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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이 많았던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기록한 것을 함께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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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공식 일정 외에 쿠바 현지 초등학교에 관한 다큐멘타리를 찍고 있는 정호현 님 덕분에 좋은 만남이 이루어졌다.(만남을 주선해주시고 고맙게 통역까지 맡아 주셨다.)

법학을 전공하고 현재는 라디오 방송국에서 원고를 직접 쓰고 일 주일에 한 번 가량 방송에 출연하는 루드밀라, 그리고 연극 비평을 전공하고 현재는 대안교육의 형태로 교육연극을 활용한 교육을 국립예술극장에서 펼치고 있는 루벨. 이 두 사람은 부부이다.

이 이야기는 쿠바에 함께 간 조영선 선생님과 함께 나눈 것을 정리한 것이다.

쿠바의 교육과 한국의 교육을 이야기해보면 좋겠다는 생각과 호텔이 아닌 실제로 살아가는 사람들과의 진솔한 만남을 위해 특별히 두 사람을 만나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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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아바나 대학 기숙사에 살고 있는 루벨 가족을 만나기 위해 현지 가게에서 아이들 과자 선물을 샀다.

그분들과 반갑게 만나서는 소소하게 살아가는 이야기와 한국과 쿠바의 인사를 나누며 정겹게 교육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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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일을 하시나요?

-  방과 후 학교로 연극 치료 교육을 합니다. 국립예술극장에서 정규 수업이 끝난 후 문제가 있는 아이들에게 연극을 통해 스스로를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줍니다.

* 문제 학생이란?

- 가정폭력이나 알콜 중독 또는 집중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등의 경우 등입니다.

* 대체적으로 문제 학생들의 집안은 어떻습니까?

- 대체로 잘 살지는 못하는 편입니다.

* 프로그램은 누가 짜고 운영합니까?

- 스위스에서 프로젝트를 추진해서 재정적 기반을 마련했고, 실제 프로그램은 4명 정도가 함께 마련해갑니다. 공교육에서 받지 않는 내용을 조사하고 연구하면서 운영합니다.

* 가령 예를 든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 '참과 거짓' 에 대한 공부를 합니다.

이 수업은 다양한 기구를 이용해서 눈을 감고 소리를 듣게 하고, 학생들 스스로가 소리를 내기도 하면서 그 때 그 때 느낌을 표현합니다. 물론 이 소리는 어떤 것 같다는 추측도 함께 합니다.

만약 그  소리가  '비'이면  (칠판에 쓰고)  학생들이 말한 단어들을 갖고 이야기를 짜기 시작합니다. 이 내용에는 인물들이 있습니다. 가령 제목도 지을 수 있는데.. '메사 라돈데'가 있었습니다. 이 제목은 매일 저녁 6시에 하는 방송입니다. 매우 정치적인 프로그램으로 미국을 비판하는 프로입니다. 그런데 막상 나온 내용은 비혁명적입니다.

* 비혁명적이요?

(설명을 해 주셨으나 잘 이해가 되지 않은 부분이었다. 비혁명적이라는 내용을 지금 다시 추측해보면 내용 자체는 미국을 비판하는 듯 하지만 정작 학생들 스스로가 비판적으로 문제를 살피는 것이 아니라 쿠바에서 제시한 형태로만 된다는 내용인 듯싶다. 이는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교육을 시키는 방법과도 일맥 상통할 수 있다.)

학생들이 만든 이야기 줄거리는 솔로몬 왕과 같은 내용인데
절대적 왕이 '거짓이냐, 참이냐'를 결정하는 것인데..
마술사가 등장해서 일을 잘 못해 왕을 병든 사자로 바꿔버리는 것이다.
(여기에서 은유는 절대적인 기준으로 선과 악을 재단하는 사람이 잘못을 저지를 수도 있고, )

또한 현재 그런 교육이 펼쳐지고 있다는 가능성을 수반한다.

특히 쿠바의 방송이 일방향적으로 나가는 것 역시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으로 방송을 빗대 왕이 병든 사자라고 아이들은 생각한 것이다. 어쩌면 그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생각하는 힘을 키우고자 하는 기획자의 마음과 우연히 소통된 상황일 수도 있다. )

* 어떻게 아이들이 이런 은유를 만들었을까?

- 자신들 스스로 파악

학생들은 그림을 그리고 사람들과 건물 그리고 배경까지 마련한다. (그림자 연극까지 구성)

이 형태는 협동학습으로 1년 프로젝트 수업이나 3년 프로젝트 수업으로 진행 중이다.

* 어떤 방향성을 지니고 있는가, 단기적인 목표는 아니더라도 긴 안목을 필요로 할 텐데..

- 어떤 지향성을 지닌다기 보다는 학생들이 내면에 있는 것을 표현해가면서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해가고... (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이 당시에는 좀 더 와 닿는 표현이 있었는데.. 지금은 달리 떠오르지 않아 내가 느낀 부분들로 채워넣었다. )

* 은유적 표현을 통해 사회적 문제를 학생들이 마련해가고 있는데 개인적인 문제를 지닌 아이들이 사회를 보는 시각을 지니고 있는가?

- 사회 시스템이 아이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 문제가 있는 아이들이 실제로 어떤 변화가 있는지?

- 일단 이 프로그램은 긴 프로젝트이다. 학생들 삶의 환경이 실제로 어렵다. 아이들과 부모 그리고 교사들이 함께 이야기하며 프로그램을 진행하하며 전개해야 한다. 일단 학교에서는 변화한 부분이 없다고 하는데, 막상 이 방과 후 프로그램에서는 아이들 중 일부는 자신의 표현을 잘 하고 있다. 그런데 학교나 부모들은 그런 사실을 잘 인지하고 않고 있다.

