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이름 | 눈물의 김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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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크기 | 98.0×33.0cm |
새벽 두시 김밥을 먹는다
피멍든 몸을 떨어가며
갈라터진 혓바닥에 침 적셔가며
안기부 지하밀실 야식을 먹는다
방금까지
비명 터진던 고문장에서
목메인 김밥을 씹어먹는다
마른버짐 볼에 핀 어린날이었던가
소풍 가서 먹었지 달디단 그 김밥
잔업 때 억지로 삼키던 팍팍한 매점 김밥
지난 여름이었지 울산 가는 기차를 타고
아영이랑 나눠 먹던 그리운 김치김밥
앞으로 아홉밤-
살아나가자 기어코 이겨서
이 참혹한 고문의 밤을 끝끝내 뚫고
떳떳한 목숨으로 살아 나가자
아 만약 나 살아 나간다면
언젠가 어느날인가 햇살 온몸에 다시 받는다면
사랑하는 사람들과 김밥을 싸들고
아주
천천히 아주 천천히 걸어가보리라
가서 들꽃처럼 정결한 웃음에 젖어
촉촉한 눈물의 김밥을 먹으리라
술냄새 풍기는
건장한 고문자들에 싸여
군복에 검정고무신 신고 짐승처럼 떨며
꾸역꾸역 모멸찬 김밥을 먹는다
안기부 지하밀실 고무장,잠시 후
시작될
처절한 공포의 순간들을 씹으며
피맺힌 적개심으로 씹으며
새벽 두시 눈물의 김밥을 먹는다
박노해의 詩 눈물의 김밥을 쓰다
- 서예작품집『손잡고더불어』199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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