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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재일 2014-08-10
미디어 오마이뉴스_김기림

하루를 쓰다

노숙인의 자활을 돕는 달력을 만들다

 14.08.10 15:01l최종 업데이트 14.08.10 15:01l 김기림(geereem)

http://omn.kr/9qku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살다보면 누구에게나 특별하게 기억되는 '하루'가 있다. 출근 첫 날, 아이가 태어난 날, 그리고 좋아하는 사람과 즐겁게 보낸 어떤 완벽한 날이 그렇다. 이런 특별한 날들과 일상적으로 지난 시간들이 모여 1365일이 채워지고 달력은 넘어간다. 사람의 하루는 개인이 의미를 부여하고 최선을 다해 가꾸어갈 때 비로소 생동한다. 그런 시간들이 모여 그 사람의 삶이 된다.

 

여기 특별한 하루도, 일상적인 하루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노숙인들이다. 노숙인들이 스스로 하루를 설계하고 살아가려면 우선 노숙인의 삶에서 벗어나야 한다. 자활하기 위해선 사람들의 도움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 아트랩 꿈공작소가 두 팔을 걷어붙였다.

 

82일 일요일 오후, 청계광장의 파란 천막 아래서 세상에서 하나뿐인 달력이 완성됐다. '2015년 달력 만들기 <하루를 쓰다>'는 아트랩 꿈공작소가 노숙인들의 자활을 돕기 위해 진행 하고 있는 프로젝트다. 올 해 1월부터 무작위로 선정된 365명의 참가자들이 직접 숫자를 써 한 달 한 달이 채워졌다. 마침내 달력이 완성되었다. 달력의 순수익금은 한빛재단에서 관리되고 전액 노숙인 자활을 위해 쓰일 예정이다.

 

달력 만들기 프로젝트는 작가 최성문씨의 작은 바람으로 시작되었다.

"노숙인들은 소중한 하루를 잃어버린 사람들이잖아요. 그 분들에게 자활을 시작할 수 있는 힘을 주고, 새로운 하루를 선물하고 싶었어요."

 그가 노숙인들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바하밥집(노숙인들에게 일주일에 세 번 밥을 제공하고 자활을 돕는 단체)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부터였다. 밥을 주는 것 이외에 무엇을 더 도울 수 있을까 고민하다 시민들이 직접 손으로 쓴 달력을 만들어 수익금을 기부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노숙인의 문제에 시민들과 같이 고민하고 저마다의 '하루'에 대해 되돌아본다는 의미에서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 가는 달력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프로젝트엔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했다. 특히 성공회대 석좌교수 신영복 선생이 머릿글을 써주셨다. 1월부터 최성문씨는 한 사람 한사람 일일이 만나 그들의 일상에 대해 듣고 숫자를 받았다.

 

11일은 자활에 성공한 한 노숙인의 손에서 완성되었다. 그는 18세에 저지른 우발적인 범행으로 60세까지 교도소에 드나들다 출소했고 바하밥집을 통해 자활에 성공했다. 그를 선두로 1월과 12월은 노숙인들이 직접 숫자를 썼다. 이외에 외국인, 탈북새터민, 어린이, 캘리그래퍼, 예술가, 그리고 광장시민들이 붓으로 쓴 하루가 모여 두꺼운 1년 치 달력을 완성했다. 김제동, 악동뮤지션, C, 아이비, 이선균, 윤도현밴드 등의 유명인들의 이름과 숫자도 365일안에 들어있다.

그리고 82일 청계광장에서 시민들이 마지막 남은 한 달인 10월의 숫자를 채웠다.

연신내에서 온 전춘자씨는 '하루를 쓰다'프로젝트를 페이스북에서 보고 찾아왔다.

"이영훈은 손자 이름이에요. 딸이 시집가서 낳은 첫 아이인데 생일이 107일이에요. 좋은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뜻 깊은 날을 제가 쓰고 싶어서 왔어요. 나중에 달력을 사서 손자에게 보여주고 싶어요."

그녀는 숫자를 쓰고 나서도 광장에 머물며 연신 사진을 찍었다.

109일 한글날은 미국 버지니아주에 사는 이혜진씨가 써주었다. 그는 여름에 잠시 한국에 다니러왔다 참여했다. 한글날은 미국에서 영어를 쓰고 자라는 두 아이를 생각하며 썼다.

 가수 한결, oㅈㄹ밴드와 판소리꾼 유수곤님을 비롯한 재능기부자들과 스무명이 넘는 스텝들이 자원해 청계광장에서 공연을 펼쳤다.

 두 시간 가량 이어진 공연을 흐뭇한 눈으로 지켜본 바하밥집 대표 김현일 대표(50)도 직접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불렀다.

 "이 프로젝트가 잘 됐으면 좋겠어요. 지하 하수도에서 생활하는 노숙인들의 숫자를 알면 놀라실 걸요. 그 중엔 아이들도 있어요. 노숙자들에겐 제일 먼저 밥이 필요하고, 자활 할 수 있는 기회가 절실해요. 대부분의 노숙인들은 행정의 사각지대에 있습니다. 바하밥집에선 노숙인들에게 밥을 제공하고 사회에나가 생업을 할 수 있는 교육을 합니다. 노숙인들에게 더 많은 관심과 후원이 필요해요."

 태풍이 온다는 소식에 긴장했지만, 다행이 날씨도 도왔다. 광장 시민들의 후원으로 10월의 마지막 숫자까지 모두 받을 수 있었다. 두 시간이 넘게 지속된 공연이 막을 내렸고 이제 모아진 숫자들을 정리해 달력을 디자인하고 제작하는 일만 남았다. 지금까지 여섯개 정도의 디자인이 나왔다. 달력은 연말에 온, 오프라인에서 판매될 예정이다. 아직 정확한 판매 장소와 가격은 나오지 않았다.

인터뷰 끝에 최성문 작가는 자신에 대한 정보를 비공개로하고 싶다고 했다. 개인보다 이 프로젝트에 관심이 집중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이 프로젝트는 저 혼자 하는게 아니라 400여 명이 넘는 이들이 재능과 시간을 기부해서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잘 되면 전시도 꼭 하고 싶어요."

끝으로 그는 달력이 잘 팔려 더 많은 노숙인들을 도울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달력 만들기에 참여한 이들의 이야기와 진행 과정은 아트랩 꿈공작소 페이스북에서 볼 수 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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