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복론] ‘신영복 사상’, 21세기 문명사상으로 다듬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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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재일 2018-03-22
미디어 한겨레 최원형

신영복 사상’, 21세기 문명사상으로 다듬어낼 수 있을까 -한겨레신문


등록 :2018-03-22 20:56수정 :2018-03-22 21:19

성공회대 우이인문학연구소 등

2주기 맞아 신영복 사상연구 착수

개념용어사전출간, 중국어·영어 번역

“21세기 새로운 문명과 사회원리 제시


시대의 어른으로 존경받았던 고 쇠귀 신영복(1941~2016·사진)이 보여준 깊이 있는 사유와 성찰은 하나의 사상이 될 수 있을까?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강의> <담론> 등 신영복의 저술들은 베스트셀러가 될 정도로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가 깊은 울림을 줬다. 다만 그 저술들은 옥중편지, 강의록, 강연집, 여행기 등 다양한 형태를 띠고 있기에, 흔히 생각하듯 촘촘하게 짜여진 학문적 체계로서의 사상과는 거리가 멀다. 이런 저술들이 나오게 된 배경에는 개념과 논리 중심의 선형적 지식은 지식이라기보다 지식의 파편이며, 세상은 조각 모음이 아니고 줄 세울 수도 없다는 신영복만의 독특한 세계 인식이 있었다. 신영복 스스로 역사의 어느 시대이든 공부는 당대의 문맥을 뛰어넘는 탈문맥의 창조적 실천이라고 했듯, 그가 탈문맥적으로 열어둔 사유와 성찰의 편린들을 모아 다시 사상으로 다듬는 과정은 후대에게 맡겨진 창조적 실천이 될 것이다.

세상을 떠난 지 2년을 맞아 신영복 사상을 정리하는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지난 21일 저녁 성공회대에서는 신영복 저작과 실천을 연구·집적하여 그 사상화를 이루는 작업의 일환으로 신영복 사상화의 기획과 전망이란 제목의 콜로키움이 열렸다. 신영복 사상을 계승, 발전시키려는 목적으로 최근 설립된 우이인문학연구소와 신영복 저작들을 중국어·영어로 옮기는 등의 작업을 펴는 신영복 저작선집 중·영 번역 및 아시아 사상화 연구팀이 함께 주최한다. 이 콜로키움은 앞으로 격월로 10여차례 열리며 신영복 사상을 구체적으로 다듬어나갈 계획이다. 백원담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장은 신영복 저작과 실천에 대한 논의와 연구를 통해 신영복 사상의 전체 면모를 가시화하고 그 사상적 범주의 방대함과 심도를 신영복 문명사상으로 체계화하는 작업을 모색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냉전적 세계질서가 강고했던 시기 정치경제학도였던 신영복은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20년 동안 수감 생활을 하면서 동양 고전을 천착했고, 다양한 공부를 더해 자신만의 통합적인 사유를 펼쳤다. 무엇보다 차이와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결정론을 거부하고 다원평등, 공존과 평화를 추구하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의 관계론은 신영복 사유의 요체로 꼽힌다.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백원담 교수는 한반도 평화체제의 구축, 더 나아가 식민-냉전-전지구화의 패권을 극복하고 아시아와 제3세계가 주변이 아닌 주축이 되는 세계사적 전환에서 제시되어야 할 새로운 관계상을 정립할 경로로서, 신영복 사유의 사상사적 연구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다만 관계론적인 세계 인식의 열린 틀을 추구하며 촘촘한 논증과정 등 우리에게 익숙한 결정론적인 선형적 지식 체계에 갇히지 않았던 그의 사유를 정리하는 작업은 쉬운 일이 아닐 터. 이날 콜로키움에서 발표에 나선 백원담 교수는 <들뢰즈 개념어사전>, <프랑스 현대 철학의 용어> 등을 참고하여 신영복 <개념용어사전>’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가 특정한 이유에서 어떤 내력을 가진 표현을 사용한다면, ‘개념어사전을 통해 이 표현들의 목록을 작성하고 그 의미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것. 백 교수는 신영복의 저작과 강의 등 기존 출판·번역된 저서 및 강의록들을 총망라하여 연구진이 전공분야 별로 주요 개념을 선정하고 해제를 해나가는 방식으로 <개념용어사전>을 구성해갈 것이라며, “내년 3주기 때까지 출간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개념용어사전>과 함께, 신영복 저작을 중국어와 영어로 번역하는 작업도 주된 과제로 제시했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2015년 중화권에서 출간된 바 있으나, 이 저작이 갖는 시대적인 의미와 사상적 배경이 전혀 담기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백 교수는 단지 하나의 민족어에서 다른 민족어로 옮겨지는 차원이 아니라 21세기 새로운 문명과 사회의 구성 원리를 고민할 수 있는, 곧 문화의 회통과 사상의 교감을 이뤄낼 수 있는 번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다른 발표자 김진업 우이인문학연구소장은 신영복 사상이 제시하는 관계론적 패러다임이 고전과학의 기계적 세계관에서 벗어나 관계를 존재의 기본 형식으로 파악하고 있는 현대과학의 흐름과도 맞닿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근대철학과 서양인본주의, 가짜 사회과학이 강제하는 이데올로기의 허위의식을 깨닫고, 서로가 서로를 가르치는 교육과 자기계몽이 역사변동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는 점에서 신영복 사상은 성찰의 과학이라고 풀이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837336.html#csidx5a70c1f87fb9124b23c107f57003a4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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