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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재일 2016-02-02
미디어 경남신문_고증식

“삶은 사람의 준말입니다”



1월의 한 가운데 타국의 여행지에서 쇠귀 신영복 선생의 부음을 접했다. 밀양이 낳은 이 시대의 지성 신영복 선생. 평소 선생의 저서를 책장 가까이 두기도 하고, 20여 년 전쯤엔 ‘밀양문학’에 인터뷰 기사로 선생을 소개한 인연도 있어 감회가 남달랐다. 알려진 바와 같이 선생은 1941년 밀양에서 태어나 통혁당 사건으로 20여 년의 옥살이를 치르고 1988년에야 특별가석방으로 출옥해 성공회대에서 정년을 맞았다. 저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과 독특한 글씨체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여행지에서 굳이 더 새롭게 와 닿았던 까닭은 ‘여행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어야 한다는 선생의 담론 때문이었다.

“어디 가서 꼭 무엇을 보라는 식의 어떤 이상적인 여행지가 따로 있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다만 여행지에서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을 만나는 일이 참 좋습니다. 로마라든가 고대 이집트 유적이라든가 하는 것들도 기억에 남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이 있는 곳입니다. 큰 규모의 유적들 앞에서 감탄하기보다는 그 속에서 나름 최선을 다하며 살고 있는 사람들과의 만남, 그 만남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여행 경력이 일천한 처지지만 나 또한 여행을 떠나올 때 늘 염두에 두는 것이 사람을 중심에 두는 일이다. 그래서 새로운 도시를 방문할 때면 그곳의 시장, 식당, 선술집처럼 현지인들의 일상을 만날 수 있는 장소들을 빠뜨리지 않고 가보려 애쓴다. 물론 잠시 목격하는 모습이 그네들 삶의 전부는 아닐 테지만 잠시나마 그 공기를 함께 호흡하는 동안만은 동질감도 느끼고 색다른 품격도 경험하게 된다.

선생은 특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에게 많은 말씀들을 남겼다. “한동안 아마도 굉장히 힘든 시절을 젊은 사람들이 살아야 되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그러나 중요한 것은 청춘시절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 사람의 일생에 있어 아무리 입지전적 성공을 거뒀다 해도 그의 일생 속에 꿈과 이상에 부풀었던 청년시절이 없다면 그 인생은 실패라고 봅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이걸 잃으면 안 된다는 걸 꼭 당부하고 싶습니다.”

선생은 또 대학에서 강의할 때는 ‘A학점 제조기’라는 별명까지 얻었다고 한다. 열심히 그 과목을 공부하고 일정 수준에 도달한 학생에게는 후하게 학점을 준다는 것이다. 이런 선생의 행동은 모든 분야에 있어 치열한 경쟁을 부추기는 현실사회와는 역행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이것이 교육의 본래 모습 아니던가. 적어도 학문의 전당이라 불리는 대학에서 만큼은 상대평가에 목을 매는 안타까운 상황이 없었으면 하는 게 선생의 바람이었던 것 같다.

여행에서 돌아와 보니 ‘응팔 드라마’가 막을 내렸다. 많은 국민이 반복되는 포맷의 이 드라마에 열광한 이유는 제각각일 것이다. 그중에는 지금과는 다르게 ‘그래, 그 시절에는 사람 사는 정이 있었지’하는 막연한 그리움도 한몫했을 터. 드라마의 인트로 부분에 등장하던 인상적인 장면 하나가 떠오른다. 저물녘 한 방에 모여 노는 고등학생 자녀들을 부르는 어머니들의 목소리. “아무개야아, 밥 묵어라아.” 골목을 가득 채우던 그 정겨운 목소리는 이제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선생의 말처럼 우리가 좇는 꿈과 이상은 사람을 중심으로 키워 나가야 한다. 돌아보건대 우리가 진정 인생을 배운 곳은 골목이든 여행이든 사람들을 만나고 어울리는 곳이었다.

“좋은 사람을 만나고 스스로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 나의 삶과 우리의 삶을 아름답게 만들어가는 일입니다.” 이 시대를 힘겹게 건너는 모든 이들에게 선생의 이 말이 작은 지침이라도 되었으면 좋겠다.

고증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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