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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재일 2018-04-17
미디어 교육타임즈(교육과 사색) 문제술

사랑한다는 것                                      

                                                        작가  문제술

 

 교정에 이름을 알 수 없는 나무 한 그루가 있습니다. 봄이 오는 길목 겨우내 나목(裸木)으로 서 있다가 가지마다 연둣빛 어린 새싹이 피어나는 모습은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특히 그 나무에서는 하트모양의 자그마한 잎사귀가 피어나는 것입니다.

 그리고 거의 그 모습 그대로 자라나 어느 순간 나무를 가리고 다음은 온통 하늘을 뒤덮었습니다. 그렇게 여름이 왔고 사람들이 어린 새싹이 피어나는 것에서 봄을 보듯이제 단풍으로 물들어 가는 것을 보고 어느 사이 가을이 다가왔음을 느낍니다.

  교정의 그 나무는 다른 어느 나무들보다 좀 더 일찍 겨울 채비를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노랗게 물이 들고 떨어질 때쯤입니다. 교정에 들어서면 어디선가 달콤한 향기가 맡아져서 나도 모르게 코를 벌름거려 보지만 처음 그 향기가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마침 학교를 방문한 어느 숲 해설가에게 교정 어디선가 솜사탕 향기가 난다고 하자 그 나무가 계수(桂樹)나무라는 것과 계수나무는 단풍이 들고 잎이 떨어질 때 향기를 내뿜는다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화단 잔디밭에 수북하게 쌓인 계수나무 잎을 한 움큼 집어 향기를 맡아 보았습니다. 정말 달콤한 향기가 온 몸으로 배어 들어왔습니다.

  봄에 작은 하트 모양의 연두색 싹이 터서 여름 하늘을 뒤덮는가 하면 단풍으로 곱게 물들어 떨어지는 그 순간 향기를 내뿜을 수 있는 계수나무 잎은 얼마나 아름다운 삶의 모습입니까?

  이와 같이 자연의 알 수 없는 오묘함 그리고 그 아름다움을 통해 우리 인간으로 하여금 절대자인 신()의 사랑을 느끼게 합니다.

 ‘사랑!’

인간이 창조한 단어 가운데 사랑만큼 아름답고 깊은 뜻을 담은 말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사랑에는 앞에서 말한 신과 인간의 사랑에서부터 헤아릴 수 없이 많을 것이나 그 가운데 부모의 자식 사랑, 특히 모성애(母性愛)라는 말이 있을 만큼 어머니의 사랑은 지극하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사랑이라고 하면 남녀 간의 애틋한 사랑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처럼 아름다운 사랑의 이야기야 세상에 수도 없이 많을 것이나 그 가운데서도 '알퐁스 도데'''이 떠오릅니다거기에 나오는 주인공 목동은 ‘사랑한다는 말조차 표현하지 못하지만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가를 우리에게 가장 잘 일깨우고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사랑()’ 대하여 매우 함축적인 일깨움이 있습니다. 바로 논어(論語, 1210

'애지, 욕기생(愛之 欲其生)으로 ‘사랑은 사람을 살게 하고자 하는 것이며, 사랑사람을 살게 하고자 하는 힘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사랑한다.'고 말할 때 흔히 어느 대상을 두고, 누구를 사랑한다고 말합니다. 때로 목숨 바쳐 사랑한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와 같이 어느 누구, 어떤 대상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여기서 본인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내가 나를 사랑 하고 있는가?’에 대한 물음입니다. 나 자신이 나를 살게 하고자 하는가?’에 대한 물음입니다.

 이와 같이 자기를 사랑할 줄 아는 사람’, 어떠한 시련과 어려움도 극복하고 이겨낼 수 있는 사람, 바로 자신의 생명과 삶을 진정으로 사랑할 줄 아는 사람, 그러한 삶의 모습을 우리에게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신 분으로 신영복 선생이 떠오릅니다.

 

 

 선생은 일찍이 가족에게 보내는 엽서를 모은 수상집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언제 석방된다는 기약조차 없이 어둡고 긴 터널과도 같은 20년이 넘는 수감 생활을 어떻게 극복해 낼 수 있었을까

 그것은 놀랍게도 추운 겨울 독방(獨房)에서 만나는 '따뜻한 햇볕 한 줌' 때문이었다고 합니다추운 겨울 독방의 창살을 통해 햇볕은 비스듬히 벽을 타고 내려와 마룻바닥에서 최대의 크기가 되었다가 맞은편 벽을 타고 나가는데, 길어야 두 시간이었고 가장 클 때가 신문지 크기였다고 합니다. 겨우 신문지 크기의 햇볕을 무릎 위에 받고 있을 때, 그 따스함이 살아 있음의 어떤 절정이었다고 했습니다. 따스한 햇볕 한 줌으로 20년의 어두운 수감생활을 버텨낼 수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선생은 그 신문지 크기만한 햇볕 한 줌이 죽지 않는 이유였다고 합니다.

  선생 자신이 그와 같이 치열하게 삶을 버텨내고, 자신의 삶과 생명을 사랑했지만 자신만을 돌보았다는 뜻은 결코 아닙니다. 선생은 오히려 ‘대인춘풍 지기추상(待人春風 持己秋霜)’의 가르침을 몸으로 실천했습니다. ‘남에게는 봄바람처럼 따스하게 대하고 스스로에게는 가을 서리처럼 해야 한다는 가르침입니다.

 자기를 사랑하는 것, 나를 살게 하는 것, 나를 살게 하는 힘을 갖게 하는 것이 곧 나를 사랑한다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그리고 나를 사랑할 줄 알아야 남도 사랑할 수 있는 것입니다.*

(교육 타임스, <교육과 사색> 20184 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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