* 이 프로그램은 어떻게 나왔는가? (연구 방법이나 참조한 사항들은)

-  라틴 아메리카에서의 연극은 공연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교육이 가능한 건 보고 생각하는 연습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학교와 더불어 이탈리아의 애니매이션 극장학교 사례도 이야기해 주고 '모든 사람이 극작가가 될 수 있다.'는 말을 한 극작가 이야기를 제시하며 이 프로그램의 취지도 그와 같다는 설명을 나눠주었다.)

* 이건 브레히트가 말한 연극의 사회적 공헌도인가?

- 그런 형태와 일맥상통한다. 파울로 프레이리의 문해 교육과도 상통하고.. 라틴아메리카가 처한 현실은 상당히 척박하고 암울했다. 그런 상황 속에서 연극이 연극으로만 존재하지 않고 삶과 공존하며 스스로의 삶을 되돌아보는 계기로 다가서길 바랬다.

*교육연극은 기존의 국어 교과에서 다루는 희곡 수업과는 어떤 면이 다른가?

- 학교에서는 방법론적인 접근을 한다. 희곡에 대한 요소와 희곡 그 자체를 다룬다. (텍스트 해석 중심디이다.) 하지만 교육연극을 통한 프로젝트 수업은 학생들이 무엇이 필요한지 관심을 갖고 다양한 요소를 직접 체험하면서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키울 수 있다.

* 일종의 교육과 삶에 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이라는 생각이 든다.

(무엇을 잘 가르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창의적인 비판력을 통해 학생 스스로가 생각을 키워나가는 것이다.)

- 교육은 권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런데 비판력을 키우는 것은 어떤 권력에서도 좋아하지 않는다. ^^*

* 한국에서는 현재 입시 문제가 큰 문제이다. 입시가 결국 학생들의 삶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이기에 시험이 거꾸로 교육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물론 사회적 재생산에서 교육의 역할은 이제 형식적이다. 자본에 의해 사회적 재생산이 진행되고 있다. ) 쿠바에서는 어떤지?

- 쿠바는 일단 대학이 무료이다. 하지만 대학 진학시에는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

* 그렇다면 쿠바에서 가장 큰 교육문제는?

- 쿠바에는 또 다른 문제가 있지요. 대학은 별로 나쁘지 않다 ^^* 대학에서는 엄청난 공부를 시킨다. 문제는 졸업 이후이다. 비판 능력이 너무 떨어진다. 의식적인 생각을 하기가 어려운 조건이다. 전공 공부에만 국한된다.

- 교사 부족의 문제가 심각하다. 90년 대 쿠바가 겪은 국가적 위기 속에서 교원수가 확실히 줄어들면서 교원의 질적 저하가 일어나고 있다. 나아가 달러 경제권이 새로 시작되는 2중 경제 체제 속에서 투어리즘을 비롯한 달러 벌이 산업으로 사람들이 쏠리는 상황에서 사회적 위기감이 가속화되고 있다. 현재 그 위기를 조금이나마 줄여보고자 2000년 이후 교원의 처우 개선 노력이 미약하나마 시작되었다.

역으로 한국에서 개혁 성향의 사람들이 정권을 잡는다면 교육이 어떨까?

(쿠바의 혁명 이후 쿠바 교육이 점차 보수화되는 문제에 대한 은유적 질문이라고 생각되었다. 나아가 혁명 또한 그것이 고착화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소박한 사실을 환기시켜 주었다. )

쿠바에서도 괸료주의, 비민주주의, 전체주의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 무엇보다 공적 영역에서 민주성을 찾아가는 것은 오늘날 세계가 당면한 과제이다.

* 한국 교육상황에서는 최근 어떻게 가르치느냐는 방법론적 접근에서 무엇을 가르치느냐는 문제를 두고 서서히 치열한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교육과정을 어떻게 구성하고 교과서는 누가 쓰고 어떻게 내용을 선정하고 집필하는가의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 이 문제는 상당히 중요한 문제이다. 하지만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그런 논의 자체를 본질적으로 싫어한다 ^^* 교육과 권력 그리고 이데올로기의 문제이다. 권력을 가진 자는 이데올로기를 통해 통치를 원활히 하기 위해 교육을 이용하는 측면이 강하다.

* 무상교육과 무상의료가 주는 매력이 상당한데...

- 현재 쿠바는 이중경제체제를 통해 달러 권에 진입할 수 있는 여행 종사업이나 외국계 회사 취업이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과거 바티스티 정권의 악랄한 억압과 독재를 지지했던 (자기 잇속을 챙겼던) 부자들이 쿠바 사회에서 나름의 힘을 갖고 있는 현실에 문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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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해서 약 2시간 가량의 알찬 대화를 주고 받을 수 있었다.
이 부부의 아이들 덕분에 대화는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사실 이들과의 만남은 참으로 풍요로왔다.

같은 교육자로서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체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더불어 지구 반대편에서도 비슷한 형태의 고민을 하고 또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과 마주서면서 좋은 자극을 담뿍 받았다.

이 분들이 펼쳐가는 활동들과 또 수업 진행과정과 교육연극 수업에 대한 논문을 한국에 소개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락한 호텔을 나와 낯선 길을 찾아나서서 만난 그들과의 만남이 있어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대화를 나누는 동안 시종 담백하면서도 소탈한 웃음이 넘쳐서 좋았다. 무엇보다 대화의 행간 너머에서 느껴지는 넉넉함이 좋았다.  

비좁은 공간에서 4명의 가족이 살지만 도리어 더 행복하게 삶을 만들어가는 그들의 향기가 아름다웠기 때문인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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