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재일 | 2011-08-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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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 경향신문 |
“교수들이 오랫동안 서도를 한 사람들이 아니어서 일반적인 기준으로 보면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는 어려운 학생들과 공감한다는 의미를 중심에 두면서 자신이 쓰고 싶은 이야기를 썼습니다. 베끼기만 하는 글씨에는 사회적 문제의식이 들어있지 않은데, 무릇 서도에는 써 놓은 글귀에 자신의 뜻이 드러나야 합니다.”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70·사진)는 이 대학 교수 서예동호회 ‘수서회’ 회원들과 함께 24일부터 30일까지 서울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에서 ‘아름다운 동행-성공회대 교수 서화전’을 연다. 2007년 전시회 이후 4년 만이다.
전시회는 미등록 학생 장학금 마련을 위해 기획됐다. 수익금은 전액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전달될 계획이다. 양권석 총장(54)을 비롯해 교수 20여명과 신문방송학과 재학생인 방송인 김제동씨(37), 문정은 총학생회장(26)도 동참했다. 모두 34명이 참여해 47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회에 참여한 교수들은 여름 내내 새천년 교수 휴게실에 머물며 ‘글씨공부’를 했다.
수서회 회장 김창남 교수(51)는 “등록금 문제는 장학금으로 해결해야 할 것이 아니라 교육의 의미를 근원적으로 고찰해야 하는 구조적 문제”라며 “당장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공유하고 싶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신영복 교수도 “큰 도움이 되지는 않겠지만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한 학생들과 심정이나마 공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문정은 총학생회장은 “전시회 취지가 알려졌을 때 많은 학생이 격려와 위로를 받았다는 문자를 보내와 공감의 힘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신영복 교수가 이번에 내놓는 작품에는 신 교수의 인생 여정과 교육 철학이 오롯이 담겨 있다. 그는 1941년 경남 밀양의 교육자 집안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숙명여대와 육군사관학교에서 강의를 했으나,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에 휘말리면서 1988년 가석방으로 출소하기까지 20년간 복역했다. 신 교수는 감옥생활 초창기에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절망했으나 복역 기간에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면서 인생관이 바뀌었다고 저서 <나무야 나무야> 등에서 고백한 바 있다.
감옥에서 만난 목수가 집을 주춧돌부터 그리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거나, 서구 학문만을 중시하던 상태에서 비전향 장기수인 한학자 노촌 이구영 선생으로부터 고전을 배운 일은 유명하다.
신 교수는 모두 5점의 작품을 출품했다. 대중적으로 유명한 ‘처음처럼’과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 나오는 ‘여름징역살이’란 수필과 고사성어 석과불식(碩果不食)을 붓글씨로 썼다. 또 판소리 춘향가와 당나라 때 문인 유종원의 종수곽탁타전(種樹郭駝傳)을 각각 6폭 병풍과 2폭 병풍에 써서 전시한다. 신교수는 “종수곽탁타전은 교육철학이 마음에 들어서 선택했다”고 말했다. 종수곽탁타전은 당나라 때 나무 잘 기르기로 소문난 정원사 곽탁타의 비법을 전한 것으로 “그저 나무가 하고 싶은대로 둔다”는 구절이 담겨 있다고 했다.
분류 | 제목 | 게재일 | 미디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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