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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재일 2008-04-01
미디어 경향신문_조호연사회에디터 대담_오동근기자
[독립언론 10년 경향]“진정·겸손하게 실천하면 사회모순 치유된다”
2008년 4월 1일
 
ㆍ신영복 교수에게 듣는다

대담=조호연 사회 에디터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67)의 언어는 정중하고 신중했다.

질문이 나오면 반드시 시간을 두고 대답에 필요한 생각을 정리했다. 대답할 때는 적절하면서도 배려하는 용어를 구사했다.

그런 신 교수도 한반도 대운하, 영어교육, 노동운동에 대한 법질서 강조 등 이명박 정부 정책에 대해서는 어조가 강해졌다. 한국 사회의 천민성과 언론의 정파성도 지적했다.

경향신문 독립언론 10주년을 기념해 가진 그와의 인터뷰는 지난달 27일 경향신문과, 그가 한때 복역한 옛 서대문형무소 자리인 독립문공원을 오가며 3시간여 동안 이뤄졌다.

-지난해 정년퇴임하셨는데 요즘 어떻게 지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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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27일 옛 서대문형무소 자리, 독립문 공원을 찾은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67·왼쪽)가 조호연 경향신문 사회 에디터에게 건물 구조를 설명하고 있다. 20여년 동안 감옥생활을 한 신 교수는 이곳에서도 수형생활을 한 바 있다. <서성일기자>
“시원하게 어디론가 떠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하고 석좌교수로 학교에 남아 있습니다. 학부 강의도 하고 대학원 강의도 합니다. 또 사회단체나 학교에서 특강을 합니다. 퇴임 후로 미뤘던 집필 계획은 진척이 안 되고 있습니다. 제가 그동안 가르쳤던 정치경제학이나 사회과학입문, 사회과학 담론을 중심으로 일반인들이나 대학 초년생을 대상으로 하는 책을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옥중 서신체인데, 당국의 검열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내 쪽에서 자기 검열을 엄격하게 해서 거기 행간에 묻어둔 얘기가 많이 있습니다. 그 편지에 쓰지 못한 수많은 얘기들을 언젠가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20여년간 감옥생활을 하셨는데 교도소 탈출을 다룬 미국 영화 ‘쇼생크 탈출’을 보셨는지요.

“그 영화가 수입됐을 때 수입사로부터 시사회 초청을 받았는데 안 갔습니다. 그 후에 후배와 극장에서 같이 봤는데, 내가 겪은 20년과 유사성도 많고, 참 좋은 영화라 생각했습니다. 관련 글을 쓸 생각도 했습니다. 영화 주인공처럼 저도 감옥에서 20년 살았습니다.”

-고3 아들 학부모이신데 우리 교육현실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우리 교육은 입시위주 교육입니다. 대학은 취업을 준비하는 곳으로 전락했습니다. 이러한 교육현장의 실상은 곧 우리 사회의 진면목을 그대로 보여주는 상징이라고 생각합니다. 인문학적 가치가 실종되고 물질적인 경제주의 일변도로 바뀌고…. 거기다가 치열한 경쟁논리까지…. 장기적인 성찰이 없고 실용적·기능적 교육에 머물고 있습니다. 사회도 이와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서울시의 교통문제가 신호체계를 바꾼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듯 교육도 입시만 해결해서 될 문제는 아닙니다. 우리 사회의 총체적인 가치관에 대한 성찰이 있어야 하고 장기적 재구성이 돼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사회의 인텔리의 재생산 시스템이 중요한데, 소위 원정출산에서 보여주듯이 거의 대외의존적인 형태로 완벽하게 바뀌고 있습니다.”

-정부의 영어 공교육 강화 방안에 대해서도 비판이 많은데요.

