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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재일 2016-01-19
미디어 부산일보_정다은

[고 신영복 교수의 가르침] 생매장의 고통 상상해 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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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지난 17일 마련된 고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의 저서 모음 매대 모습. 참된 지식인으로 평가받아 온 고인은 생전에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의 관계 맺음을 통한 '더불어 사는 삶'을 강조해 왔다. 연합뉴스


지난 1월 15일 신영복 교수가 타계했다. 고인은 인간에 대해 깊게 이해하고 시대의 고통에 서슬 푸르게 깨어 있었던 지식인이었다. 그는 배움의 여정을 통해 얻은 삶의 혜안을 하나의 문장으로, 한 권의 책으로 담아왔고 이는 많은 사람의 마음에 참된 깨달음을 줬다. 그렇기에 수많은 사람이 시대의 스승인 고인의 타계를 안타까워하며 애도하고 있다.
 
구제역 가축, 치료보다 살처분
신영복 "인간적 가치도 매몰"
 
그는 특히 '더불어 사는 삶'의 의미를 강조했다. 그는 그의 저서 '나무야 나무야'에서 "우리가 생각 없이 잘라내고 있는 것이 어찌 소나무만이겠습니까. 없어도 되는 물건을 만들기 위해 없어서는 안 될 것들을 마구 잘라내고 있는가 하면 아예 사람을 잘라내는 일마저 서슴지 않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 위의 유일한 생산자는 식물이라던 당신의 말이 생각납니다. 동물은 완벽한 소비자입니다. 그중에서도 최대의 소비자가 바로 사람입니다"라고 말하며 인간을 포함한 다른 존재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한평생 우리 사회의 방향에 대해 고뇌했던 지식인이 떠나갔지만, 우리는 그가 강조했던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의 관계 맺음을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있을까.


그가 타계한 날 아침 전북 고창군에서 구제역 양성 확진 판정을 받은 양돈 농가의 돼지 9천800마리가 죽었다. 전북 김제시와 고창군에서 잇따라 구제역이 발생해 도살처분 판정을 받은 것이다. 구제역이란 소나 돼지처럼 두 개의 발굽을 가진 동물에게 생기는 질병이다. 입과 발굽에 수포가 생기는 바이러스성 질병으로 가축을 죽게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구제역에 걸린 가축과 구제역에 걸릴 위험이 있다고 의심이 되는 경우에도 대부분 살처분을 하는데, 이유는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바이러스성 질병이기 때문이다. 또 구제역에 걸렸다가 회복된 가축의 경우 가축의 생산성이 크게 떨어지고, 살처분하는 것에 비해 구제역을 치료하는 데 시간과 비용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구제역은 백신 접종으로도 예방이 가능하다. 그런데 왜 잔인하게 생매장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국제수역사무국(OIE)에서 구제역 백신을 쓰지 않는 나라를 청정국으로 구분해 소고기나 돼지고기를 제한 없이 수출할 수 있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백신을 쓰지 않는 것이 우리나라 가축 수출에 유리하기 때문에 구제역이 발생하면 도살처분을 매년 반복하고 있다. 인간의 입장에서 적은 비용으로 간단하게 해결하기 위해 수많은 생명을 죽이는 것이다. 


일본과 유럽에서는 구제역에 걸린 가축을 안락사 처분 후 매장한다. 생매장이 동물 권리를 침해하고 생명을 경시하는 중범죄라는 사회적 목소리가 모여 이를 법적으로 금지했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무차별적인 생매장을 반복하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의 부끄러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2011년 신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구제역에 걸린 가축이 산 채로 매몰되는 것을 볼 때마다 우리 사회의 다른 인간적인 가치와 가능성도 매몰되고 있지 않나 하는 안타까움이 있다"고 말했다. 구제역으로 살처분당하는 돼지의 모습은 끔찍하다. 먼저 묻힌 돼지들은 위에 있는 돼지들의 무게에 눌려 압사하고, 맨 위에 있는 돼지들은 숨을 쉬기 위해 코가 하늘을 향하도록 몸이 선 채로 살려달라고 울부짖다가 죽는다. 신영복 선생의 말처럼 산 채로 묻히는 다른 동물의 아픔을 외면하고 있다면 우리 사회는 이미 다른 인간적인 가치마저도 잃어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 시대의 '좋은 어른'의 정신을 이어가는 것은 바로 이러한 우리의 현실에 눈감지 않고 인간적인 가치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가 아닐까. 죽음을 앞둔 말년에도 참된 지식인의 역할을 고민했던 그의 영면을 기도하며, 선생이 평생을 통해 추구했던 '더불어 사는 삶'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정다은 인디고서원 어린이교육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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