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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재일 2016-01-20
미디어 화이트페이퍼_정미경

신영복 선생의 귀한 가르침 ‘콜럼부스의 달걀’

[책속의 명문장]<처음처럼> 신영복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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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페이퍼=정미경 기자] 발상의 전환에 대해 이야기할 때 자주 인용하는 예가 있다. 바로 ‘콜럼부스의 달걀’이다. 이것에 대해 전혀 다른 해석을 하는 사람이 있다. 신영복 선생이다. 고 신영복 선생의 서화 에세이 <처음처럼>(랜덤하우스코리아. 2007)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다. 그간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해주는 글이다.


“콜럼부스의 달걀은 발상전환發想轉換의 전형적 일화입니다. 발상의 전환 없이는 결코 경쟁에 이길 수 없다는 신자유주의의 메시지로 오늘날도 변함없이 예찬되고 있습니다. 아무도 달걀을 세우지 못했지만 콜럼부스는 달걀의 모서리를 깨트림으로써 쉽게 세웠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발상전환의 창조성이라고 하기보다는 생명 그 자체를 서슴지 않고 깨트릴 수 있는 비정한 폭력성이라 해야 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감히 달걀을 깨트릴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은 그것이 생명이기 때문입니다. 달걀이 둥근 모양인 것은 그 속의 생명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서입니다. 모角지지 않고 둥글어야 어미가 가슴에 품고 굴리면서 골고루 체온을 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타원형의 모양으로 만들어 멀리 굴러가지 않도록 하거나, 혹시 멀리 굴러가더라도 다시 돌아오게 한 것 모두 생명을 지키기 위한 고뇌의 산물입니다. 그러한 달걀을 차마 깨트리려는 생각을 하지 못하는 사람과 그것을 서슴없이 깨트려 세울 수 있는 사람의 차이는 단지 발상의 차이가 아닙니다. 인간성의 차이라고 해야 합니다.


이것은 콜럼부스 개인의 이야기가 아님은 물론입니다. 그것을 천재적인 발상전환이라고 예찬하고 있는 우리들의 이야기임은 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콜럼부스가 도착한 이후, 대륙에는 과연 무수한 생명이 깨트려지는 소리로 가득 찼습니다. 생명이 무참하게 파괴되는 소리는 콜럼부스의 달걀에서부터 오늘날의 이라크에 이르기까지 세계의 곳곳에서 끊임없이 이어져 오고 있음이 사실입니다.” (p.69)



[책속의 명문장] 신영복 선생 명언 '어제의 역사가 생각의 서가에...'


지난 주말 우리 시대의 어른 한 분이 떠나셨다. 고인의 말과 글은 많은 사람에게 큰 깨달음과 깊은 울림을 남겼다. 신영복 선생의 글 중 ‘찬 벽壁’이 무뎌딘 감성을 일깨워준다. 


“기상 시간 전에 옆 사람 깨우지 않도록 조용히 몸을 뽑아 벽 기대어 앉으면, 싸늘한 벽의 냉기가 나를 깨우기 시작합니다. 나에게는 이때가 하루의 가장 맑은 시간입니다. 겪은 일, 읽은 글, 만난 인정, 들은 사정……. 밤의 긴 터널 속에서 여과된 어제의 역사들이 내 생각의 서가書架에 가지런히 정돈되는 시간입니다.


                      

금년도 며칠 남지 않은 오늘 새벽은 눈 뒤끝의 매서운 바람이, 세월의 아픈 채찍이, 불혹의 나이가 준엄한 음성으로 나의 현재를 묻습니다.


손가락을 베이면 그 상처의 통증 때문에 다친 손가락이 각성되고 보호된다는 그 아픔의 참뜻을 모르지 않으면서, 성급한 충동보다는, 한 번의 용맹보다는, 결과로서 수용되는 지혜보다는, 끊임없는 시작이, 매일 매일의 약속이, 과정에 널린 우직한 아픔이 우리의 깊은 내면을, 우리의 높은 정신을 이룩하는 것임을 모르지 않으면서, 스스로 충동에 능能하고, 우연에 승勝하고, 아픔에 겨워하며 매양 매듭 고운 손, 수월한 안거安居에 연연한 채 한 마리 미운 오리새끼로 자신을 가두어 오지 않았는지…….


겨울바람은 겨울 나그네가 가장 먼저 듣는 법. 세모歲暮의 맑은 시간에 나는 내가 가장 먼저 깨달을 수 있는 생각에 정일精一하려고 합니다.” (p.147)


고 신영복 선생의 서화 에세이 <처음처럼>(랜덤하우스코리아. 2007)에 실린 글이다. 흐트러진 생각을 가지런히 정리하게 된다. 우리의 깊은 내면을 들여다보게 한다. 차가운 겨울날을 기꺼이 견딜 수 있는 힘을 주기도 한다. 


정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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