“영어교육은 필요합니다. 글로벌 시대에 두 가지 이상 언어 구사하는 게 창의성·창발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견해도 있고요. 그러나 학생들 모두가 몰입교육해야 합니까? 세계화는 객관적인 현실이지만 모든 인적자원을 올인하는 것은 불필요합니다. 그 쪽과 관련된 전문적인 사람에 대한 몰입교육은 필요하지만 그건 특별한 사람만 해당하는 겁니다. 오히려 창의성이나 우리 문화에 대한 자부심까지 고려한다면 우리만의 고유한 사유방식이 존중돼야 합니다. 언어가 단순한 의사전달 수단이 아니라 의식의 틀이기 때문에 신중해야 합니다.”

-정부의 경제살리기 방식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WTO 이후 세계경제질서는 선진 자본의 축적운동양식이 어떤 애로에 직면하면서 다른 형태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을 주목해야 합니다. 금융자본은 산업자본과 달리 가치생산과 무관합니다. 그야말로 패권적 논리, 큰 자본이 작은 자본을 흡수하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21세기 들어와서 불안정한 세계경제는 금융자본의 자본축적 형식은 우려스럽습니다. 경제살리기 정책도 현실적 측면에서 국제질서에 거부할 수 없는 측면은 있습니다. 달리는 열차에서 뛰어내릴 수 없으니까요. 그러나 영어정책처럼 경제정책도 이런 질서가 장기적으로 지속할 수 있을지를 재고해야 합니다. 그 점에서 중장기적인 다양한 경제정책을 병행해야 합니다. 우리 어머니세대만 해도 제일 걱정하는 게 연탄과 쌀, 즉 에너지와 식량이었습니다. 이것은 어느 국가경제에서도 기본적인 조건입니다. 경제살리기는 지나치게 단기적인 방식, 즉 대증요법식입니다. 한방에서 말하듯이 체력을 구하고 펀더멘털을 튼튼히 해야 한다고 하는데 그 개념 자체가 펀더멘털하지 않다는 모순이 있습니다.”

-정부의 ‘7·4·7’ 공약으로 국민들이 만족할 만한 경제성장이나 삶의 질 제고가 이뤄지리라 보시는지요.

“저는 7·4·7이라는 양적 공약도 의문시되고…. 한국이 처한 국제적 위상이나 달러헤게모니가 기축이 된 세계질서 자체도 불안정할 뿐 아니라 7·4·7공약이 수치나 물량에서 달성이 불가능하고…. 최근에는 삶의 질에 관한 담론도 여러 분야에서 제기되고 있다는 점에서 조금 더 우리가 이런 상황에 많이 노출되면 근본적인 사고의 변화도 요구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경제를 ‘어떻게’가 아니라 ‘왜’ 살리는가. 사람을 살린다면서 멀쩡한 사람을 내쫓고 양극화하는 게 옳은 건지 근본적 반성이 필요합니다.”

-한국 사회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지금 한국은 너무 천민화되어 있습니다. 그 점이 일단 반성이 되어야 합니다. 한 사회를 사고할 경우에는 그 사회의 가장 중요하고 근본적인 것을 직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마치 초겨울에 나무가 잎사귀를 다 털듯(葉落糞本·낙엽이 떨어져 뿌리를 키우는 거름이 된다는 뜻) 사회의 기본적 구조를 직시해야 합니다. 우리의 가장 중요한 가치를 직시하고 허위의식이라는 거품을 털어내고 근본적 가치를 키워야 합니다. 그게 인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인문학적 가치가 실종되는 현실이 우리가 공유하는 근본철학의 부재와 관련이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말하자면 프랑스 철학이나 현대 철학이 하는 문제설정의 기본은 탈근대입니다. 그건 다시 말해 일종의 존재론적 패러다임입니다. 근대 사회의 특징으로 개인이든 국가든 어떤 자본집단이든 자기 존재성을 강화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전개과정을 보면 그것이 세계화되는 과정이 아닌가요. 개인의 위상이나 경쟁력이나 존재성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개인이 집단에 매몰되어 있던 전근대에 비하면 인권, 자유에서 혁명적인 합리성을 갖지만, 그것이 이제 과도하게 물질주의적인 가치에 매몰되어 있고 자기중심적인, 그래서 국내적으로 독점화, 세계적으로 패권화되지 않았습니까. 뒤돌아보면 우리나라도 그런 기획이 오래 됐습니다. 지금은 우파논리가 힘을 얻지만 식민지시대에도 기본적으로는 근대화논리였습니다. 산업화시대 이후 지금도 근대사회를 기본으로 하는 국가계획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우리의 경우는 오히려 패권국가의 위상에서 아주 극단적인 표현을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장교제국주의’는 못하고 대신 ‘하사관제국주의’가 아닌가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논란이 뜨겁습니다.

