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대상 게시판

청구회추억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나무야나무야
더불어숲
강의
변방을 찾아서
처음처럼
이미지 클릭하면 저서를 보실 수 있습니다.

손잡고더불어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Files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Files
Extra Form
작품이름 여름 징역살이
작품크기 30.5×80.5cm



없는 사람이 살기는 겨울보다 여름이 낫다고 하지만 교도소의 우리들은 없이 살기는 더합니다만 차라리 겨울을 택합니다.
왜냐하면 여름 징역의 열 가지 스무 가지 장점을 일시에 무색케 해버리는 결정적인 사실 - 여름 징역은 자기의 바로 옆사람을
증오하게 한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모로 누워 칼잠을 자야 하는 좁은 잠자리는 옆사람을 단지 37℃의 열덩어리로만
느끼게 합니다. 이것은 옆사람의 체온으로 추위를 이겨나가는 겨울철의 원시적 우정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형벌 중의 형벌
입니다. 자기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으로부터 미움받는다는 사실은 매우 불행한 일입니다. 더욱이 그 미움의 원인이
자신의 고의적인 소행에서 연유된 것이 아니고 자신의 존재 그 자체 때문이라는 사실은 그 불행을 매우 절망적인 것으로
만듭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우리 자신을 불행하게 하는 것은 우리가 미워하는 대상이 이성적으로 옳게
파악되지 못하고 말초감각에 의하여 그릇되게 파악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알면서도
증오의 감정과 대상을 바로잡지 못하고 있다는 자기혐오에 있습니다. 자기의 가장 가까운 사람을
향하여 키우는 '부당한 증오'는 비단 여름 잠자리에만 고유한 것이 아니라 없이 사는 사람들의 생활
도처에서 발견됩니다. 이를 두고 성급한 사람들은 없는 사람들의 도덕성의 문제로 받아들여
그 인성(人性)을 탓하려 들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오늘 내일 온다 온다 하던
비 한줄금 내리고 나면 노염(老炎)도 더는 버티지 못할 줄 알고 있으며, 머지않아 조석의 추량(秋敭)은
우리들끼리 서로 키워왔던 불행한 증오를 서서히 거두어가고, 그 상처의 자리에서 이웃들의
따뜻한 가슴을 깨닫게 해줄 것임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추수(秋水)처럼 정갈하고 냉철한
인식을 일깨워줄 것임을 또한 알고 있습니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서

 

 

 - 서예작품집『손잡고더불어』1995년


  1. 샘터찬물

    샘터찬물 어지러운 꿈 헹구어 새벽 맑은 정신을 깨우며 - 서예작품집『손잡고더불어』1995년
    Category짧은 글 긴 생각
    Read More
  2.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

    당신네들 하늘을 나는 저 새를 보시오 저 새가 오른쪽 날개로만 날고 있소? 왼쪽 날개가 있고 그것이 오른쪽 날개만큼 크기 때문에 저렇게 멋있게 날 수 있는 것이오. 나는 뉴스를 보면서 잭슨 말 한 번 잘한다고 감탄했다 右(우)라는 것을 무슨 신성한 것인 양 받들어 모시는 사람들이 아무 대꾸도 못하고 나는 새만을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문제의 그 새에는 두 개의 날개가 있었다. 오른쪽 날개와 왼쪽 날개다. 그리고 그 두 개의 날개는 멀어서 자로 잴 수는 없었지만 나의 눈에는 그 모양의 크기가 꼭 같아 보였다. 인간보다 못한 금수의 하나인 새들조차 왼쪽날개(左翼)와 오른쪽날개(右翼)를 아울러 가지고 시원스럽게 하늘을 날고 있지 않은가? 그것이 우주와 생물의 생존의 원리가 아닐까? 왼쪽 날개로만 날아다니는 새를 보고 싶다. 마찬가지로 오른쪽 날개 하나로 날아 다니는 새를 보고 싶다. 그런 외날개 새를 한 번 볼 수 있으면 죽어도 한이 없을 것만 같다. 인류가 수천 년, 수만 년에 걸쳐 창조한 지식과 축적한 경험은 정치나 이념적으로 말해도 '극좌'에서 '극우'까지 다양하고 무쌍하다. 그리고 그 사이는 끝없이 풍부하다. '우'의 극단에 서면 ...
    Category이야기글
    Read More
  3. 사랑만이

