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신영복 교수, CEO인문학 종강‥사실과 진실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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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재일 2008-12-15
미디어 뉴시스 이민정기자

신영복 교수, CEO인문학 종강‥사실과 진실은 무엇인가


뉴시스 2008.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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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강의하는 신영복원장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청구회 추억’ 등 잔잔한 글들로 감동을 던지는 신영복(67) 성공회대 석좌교수가 강단에 섰다. 그의 강의를 경청하는 남녀들은 학생이 아니다.

인문학에 심취한 이재정(64) 전 통일부 장관, 이인영(44) 전 국회의원, 신헌철(63) SK 에너지 부회장, 김연배(64) 한화그룹 부회장, 강신애 적십자 여성특별자문위원 등 각 분야 리더들이 자리를 꽉 채웠다.

신 교수가 원장인 성공회대 인문학습원은 9월22일부터 월요일마다 12주 일정의 ‘CEO를 위한 인문학 과정, 인문공부’를 열고 있다.

신 교수의 강의를 시작으로 유재원 한국외대 그리스 발칸학과 교수, 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임석재 이화여대 건축학과 교수, 미술사학자 노성대씨, 김종엽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김교빈 호서대 문화기획학과 교수, 이성형 전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강헌 단국대 음악학과 교수, 정윤수 오마이뉴스 편집위원, 진중권 중앙대 독문학과 겸임교수 등이 강연자로 나섰다.

15일 서울 정동 성공회 성가수녀원에서 이뤄진 마지막 강연은 첫 강연자 신영복 교수가 유종의 미를 거두는 현장이다.

신 교수는 신자유주의·물질만능주의에 의한 양극화, 파괴된 인간심성 회복의 해답을 인문학에서 찾는다. 인문학의 중요성을 많은 사람이 깨닫기를 원한다. “음악, 건축, 미술, 고전문학 등 위대한 문화적 업적들에 서려 있는 옛 사람들의 지혜, 인문 가치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아름다운 사람을 만드는 것이다. 아름다운 사람이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고, 아름다운 사회가 다시 아름다운 사람과 훌륭한 역사를 만든다는 것을 믿는다.”

고전, 독서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인문학적 지혜를 얻으려면 적어도 세 번은 읽어야 한다. “책을 처음 읽을 때는 텍스트를 읽고, 두 번째 읽을 때는 책을 쓴 저자를 알고, 세 번째로 읽을 때는 자기 자신을 깨닫게 된다. 그렇게 삼독을 하고 나면 지식을 쌓는 단계를 넘어 지혜를 얻게 된다. 인문학이 추구하는 것은 지혜를 얻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지혜는 숱한 사실 가운데 진실을 보게 한다. “세상에는 수많은 사실이 있지만 진실은 하나다. 수없이 많은 사실들 중에 여러 개의 사실 조각들을 선택해 짜 맞춰 하나의 진실을 일궈내는 것이 인문학적으로 사물을 보는 관점을 가지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러면서도 “나 자신도 아직 사실과 진실 사이의 분명한 경계는 찾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사실과 진실에 대한 고민은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에 연루, 수감돼 있을 때도 여지없이 찾아왔다.

“감옥에 있을 때 일흔이 넘은 할아버지도 함께 방을 사용했는데 신참이 들어오면 항상 들어오는 그날 신입을 불러놓고 자기 70년 인생을 풀어놓았다. 꼭 들어오는 그날 말해야 한다. 왜냐하면 하루이틀만 지나도 신입은 그 노인이 감방에서 영향력이 없는 것을 알게 되고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나는 수년간 수십번 그 노인이 자신의 인생에 대해 신참들에게 말하는 것을 들었다. 옆에서 듣다가 노인이 빠트리는 것 있으면 채워주기도 하면서…. 그러나 들으면 들을수록 내용이 조금씩 바뀌는 것이다. 나중에는 창피한 경험은 빼고 미담이나 영웅담을 중심으로 완전히 각색한 이야기를 하고 있더라. 나는 옆에서 ‘노인네 또 거짓말 하네’하면서 쳐다 보지도 않았다.”

“그러다 어느 비오는 날 철창 밖을 보는 노인의 뒷모습을 봤다. 쓸쓸하더라. 그러다가 문득 생각을 했다. 저 양반이 만약 다시 인생을 살면 반성도 있고 소망도 담긴 자기가 각색한 이야기 정도의 인생은 살고 싶지 않겠나.”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가 살았던 사실들을 바탕으로 그를 이해해야 하는지, 각색한 이야기 속의 반성과 진실이 담긴 그를 이해해야 하는지…···.”

사람을 판단하는 근거는 사실이 돼야 할까, 진실이라야 하는가. 어떻게 해야 사람의 진실을 볼 수 있는 지혜를 얻나. 명쾌한 답은 없다. “단지 인문학의 가르침이 우리가 진실 가까이 다가가도록 도움을 준다는 것만은 틀림없다.”

15일 끝맺음을 한 ‘CEO를 위한 인문학 과정, 인문공부’는 내년 3월 2기 출범을 준비한다.

<뉴시스 - 이민정기자 benoit051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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