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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재일 2016-01-26
미디어 한국농어민신문_이상길

[이상길의 시선] 신영복 선생과 농어촌 작은 학교의 의미

이상길 논설실장·선임기자 


 [2788호] 2016.01.29       
 

지난 15일 세상을 떠난 신영복 선생. 국가 권력에 의한 20년 옥살이에 청춘을 빼앗기고도, ‘공감과 연대’의 위대한 가르침으로 세상을 비춘 시대의 큰 스승이다. 


그가 전하는 주옥같은 말씀 가운데 ‘함께 맞는 비’라는 글귀가 있다. 저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중에서 그 의미를 찾아보면 “돕는다는 것은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으며 함께 걸어가는 공감과 연대의 확인”이다. ‘대가’를 바라거나 ‘동정’이 아닌, 타인의 입장과 하나가 되라는 뜻이다. “나무가 나무에게 말했다. 우리 더불어 숲이 되어 지키자”는 ‘더불어 숲’도 같은 맥락이다.


선생은 노자의 ‘상선약수’(上善若水) 철학을 빌어 ‘물은 낮은 곳으로 흘러서 바다가 된다’며 ‘낮은 곳으로 지향하는 연대’를 일깨웠다. 각 부문이 각자의 존재성을 키우려는 의지 대신에 보다 약하고 뒤처진 부문과 연대해 나가는 결집 방법이다. 그래서 그는 ‘변방’에 주목했다. 늘 ‘중심부’와 ‘주류담론’이 아닌 ‘비판적’ ‘대안적’ 담론으로 ‘변방’을 주목하고 그곳에서 세상을 바라보았다.


자국의 모순을 ‘세계화’로 해결하려고 하는 ‘중심부’에 의해 무너져 가는 농촌은 그에게 ‘변방’이었지만, 동시에 ‘희망’이었다. 신영복 선생은 1996년 ‘나무야 나무야’에서 그와 옥살이를 함께 했던 친구가 다녔다는 전남 화순의 한 폐교를 찾아 세계화로 농촌이 해체되고 아이들이 떠난 학교를 안타까워했다. “이제 농업은 단 하나의 잣대인 시장경제의 원리에 의하여 그 운명이 재단될 것이라는 당신의 전망은 차라리 절망입니다...우리는 이제 어린이가 없는 농촌, 농촌이 없는 도시, 농업이 없는 나라, 농민이 없는 민족으로 21세기를 살아가야 될 지도 모릅니다.”


선생은 이런 절망 가운데 농촌의 작은 학교에서 희망을 찾았다. 그는 2012년 발간된 저서 ‘변방을 찾아서’의 첫 머리를 학생 수가 5명으로 줄어 한 때 폐교 위기에 몰렸다가 살아난 ‘해남 송지초등 서정분교’에서 시작했다.


이 학교에선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소통하며 민주적으로 학교를 운영한다. 아이들은 공부하는 시간외엔 교실에서, 운동장에서, 근처 냇가에서 신나게 논다. 뒤뜰 야영, 농사 체험, 목공예, 축구, 생활 도자기, 바이올린, 외발자전거 타기도 한다. 작은 학교 살리기에 뜻을 같이하는 교사들이 근무 기간 4년을 넘어 1~2년간 더 머물기도 했다.


“농촌 현실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인구가 줄고 작은 학교는 폐교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 비준까지 앞두고 있어요. 해남도 우리 시대의 변방인 농촌이고, 그중에서도 분교는 주류 담론과 근대적 가치에서 소외된 곳입니다. 그러나 저는 이곳에서 우리가 잃고 있는 것을 다시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심부의 시각으로 변방을 보는 것이 아니라, 변방에서 우리 사회 중심부를 바라보고 고민하는 일이 필요한 것이지요.” 선생이 작은 학교를 아낀 까닭이다. 신영복 선생이 선물한 ‘꿈을 담는 도서관’이라는 글씨로 도서실에 현판을 한 ‘해남 송지초등 서정분교’는 지역주민들과 교사들의 노력으로 학생이 80명까지 늘어 지난해 ‘서정초등학교’로 승격되는 기적을 일궜다.


그러나 정부는 이런 작은 학교의 가치를 외면하고 있다. 많은 시도 교육청에서 작은 학교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것과는 달리 시장의 논리, 효율성의 논리로 소규모 학교를 통폐합하는 정책을 가속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학교통폐합 권고기준을 대폭 강화해, 농어촌 학교의 더 많은 수가 문을 닫아야 한다.


학교는 교육기관을 넘어 지역의 구심체이자 문화의 중심지, 마을공동체의 터전이다. 학교가 사라지면 주민 이탈은 더욱 가속화되고, 농촌사회 해체가 가속화될 것이다. 한편으론 귀농귀촌을 장려하면서, 한편에선 농촌 해체를 부르는 학교통폐합을 추진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신영복 선생은 “농촌의 국민학교는 마을의 꽃이고 미래”라며 “떠나간 어린이들이 꽃잎 흩날리며 돌아올 날 기다립니다”고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이는 “사람이 땅을 버리고 살아갈 수 없음을 알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가진 것이 없는 자들에겐 점점 더 엄혹하고 무도한 시대이기에, 변방에서 희망을 찾고, 낮은곳에서 숲을 일구고자 했던 큰 스승, 신영복 선생의 빈자리가 벌써부터 크다. 그 빈자리를 채우고 모두 상생하는 길은 결국 선생이 제시한 ‘더불어 함께’ ‘낮은 곳으로의 연대’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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