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 30년 기념판으로 다시 만나는 신영복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민주화 이후 한국 사회에서 고 신영복 성공회대 교수(1941~2016)만큼 폭넓은 독자들과 만났던 지식인도 드물다.
특히 통혁당 사건으로 복역하는 와중에 가족들에게 보낸 편지를 중심으로 낸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1988년 초판이 나온 이래 30년간 꾸준히 읽혀왔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무기수로 20년20일 영어의 몸을 살면서도 자신과 세계에 대한 통찰을 놓지 않은 저자의 곧은 영혼을 그대로 보여준다. “비단 갇혀 있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우리들이 많은 사람들 속에 존재하고 있다는 튼튼한 연대감이야말로 닫힌 공간을 열고, 저 푸른 하늘을 숨 쉬게 하며…, 그리하여 긴장과 갈등마저 넉넉히 포용하는 거대한 대륙에 발 딛게 하는 우람한 힘이라 믿고 있습니다.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아픔’을 공유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인가 봅니다.”(1984년 4월26일 ‘닫힌 공간, 열린 정신’ 중에서)
신영복의 글과 사상의 백미를 담은 책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출간 30주년을 맞아 기념판(사진)이 나왔다. 이 책의 초판은 1988년 8월15일 신영복이 광복절 특사로 출소한 뒤 9월5일 햇빛출판사에서 출간됐다. 10년 뒤인 1998년 8월, 돌베개출판사가 ‘청구회 추억’ 등 새로 발견된 글들을 더해 증보판(2판)을 냈다. 증보판은 현재까지 82쇄가 발행됐으며, 약 35만부가 판매됐다.
지난 15일부터 판매되고 있는 30주년 기념판은 5000세트 한정으로 고급 양장본(3판)과 친필 서화가 새겨진 원목 액자로 이뤄져 있다. 내용은 이전과 동일하지만 가독성을 높이고자 글자 크기와 행간을 키우면서 원래보다 책 분량이 100쪽가량 늘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