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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소리

2007.04.22 11:35

한국사람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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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제 숲 게시판에 올린 글 한 편을 지웠다. 미국 버지니아 공대 총격참사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무거운 마음으로 지내는데, 나는 노래하고 춤추며 보낸 일에 대한 글을 올렸기 때문이다.

그 글을 지우고, 이번 사건의 한가운데 있는 조승희 씨와 그 가족에 대해서 좀더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조 씨가 남긴 동영상도 한 번 더 보았다. 예민한 사안이지만 같은 한국인으로서 이번 일에 대해서 심정을 한 번 드러내보고 싶다.

세상은, 고인이 된 조 씨에게 끔찍한 사건을 저질렀다고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그러나 누가 뭐래도 한국사람이라면 그 공격집단에 동조하는 일에 좀더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인이라서 옹호해야 한다는 말이 아니라 그의 삶을 좀더 깊이 들여다 보아야 한다는 뜻이다. 한 인간이 살아가는 환경은 수많은 사람들과 또 더 많은 이유가 만들어낸다. 환경이 사람의 습관을 몸에 배게 하고, 몸에 밴 습관은 성격을 형성하고 성격은 생활을 직조하는 기본틀이 된다.

사람들은 생활 속에서 만나는 어려운 상황과 이유를 원망하며 한(恨)을 품기도 하고, 환경 때문에 억울함과 분노도 겪을 것이다. 대부분 그런 일들을 극복하고 살아간다고는 하지만 사람의 의지란 모두 같은 게 아니다. 의지 또한 환경의 산물이다. 사람마다 다르다는 환경도 타인이 보는 것과 그 속에 묻혀 사는 사람이 느끼는 정도는 전혀 다를 것이다. 그것은 마치 우리가 축구중계를 보면서 헛발질 하는 선수를 향해 고함을 지르며 나무라는 것과 같은 이치다. 우리는 텔레비전 화면을 통해서 경기장 전체를 보고 있지만 실제로 뛰는 선수는 자기 발 앞도 제대로 볼 수 없는 채로 경기에 쫓기는 어려운 처지에 있기 때문이다. 무언가에 쫓기는 사람은 판단력을 상실하기 쉽다. 조 씨는 내내 시달리고 쫓기면서 살았다.

한 인간이 살아온 과정을 정확하게 아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의 어떤 잘못도 용서하지 못할 일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모든 어머니는 자식의 잘못을 모두 용서한다. 우리는 모르기 때문에 범죄자를 미워하고 단죄한다. 법도 당연히 냉혹하게도 범인에게만 벌을 내린다. 서기(西紀) 전부터 인류가 만든 법을 시대에 맞게 수정을 거듭한 것이라 하지만 법이란 너무 불공평하다. 죄을 지은 사람이 그렇게밖에 살 수 없도록 만든 수많은 가해자와 교육제도와 사회제도와 편견은 단죄에서 제외되니 말이다. 오로지 죄질만 문제 삼는다. 법은, 인간의 공동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 둘러친 안전망이다. 하지만 약자에겐, 필요로 할 땐 너무 멀리 있고 불리할 땐 너무 가혹하게 응징한다. 법이 평등하다고 하지만, 어느 사회든 그 아래서 쓰러지는 사람은 약자가 더 많다.

한 국가가 다른 국가를 상대로 전쟁을 일으켜 집단살인을 해도  죄를 묻지 못한다. 전쟁에는 오직 강자가 가진 힘의 논리로 정당성을 갖는다. 가장 큰 폭력인 전쟁은 정당하고 개인이 개인을 표적으로 저지르는 폭력은 범죄가 되는 것이 법이다. 전쟁은 강자가 발발하지만, 범죄는 그  사회가 뿜는 독을 먹고 자란 약자가 토해내는 자기폭발이 대부분이다. 버지니아 공대 사건은 미국에서 발생했다. 또 그것은 미국에서 일어났던 많은 총기사건 가운데 하나이다. 조 씨는 미국의 법과 제도 아래서 성장한 소수민족의 한 사람이었다.

조승희 씨의 사건이 터진 최초의 원인은, 그 가족이 미국이라는 나라를 동경하면서 고향을 떠났다는 데 있다.  그들은 떠났기 때문에 소외당했다. 유색인종이라고 소외 당했으므로 불안한 생활을 했고, 그러므로 조 씨는 미국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강한 의지력을 키우지 못했을 것이다. 많은 문제들을 안고 있는 우리 사회는 또 많은 사람들을 이민자로 내몰고 있다. 법과 제도상의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우리가 이룩한 사회가 보다 따뜻하다면 '이민이 꿈'이라는 말은 없지 않을까. 우리 사회는 그들을 내몰았다. 우리는 사회구성원이다. 그래서 그의 아픔을 이해해야 하고 가족과도 고통을 함께 나누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민을 결심하는 사람들도, 떠나고 피하는 방법만 택할 것이 아니라 남아서 어려움을 함께 풀어가는 인내심을 키웠으면 좋겠다.

조 씨를 용서하기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해해 주기를 바란다. 두려움에 떨며 미당국에게 보호 받고 있는 조 씨 가족의 안전을 위해서 우리는 말조심을 하는 게 나을 것이다. 희생자와 가해자 모두에게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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