“대운하 공약 자체가 다분히 정치적이고 선정적인 공약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그게 현실적으로 힘을 받지 않을까라고 우려하는 이유는 우리 나라 건설자본의 규모나 힘이 세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추진되지 않을까라는 고민이 있습니다. 공약으로 내세웠는데 정말 빈 공약으로 만들지 않으려는 정치적 이유도 있을테고요. 일자리 창출같은 경제논리로 보자면 구시대적인 발상입니다. 우리 경제는 선진국형 제체로 바뀌었는데, 건설현장의 일자리 창출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전문가들의 분석에 의하면 대운하의 경제적 효과는 실제 주장하는 것보다 훨씬 작고 그것이 가져오는 환경파괴, 자본이나 물량의 낭비가 있을 거라고 하는데 이 문제는 공약이라서 추진돼야 한다기보다는 광범위한 합의를 반드시 거쳐서 재검토해야 할 사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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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 선생의 경향신문 독립언론 10주년 축하 휘호. 경향신문이 독립언론으로서 한국사회 소통의 중심이 되라는 의미에서 왼편에 통할 통(通)자를 썼다. 그리고 그 활발한 소통이 민주주의라는 나무를 푸르게 가꿀 것이라는 기대를 담아 나무를 형상화했다.

-노동자의 복지보다 법과 질서를 강조하는 정부에 대해 노동계 쪽 우려가 많은데요.

“사실 따지고 보면 친기업적인 정책기조는 오래된 것이라고 봅니다. 산업화시대엔 대기업중심의 산업화정책을 펼쳤습니다. 저임금 개발독재라는 조어가 공유될 정도로 친기업적인 산업정책기조였는데, 최근 민주화과정에서 그동안 억압됐던 노동문제가 표면에 드러났습니다. 정부의 준법요구는 (이전 정권들의 친기업적 성향의) 그 연장선에 있는 것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본질적으로는 크게 달라진 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준법이라는 요구도 노동운동을 제약하는 여러 종류의 노동법이 엄존하는 상황에서 준법 이전에 그런 억압적인 법들을 개정하는 수순도 동시에 밟아야 하지 않겠는가 합니다. 그런 연후에 준법을 요구해야 합니다.”

-지난 20여년간의 노동운동은 민주화나 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높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적지 않은 사람들이 노동운동이 추구하는 정신에는 공감하면서도 방식에는 공감하지 않습니다. 시위 때문에 교통이 막히면 불만을 터뜨릴 정도입니다. 노동운동의 사회적 기능에 대해 어떻게 보십니까.

“노동운동의 방법, 외형적 형식이 대중과 소통하는 방식으로 세련돼야 한다는 것에 동의합니다. 그러나 87년에서 97년에 이르기까지 일시에 분출된 노동진영의 요구가 우리 민주화의 동력으로 기능하게 되는데 97년 IMF 관리상황에 직면하면서 오히려 초국적 자본이라는 새로운 상대를 만나서 철저하게 패배하게 됩니다. 노동자들의 절반 이상이 비정규직화하는 상황을 겪게 되면서 사실 노동계의 요구가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저는 그분들에게는 노동계의 주체적 역량이 취약하다고 우군을 만들라는 요구를 합니다. 역량을 서서히 키우기 위해서 일반인들을 우군으로 확보할 필요도 있다는 것입니다. 대기업 중심의 노동단체가 하방연대를 해야 합니다. 대기업은 중소기업과, 남성은 여성과, 노동은 농민과. 마치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가듯이, 그래서 결국 바다로 모이듯이 그렇게 노동운동이 가야 합니다.”