    사랑만이 겨울을 이기고 봄을 기다릴 줄 안다 사랑만이 불모의 땅을 갈아엎고 제 뼈를 갈아 재로 뿌릴 줄 안다 천년을 두고오는 봄의 언덕에 한 그루의 나무를 심을 줄 안다 그리고 가실을 끝낸 들에서 사랑만이 인간의 사랑만이 사과 한 알 둘로 쪼개 나눠 가질 줄 안다 - 서예작품집『손잡고더불어』1995년
    Category짧은 글 긴 생각
    Read More
  4. 빈손

    빈손 일손 거들손 - 서예작품집『손잡고더불어』1995년
    Category짧은 글 긴 생각
    Read More
  5. 바깥

    바깥 너와 내가 만나는 곳 - 서예작품집『손잡고더불어』1995년
    Category짧은 글 긴 생각
    Read More
  6. 머리 좋은 것이

    머리 좋은 것이 마음 좋은 것만 못하고 마음 좋은 것이 손 좋은 것만 못하고 손 좋은 것이 발 좋은 것만 못한 법입니다 觀察(관찰)보다는 愛情(애정)이, 愛情(애정)보다는 실천적 連帶(연대)가, 실천적 연대보다는 立場(입장)의 동일함이 더욱 중요합니다 입장의 동일함, 그것은 관계의 최고형태입니다. - 서예작품집『손잡고더불어』1995년
    Category짧은 글 긴 생각
    Read More
  7. 마당춤

    마당춤 - 서예작품집『손잡고더불어』1995년
    Category짧은 글 긴 생각
    Read More
  8. 더불어한길

    더불어한길 배운다는 것은 자기를 낮추는 것이다 가르친다는 것은 다만 희망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것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서로 마주보는 것이 아니라 같은 곳을 함께 바라보는 것이다 - 서예작품집『손잡고더불어』1995년
    Category짧은 글 긴 생각
    Read More
  9. 눈물의 김밥

    새벽 두시 김밥을 먹는다 피멍든 몸을 떨어가며 갈라터진 혓바닥에 침 적셔가며 안기부 지하밀실 야식을 먹는다 방금까지 비명 터진던 고문장에서 목메인 김밥을 씹어먹는다 마른버짐 볼에 핀 어린날이었던가 소풍 가서 먹었지 달디단 그 김밥 잔업 때 억지로 삼키던 팍팍한 매점 김밥 지난 여름이었지 울산 가는 기차를 타고 아영이랑 나눠 먹던 그리운 김치김밥 앞으로 아홉밤- 살아나가자 기어코 이겨서 이 참혹한 고문의 밤을 끝끝내 뚫고 떳떳한 목숨으로 살아 나가자 아 만약 나 살아 나간다면 언젠가 어느날인가 햇살 온몸에 다시 받는다면 사랑하는 사람들과 김밥을 싸들고 아주 천천히 아주 천천히 걸어가보리라 가서 들꽃처럼 정결한 웃음에 젖어 촉촉한 눈물의 김밥을 먹으리라 술냄새 풍기는 건장한 고문자들에 싸여 군복에 검정고무신 신고 짐승처럼 떨며 꾸역꾸역 모멸찬 김밥을 먹는다 안기부 지하밀실 고무장,잠시 후 시작될 처절한 공포의 순간들을 씹으며 피맺힌 적개심으로 씹으며 새벽 두시 눈물의 김밥을 먹는다 박노해의 詩 눈물의 김밥을 쓰다 - 서예작품집『손잡고더불어』1995년
    Category이야기글
    Read More
  10. 녹두씨알

    녹두씨알 녹두꽃 떨어지면 녹두씨알 열매 맺지 - 서예작품집『손잡고더불어』1995년
    Category짧은 글 긴 생각
    Read More
Board Pagination ‹ Prev 1 2 3 4 Next ›
/ 4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