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이름 | 나는걷고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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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크기 | 56.0×35.0cm |
작년 여름 비로 다 내렸기 때문인지
눈이 인색한 겨울이었습니다
눈이 내리면 눈 뒤끝의 매서운 추위는
죄다 우리가 입어야 하는데도
눈 한번 찐하게 안 오나
젊은 친구들 기다려쌓더니
얼마 전 사흘 내리 눈 내리는 날
기어이 운동장 구석에
눈사람 하나 세웠습니다
옥뜰에 서 있는 눈사람.
연탄조각으로 가슴에 박은
글귀가 섬뜩합니다.
나는 걷고 싶다
있으면서도 걷지 못하는
우리들의 다리를
깨닫게 하는
그 글귀는
단단한 눈뭉치가 되어
이마를 때립니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서
- 서예작품집『손잡고더불어』199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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