-비정규직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현재 한국경제의 국제적 위상 자체가 굉장히 취약합니다. 우리 자본이 획득하는 마진이 얇다는 뜻입니다. 선진국 자본처럼 선진기술이 있는 게 아니라 중간적 발전단계에 있기 때문입니다. 이 얇은 마진을 보완하기 위해 구조조정을 하는 것입니다. 우리 경제가 단기간에 체질을 중심부의 자본규모로 체질화할 수도 없고요. 구조적인 문제입니다. 비정규직과 사회 전체가 양극화하는 상황은 경제발전의 자생적 구조에는 부정적 조건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래서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프랑스나 서구 자본주의 국가에서 볼 수 있는 잡 쉐어링이나 정규직이 비정규직을 끌어안는 것도 근본적 방법은 아니지만 경과적 측면에서 시행해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비정규직은 대기업을 시발점으로 구조조정을 통해 나오는 것입니다. 안방 쓰레기를 거실에 내놓으면 안방은 깨끗해지지만 거실 쓰레기는 가족 모두가 감당해야 합니다. 대기업의 구조조정으로 나오는 비정규직을 전 사회가 부담해야 하는 형국이 된 것이지요.”

-신문이 위기를 맞았다고 합니다. 정파성 때문에 신뢰를 잃었다고 합니다. 신문은 여론을 주도해야 합니까, 아니면 반영해야 합니까.

“두 가지 기능이 다 있다고 봅니다. 신문은 특정집단으로부터 물적인 기반이나 인적 구성에서 독립해야 하고 독립언론사라면 사회의 전망에 대해 장기적인 관점을 가져야 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일반 국민들과 광범위하게 소통한다면 그 두 가지가 분리되지 않고 통합될 거라고 봅니다.”

-남북관계가 냉랭해지고 있습니다. 북한이 개성공단에 상주하던 남측 관리들을 내보내고 총선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미사일을 발사하는가 하면 남측 군간부의 국회 답변에 대해 강하게 비난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정부가 지금까지의 대북정책을 바꾸려고 하는 걸 느낍니다. 그런데 그게 오히려 국제적인 상황과 유리되는 정책이 아닌가 우려합니다. 남북문제는 경제주의적 관점과 다른 접근 방법이 필요합니다. 특히 대북관은 기본적으로 역지사지의 관점이 필요합니다. 더 나아가 이념적인 문제가 아니라 민족적인 문제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세계화에는 두 가지 축이 있습니다. 하나는 우리 민족 고유의 자주성을 토대로 해서 세계와의 관계를 만들어 나가자는 입장이 있고, 세계화를 적극 추진하자는 입장이 있습니다. 전자는 민족성은 지켜도 정체성을 잃을 수 있습니다. 후자는 문화적 발전은 이루겠지만 자칫 조선 후기나 통일신라처럼 식민지화될 위험이 있습니다. 이 두개의 축을 역사적으로 적절히 조화시켜야 하는 게 한민족의 역사가 아닌가 합니다. 남북문제를 이데올로기의 갈등으로 보는 것은 단순한 처방입니다. 남북관계는 대결이 아니라 선택으로 보는 관점이 필요합니다.”

-정부가 최근 북한 주민의 인권에 대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정부가) 인권같은 보편적 가치에 대해 당연히 애정을 가져야 합니다. 그러나 이 문제를 거론하는 방식이 오히려 북한을 궁지에 몰리게 하는 방식이 돼선 안 됩니다. 내정에 대한 불간섭이 아니라 보편적 방침에 대해 강조하는 식으로 신중하게 논의해야 합니다. 중국의 인권에 대해서 미국이 비판하자 중국도 같은 비판을 미국에 하지 않았습니까. (대북정책이) 선후와 본말을 전도하지 않고 공유했으면 좋겠습니다.”

-경향신문이 독립언론 10주년을 맞았습니다. 경향신문에 대한 평가를 해주십시오.

