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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재일 2016-01-19
미디어 한겨레신문

[한겨레 프리즘] 신영복 교수님과 곡기 / 김양중



“선생님은 어떻게 연애를 하셨나요?” 1992년 겨울 성공회대에서 만난 신영복 교수님에게 내가 던진 질문이다. 몇몇 선배들과 함께 만났는데, 선배들은 제일 후배였던 나에게 질문을 하게 했다. 여러 선배들은 감옥 생활을 비롯해 신 교수님의 철학 등 거창한 질문을 할 것으로 기대했는지, 다소 황당하다는 표정들이었다. 당시 대학생의 필독서였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읽은 뒤라, 신 교수님이 오랜 감옥 생활 뒤 50살에 가까운 나이에 결혼을 하게 된 사연이 궁금했다. 신 교수님의 답이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꽤 긴 시간에 걸쳐 연애와 사랑에 대해 설명했던 기억이 난다. 이어 의과대학에 다닌다고 소개하니 감옥에서 만난 이구영 선생 얘기를 길게 하셨다. 어떤 책의 290페이지에 바늘을 하나 꽂아 두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서 아픈 이들에게 침을 놓았다는 회고담이었다. 그분도 장기수였는데, 감옥에서 침술을 연마하신 모양이다. 이 선생의 침술 실력이 대단해 고문을 받아 여러 질환을 앓고 있는 장기수들의 많은 질병을 고쳤다는 말씀을 하시면서, 어려운 형편에 있는 환자들에게 좋은 의사가 되라는 말씀도 해주셨다.


이후에 잊고 지내다가 신 교수님을 다시 만난 것은 10여년이 흐른 2003년이었다. 성공회대 교수들이 주축이 된 축구팀과 경기를 했는데, 당시 신 교수님은 60살을 넘긴 나이에도 열심히 뛰셨고 축구 실력도 뛰어나셨다. 상대편으로 맞서면서 축구에 열중하다 보니 10여년 전에 뵈었다는 얘기도 못 나눴지만, 감옥에서 20년 동안 지내면서 갖은 고문까지 당했던 신 교수님의 건강이 괜찮아 보여서 다소 안심이 됐던 기억이 난다.


많은 이들의 정신적인 스승으로 남아 계실 줄만 알았던 신 교수님이 지난 주말 별세했다는 얘기를 듣고 적지 않게 놀랐다. 또 마음 한편이 무너지는 듯 허탈함마저 생겼다. 신 교수님의 영결식 기사를 보니, 이런 감정을 느낀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신 교수님의 명복을 다시 한번 빌 뿐이다.


신 교수님의 별세 소식을 기사로 읽다 보니, 악성 흑색종이라는 피부암을 앓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서양인들이 잘 걸리는 피부암의 한 종류인데, 다른 조직으로 전이가 잘 되는 암이라서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되면 예후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 교수님은 암의 가장 심각한 증상인 통증이 너무 강해 무척 시달렸고, 가장 효과가 크다는 마약성 진통제를 썼는데도 통증을 가라앉히지 못할 정도가 됐다고 한다. 이후 스스로 곡기를 끊고 운명을 달리하신 것이다. 자신의 존엄을 지켜가며, 삶을 마감하는 방식마저 선택하신 것 같다. 신 교수님답다고 느꼈다.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했던 김 할머니에 대해 인공호흡기 장착 등과 같은 연명치료를 중단해도 된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2009년 나온 뒤 연명치료의 범위를 두고 논란이 벌어진 적이 있다. 현대의학으로는 더 이상 치료가 불가능한 환자에게 하는 인공호흡기 장착이나 심폐소생술은 연명치료 범주에 들어 중단할 수 있지만 물이나 영양분 공급은 계속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암 분야 몇몇 전문의들은 영양분을 공급하면 암세포가 이를 흡수해 더 빨리 자라나 환자를 더욱 고통스럽게 한다며 이에 반대하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최근 관련 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이런 논의는 또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가에 대해 우리 사회에 큰 깨달음을 주신 신 교수님이 선택한 죽음의 방식을 고민해보도록 조심스럽게 권하고 싶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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