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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재일 2015-03-06
미디어 대구일보

대구일보 오피니언 2015.03.06
  
처음처럼 / 신영복
 
 처음으로 하늘을 만나는 어린 새처럼
 처음으로 땅을 밟고 일어서는 새싹처럼
 우리는 하루가 저무는 저녁 무렵에도
 아침처럼/ 새봄처럼/ 처음처럼
 다시 새날을 시작하고 있다.

- 서화 에세이『처음처럼』
 .........................................................................................


 1968년 통혁당 사건에 연루된 서울대 경제과 출신 27세의 대학 강사가 무기징역형을 선고받고 20년간 감옥을 살고 나와서 옥중 서신을 모아 출간한 책이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었고, 이후 조용하면서도 견고한 정신세계로 다시 우리를 이끈 책이 <처음처럼>입니다.


이 시대 삶의 지침서로 자리매김한 <처음처럼>은 소주의 로고체로도 사용될 정도로 유명해져 이른바 ‘신영복체’ ‘어깨동무체’ 등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신영복 특유의 따뜻한 인생관과 세계관이 묻어나는 글을 읽다보면 문장의 길이에 상관없이 긴 여운을 남기는 구절과 자주 만나게 되어 보았던 것을 가끔 되풀이해서 읽곤 합니다.


삶에 대한 사색, 생명에 대한 외경, 함께 사는 삶, 성찰과 희망에 대한 여러 글들 가운데서 오늘은 이 시적 문장이 가장 묵직한 기억으로 남습니다. 세상을 살다보면 숱한 난관과 부딪히고 그때마다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수많은 처음’을 만들어내면서 마음을 굳세게 합니다만, 단호한 결심 또한 쉽게 무너지는 일이 많습니다.


신영복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일관된 주제가 바로 역경을 견디는 자세에 관한 것입니다.


이 시에 이은 ‘산다는 것은 수많은 처음을 만들어가는 끊임없는 시작입니다’라는 구절이 그 핵심입니다. 수많은 처음이란 결국 끊임없는 성찰이며, 날마다 갱신하는 삶을 살아가라는 뜻일 테지요. 나목이 잎사귀를 떨고 자신을 냉정하게 직시하는 성찰의 자세가 바로 책에 나오는 ‘석과불식’의 진정한 의미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본래 주역에 나오는 말인데, ‘석과불식’이란 과실 나무에 달린 가장 큰 과일, 즉 씨 과실은 먹지 않고 땅에 묻는다는 의미입니다. 다 빼앗겨도 종자는 지키라는 뜻이기도 하겠고요. ‘처음처럼’과 ‘석과불식’의 의미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봄이 되어 씨 뿌릴 곡식을 남겨 둬야 이듬해를 살 수 있다는 의미이고, 자기의 욕심을 억제하고 후손에게 복을 끼쳐주라는 교훈이 담겨있습니다. 지난 1년 동안 나라에 음산한 기운이 하도 많아서 서로 헐뜯고 깎아내리며 못 잡아먹어서 난리였지만, 우리가 희망의 씨종자로 지켜야 할 것들은 사람이든 정신이든 깔쥐어뜯거나 함부로 버려서는 안 될 것입니다. 내일모레면 설날이니 이제 정말로 새봄입니다.


비뚤어진 우리들의 삶을 바로잡는 일 없이 세상의 진정한 봄을 맞이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정현종 시인의 <아침>이란 시에 “아침에는 운명 같은 것은 없다. 있는 건 오로지 새날 풋기운”이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이제 완연한 봄입니다. <처음처럼>의 접은 부분을 다시 펴 읽고서 새날 풋기운으로 새봄을 맞기로 한 번 더 내 마음 내가 보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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