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서][소개]신영복의 엽서/재미있는 한국사 스페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 - Up Down Comment Print
Extra Form
게재일 2004-01-08
미디어 위클리경향

[출판]신영복의 엽서/재미있는 한국사 스페셜


| 기사입력 2004-01-08 12:09 | 최종수정 2004-01-08 12:09

위클리경향 2004.1.8




6323_1_d1_2.jpg

"아버님 전상서//어제 이곳 전주교도소로 이송되었습니다./전주로 오는 호송차 속에서 지난 15년간의/대전교도소 생활을 돌이켜보았습니다. 대전교도소는/저의 30대와 40대의 전반을 묻은 곳이지만/한편 제게 귀중한 깨달음과 성장을 안겨준/곳이었습니다. ...아버님께서는 혹시 이송과 갑작스런 생활의 변화가 제게 많은 어려움을 주는 것이 아닌 가 걱정하시기 않으시길/바랍니다./몇 년 동안의 징역살이쯤 별로 대수롭지 않는 굵직한 신경이 지난 10수년간 키워온 우리들의 능력의/하나입니다.... 1986년 2월 20일 전주에서 영복 올림"

우리 시대의 지성인 신영복. 그가 20년 20일 동안 감옥에서 쓴 230여 편의 봉함엽서와 조각글이 영인본으로 출간됐다. 철필로 새긴 듯 또박또박 눌러 쓴 고뇌 어린 글씨와 여백을 이용해 그려넣은 작은 그림이 영인본이 아니고서는 느낄 수 없는 세월의 깊이와 감동을 생생하게 전한다.

이번에 출간된 책은 1988년 출간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의 육필원고다. 당시 〈감옥...〉은 수많은 사람의 가슴에 깊은 감동을 남기며 이 시대의 아름다운 고전으로 찬사받았다. 이 영인본은 원래 1993년 〈엽서〉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적이 있다. 하지만 애초 시판을 염두에 두지 않은 한정판이었을 뿐만 아니라 출판사 사정으로 곧 절판됐다. 몇몇 책은 헌책방에서 희귀본으로 나오기도 했다. 이번 책은 전면 컬러 영인으로 고화질 촬영과 정밀 인쇄를 통해 원본의 상태를 그대로 재현해 예술적 감각과 소장가치를 높였다.

신영복이 사형선고를 받은 때는 1969년. 남한산성 육군교도소에 수감됐다. 그는 이때부터 1988년 전주교도소에서 출소할 때까지 옥중생활 전 기간의 기록을 남겼다. 특히 1969년 1월부터 1970년 9월까지 남한산성 육군교도소에서 쓴 기록은 사형선고를 받은 상태에서 죽음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써내려간 것이다. 작은 글자 한 자 한 자에 어두운 현대사의 아픔이 박혀 있는 듯하다. 이 시기에는 글을 쓰는 것이 허락되지 않았기 때문에 화장실용으로 지급된 누런 갱지를 받아 한 장은 용도대로 쓰고 나머지 한 장에 글을 썼다고 한다. 이미 알려진 '청구회 추억'도 이 시기에 씌었다.

이 책에는 1969년 당시에 썼던 시 2편도 실려 있다. '감옥에서 쓴 시'라는 제목의 이 시는 20대 후반의 젊은 나이에 무기수가 되어버린 아픔과 고독이 절절하게 배어나온다. 이뿐 아니라 깨알 같은 글자 사이로 찍힌 '검열필' 도장은 당시의 냉혹한 현실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끼게 한다. 돌베개.

황인원 기자  hiw@kyunghyang.com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