오지말라는 지리산을 난 다시 가기 위하여 이 늦은 시간에 혼자의 몸으로 플랫품에 섰다. 덜컹거리는 기차 레일의 소리를 전주 삼아 한잔의 맥주를 마시며 다가오는 심연의 목소리에 숨죽여 본다.기차는 어둠을 지나서 한참을 달리어 곡성을 지나고 드디어 구례구에 사람들을 쏟아놓는다.(2007.8.25.03:22)

나도 그들처럼 물결에 묻히어 천천히 그 속에 그렇게 올라간 성삼재에서 서니 하늘에는 별도 많다. 그 무심한 별이 너무나 아름다워 속절없는 욕망에 렌즈를 들이대보지만 그것이 렌즈에 담아질리 없음을 알면서도 그 별빛의 염원을 새기어본다.(2007.8.25.04:17)

모두들 속세의 짐을 어깨 가득히 짊어지고 올제 나혼자 개나리 봇짐 같은 배낭을 메고 한줌의 무게도 없이 사뿐이 사뿐이 그 재를 넘어서니 어느덧 천왕봉의 이정표가 나를 가르켜 줄뿐이다. 그래 가자....이 신새벽의 어둠을 지나 풀잎에 맺힌 이슬처럼 가여운 길일지라도 내 무엇이 두려워랴.....산속에서 보이는 어둠은 두려움보다 고요와 명상을 주어야 하나 이미 산속도 산속이 아니다. 사람의 발길에 가득 차인 등산로는 더 이상 묵상도 사색도 할 수 없는 시장길 일 뿐이다. 간신히 사람을 제치고 돼지평전에 들어서니 하늘이 보이고 수풀 사이로 청정한 내음이 가득하다. 한치 앞도 안보이는 거칠은 세상의 결전의 장 뒤안길에서 돌아온 나에게는 이 모두가 누이의 따듯한 격려 같은 선물이다.

돼지평전을 지나자 이어지는 능선이 보이고 어둠에 묻히어 아침을 맞이하는 산의 움틀림 사이로 오늘의 해는 그렇게 올라오고 있었다.
누구라도 그 자리 그 물앞에 서면 감사할 수 밖에 없는 임걸령의 물은 오늘도 힘차게 흘러나오고 있다. 그 시원한 물 한바가지를 내 오장육부에 넣어서 내 속이 정갈하여 지기를 바라면서 갈길을 재촉 하여본다.(2007.8.25.05:46)

오르고 내리기를 한참 삼도봉에 다다르고 화개재를 지나서 그 이름도 유명한 연하천 산장에 다다랐다. 아침식사를 연하천에서 하기로 하였는데, 연하천은 어제의 연하천이 아니었다. 각종 공사로 인하여 중장비의 소음에 묻힌 곳에서 도저히 식사를 할 수 없어서 복숭아 하나 깍아먹고 행동식 김밥 한줄로 아침을 마감하고 벽소령을 넘어가기로 하였다.(2007.8.25.08:12)

저멀리 벽소령이 보이고 그 넘어에는 구름에 묻힌 천왕봉이 있다.눈 앞에 보이는 벽소령 지도상의 거리는 2키로를 넘지 않지만 그길이 두시간 더 걸리는 아득한 길인 것이 믿어지지를 않는다. 빨간 우체통으로 유명한 벽소령...(2007.8.25.09:33)

뼈마저 부서지든 회한을 가지고 와서 보아야 한다는 벽소령을 지나며 다시 길손은 세석산장으로 발걸음을 날린다. 어느 날 약초지기 초간산간이 타버린 자리에 세워졌다는 세석산장을 지나며 올라서니 장터목 산장이 눈앞에 아른거리만 그 아름거림은 그냥 아름거림일 뿐임을 너무나 잘알고 있다.  장터목 산장을 지나서 오늘의 마지막 구간 천왕봉 구간을 올라서는데 드디어 체력의 한계점이 나를 시험에 들게 하고 있다. 한낮의 더위는 삼육도를 넘어서고, 그늘 한곳 없는 오르막 위로 떠올라 있는 태양은 나의 시련 일 뿐이다.(2007.8.25.13:38)

열한시간의 산행에 나는 성삼재에서 천왕봉까지 올라설 수 있었다. 배낭에서 가지고 온 정상주를 한모금 음미를 하고 이곳 저곳 산아래를 내려다 보다가 옆에 있는 일본 여고생들이 조약돌에 낙서를 하고 있다.(2007.8.25.14:58)


문득 저들의 할아버지들은 천왕봉에 쇠말뚝을 박았고 그 손녀들은 천왕봉 주위에 있는 조약돌을 기념으로 가지고 가려고 하는 모습에 역사의 한 단면을 보는듯 하여 씁쓸한 심정으로 아픈 역사를 되돌아 보며 지리산을 굽이굽이 가슴에 담았다.

내려오는 길에 뿌듯해 하는 그 일본 여고생 들에게 여러분들이 온길이
“중산리에서 천왕봉 길이 지리산 코스중에 젤로 편한 길” 이라고 하니 모두들 놀라는 눈치다. 자기 들 딴에는 높고 깊은산을 올랐다고 생각 하는데 그것이 가장 빠른 산행 코스라니 말이다.....
올라오는 길에 부닻친 오른쪽 무릎의 통증을 참아가며 내려오는 법계사 로터리 산장을 지나서 중산리에 내려오니 오후 다섯시이다.(2007.8.25.17:00)

시골집에서 마중을 나와준 조카님과 시골두부와 시원한 막걸리 한대접으로 지리산 당일종주의 벅찬 감동을 느끼면서 32키로 산행을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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