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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재일 2000-08-10
미디어 아름드리미디어

아름다운 극복

- 나카자와 게이지의 <맨발의 겐>추천글 -

 


 

이 책의 제목 '맨발의 겐'에 관하여 저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겐'은 주인공인 어린 소년의 이름이다. 겐(元)이란 원소(元素)라는 뜻이지만 인간성의 근원(根源)이란 의미도 담고 있다. 그리고 '맨발'은 원폭투하로 폐허가 된 대지를 굳세게 밟는다는 뜻이다.  
"인간이란 어리석게도 인종편견과 종교분쟁으로 말미암아 그리고 무기를 양산하는 죽음의 상인들의 간계로 말미암아 끊임없이 전쟁과 핵무기의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 . . 평화에 대한 갈망, 그리고 고난을 이겨내는 용기가 독자들에게 전해진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다."
'맨발의 겐'에 부치는 저자의 염원이다.

 

저자가 밝힌 바와 같이 '맨발의 겐'은 반전, 반핵, 평화를 기조로 하면서 군국주의 일본을 고발하고 천황제를 반대하고 그리고 조선인을 비롯한 외국인에 대한 차별을 비판한다. 이것은 무거운 정치적 주장이다. 당연한 주장이기는 하나 자칫 감동적 공감을 이끌어내기가 어려운 주제이다. 그러나 '맨발의 겐'은 어린 소년 겐의 천진난만한 모습을 통하여 이러한 주제를 감동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이것이 바로 이 책의 뛰어남이다. 어린 소년 겐의 웃음과 눈물이 그대로 읽는 사람들의 가슴을 파고 든다.
그 이유는 주인공 겐이 바로 저자인 나카자와 게이지(中澤啓治) 그 자신이기 때문이다. 그는 2차대전 막바지의 그 참혹한 현실과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투하되고 난 뒤의 처절한 폐허를 어린 소년의 몸으로 몸소 겪었다. 절절한 경험이 그 바탕에 깔려 있지 않고는 결코 그려낼 수 없는 진실들이 그러한 감동을 안겨주고 있는 것이다.

 

1945년 8월 6일 월요일 오전 8시 15분 등교길에서 초등학교 1학년인 겐은 원폭투하를 만난다. 원폭투하는 히로시마의 시간을 멈추게 하였다. 집밖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피부를 녹이고 가공할 열선과 폭풍이 모든 건물을 파괴하고 모든 것을 불태우는 인류역사상 최대의 재난속으로 추락한다. 그는 무너진 건물에 깔린 아버지와 누나 그리고 동생이 눈앞에서 불길에 휩싸이는 광경을 보고 있어야만 했었고 그 비명소리를 들어야 했었고 또 불길을 피해 달아나지 않을 수 없었다.

 

1966년 피폭자인 어머니가 7년간의 투병 끝에 사망한다. 그 시신을 화장하면서 그는 다시 한번 경악하게 된다. 어머니의 시신에서는 뼈가 없었던 것이다. 원폭 방사능 세슘이 어머니의 골수에 파고들어 뼈를 녹여갔던 것이다. 나카자와 게이지의 작품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일본의 군국주의자들과 원폭투하의 장본인인 미국을 그는 용서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놀라운 것은 그처럼 침통한 비극을 바탕에 깔고 있으면서도 겐의 모습은 참으로 천진난만하고 낙천적이다. 인간의 본성과 의지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느끼게 한다. 바로 이러한 나카자와의 인간을 보는 시각이 만화 '맨발의 겐'을 수많은 수상대에 올려놓고 있다고 믿는다. 번역에 이어 영화로 제작되고 에니메이션으로 제작되었으며 일본문부성 그리고 일본 PTA전국협의회 등 수많은 단체로부터 우수작품으로 특천되기에 이른다. 당연히 모든 학교도서관 그리고 마을 도서관에 이 책이 꽂히게 된다.

 

반전사상이든 반핵평화사상이든 우리가 어떤 사상을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다. 그러나 정작 어려운 것은  그러한 사상을 우리들의 일상생활에서 삶의 정서로서 일관되게 지니고 살아가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맨발의 겐'은 당시 일본사회의 생활과 문화를 자세하게 펼쳐내고 그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숱한 인간상을 통하여 그러한 사상을 일상생활의 내부에서 녹여내고 있다. 필자는 이 책으로부터 '사상'이란 것에 대하여 다시 한번 돌이켜보게 되었다. 비록 자기가 이해하고 있다고 하더라고 그것이 곧 자기의 사상이라고 할 수 없으며, 비록 자기가 주장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곧 자기의 사상이라고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지 않을 수 없었다.
삶과 사상의 조화, 이것은 자기관리의 기본과제라고 생각된다. 그런 점에서 생활의 작은 골목에서 자신의 생각을 키워갈 수밖에 없는 어린이들에게는 이 책이 훌륭한 자양이 되리라고 믿는다. 더구나 유년시절의 정서와 사고가 사실은 한 인간의 사상적 토대를 이루는 것임을 부인할 수 없다면 이 책이 갖는 의미는 더욱 크다고 생각된다.

 

동북아 질서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을뿐 아니라 남북의 교류와 협력 그리고 통일이 당면의 과제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우리현실이다. 이 모든 변화의 과정에서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중심에 놓아야 하는 원칙으로서는 무엇보다도 '반전평화'을 들지 않을 수 없다. 우리들이 매몰되고 있는 냉전적 이데올로기를 반성하고 전쟁이 얼마나 비인간적인가, 그리고 평화가 얼마나 고귀한 것인가를 다시 한번 다짐하는 일이 선결과제가 아닐 수 없다. '맨발의 겐'은 결코 2차대전의 히로시마에 일어났던 일회적 사건으로서만 읽히지는 않을 것이다.

 

아름드리 출판사는 아트 슈피겔만의 '쥐'를 번역출판하여 내놓음으로써 만화에 대한 선입견을 깨트리고 만화의 위상을 격상시켰던 기억이 새롭다. 이 '맨발의 겐' 역시 그러한 감동을 많은 사람들에게 안겨주리라 믿는다.

 


 

아름드리미디어 2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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