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내내 청산을 이루어 녹색을 함께 해 오던
나무들도 가을이 되고 서리가 내리자 각기
구별되기 시작합니다. 단풍드는 나무, 낙엽지는
나무, 끝까지 녹색을 고집하는 나무 ...
바람이 눕는 풀과 곧추 선 풀을 나누듯 가을도
그가 거느린 추상(秋霜)으로 하여 나무를 나누고
심판합니다.
夜深星逾輝(야심성유휘)
열락(悅樂)이 사람의 마음을 살찌게 하되 그 뒤에다
모름다움을 타버린 재로 남김에 비하여 슬픔은 채식처럼
사람의 생각을 맑게 함으로써 그 복판에 '아름다움'[知]을
일으켜 놓습니다. 밤 깊을수록 광채를 더하는 별빛은
밤하늘의 지성이며 찬서리 속의 황국(黃菊)도 풍설 속의
한매(寒梅)도 그 아름다움은 비정한 깨달음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