“기본적 편집방향은 지적할 게 없습니다. 다만 경향신문의 영향력과 파급력이 커졌으면 합니다. 경향신문에만 요청하는 건 아닙니다만…. 경향신문이 젊은 세대들을 포섭하고 있는 문화적 기제들을 비판적으로 드러내면서 젊은 사람들의 순수한 사고를 키워내는 것에 많은 지면을 할애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상품문화에 전방위적으로 노출돼 있어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에 감수성 자체가 포섭되는 상황입니다. 그걸 비판적으로 열어주는 역할을 경향신문이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젊은이들은 특히 이해관계에서 자유롭고 열린 사고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경향신문이 여기 남다른 관심을 가진다면 공감하는 부분이 있을 것입니다.”

-신문이 위기라고 합니다. 현대인들은 읽는 걸 싫어하고 보는 것을 좋아한다고 합니다. 신문의 역할이 한층 더 강조되는 시대에 살면서 특히 젊은이들은 읽지 않습니다.

“문자를 통한 사고는 굉장히 중요합니다. 이미지는 자유로움이 있는 반면 논리적 허점이 있습니다. 이런 부분은 독서, 문자, 종이신문으로 보완해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사회 모순을 해결하는 수단이라고 역설하셨는데요.

“저는 일단 산다는 것은 사람을 만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는 낮고 겸손한 위치에 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치 물과 같습니다. 물이 다른 물을 만나려면 낮은 곳으로 가야 합니다. 바다는 가장 낮은 곳이기 때문에 다 받을 수 있습니다. 이런 저런 자리에서 여러 사람들의 얼굴이 어떠냐는 질문을 받습니다. 예컨대 힐러리는 어떠냐, 어느 당 여자 대변인의 인상이 어떠냐는 질문입니다. 그럴 때면 농담삼아 ‘사람의 얼굴은 어원이 얼골이다. 얼의 꼴이란 뜻이다. 정신의 모양이 바로 얼굴이다’라고 답합니다. 얼굴은 아름다움보다는 진정성이 드러나야 됩니다. 사람들이 겸손해야 한다는 것은 다른 말로 하면 진정성이 묻어나는 얼굴을 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상품사회에서 상품은 팔리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포장이나 디자인으로 사람을 속이고 있습니다만 상품미학적 문화가 인간의 품성에도 침투해서 진정성이나 만남, 겸손 등의 가치들을 폄하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고 생각합니다.”

-힐러리의 관상은 어떻습니까.

“케네디 대통령의 부인 재클린의 얼굴은 입도 크고 미관도 넓고 인간적인 진정성이 드러납니다. 그러나 힐러리는 대통령의 아내가 아닌 대통령 후보라는 한꺼풀을 쓰고 있습니다. 나는 그녀의 화려한 제스처에서 진정성을 느끼지 못합니다.”

-우리나라 인물들에 대한 관상을 소개해주실 수 있습니까.

“그건 비밀입니다. 다만 저명인사들이 검찰청 출두할 때 모습은 유심히 봅니다. 태연한 척하는 인상임에도 불구하고 그 속에 불안한 표정을 감추고 있고, 여유있는 표정을 짓고 불만을 드러내도 내면에 허약한 면을 감추고 있기도 합니다. 그 지점은 사람을 보는데 전략적인 지점입니다. 내 기억으로 신창원이란 범죄자가 출두하던 모습은 인상에 많이 남아있습니다. 담담하기도 하고 자기가 왜 이 자리에 서야 하는가를 조망하는 표정이었습니다. 옛날에 읽었던 소설의 주인공이 재판정에서 최후진술을 하는데 이 자리에는 죄인과 심판이 아니라 승리자와 포로가 있을 뿐이다 라고 하던데 마치 그 소설을 연상케 하는 표정이었습니다.”

-축구를 좋아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학교에서 교수축구단을 만들어 운영해왔습니다만 이제는 저를 끼워주지 않습니다. 교수들이 왜 운동해야 하느냐 하면 생각하는 대로 잘 안되는 것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하기 위해서이라고 농담삼아 말하곤 합니다. TV를 통해 운동경기를 많이 보는데, 누가 왜 드라마 안 보느냐고 하면 드라마는 허구고 스포츠는 사실이기 때문이라고 답합니다.”

〈 오동근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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