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복 교수 "참여정부 국민의 개혁열망 수용못해" - 노컷뉴스 2006.06.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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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재일 2006-06-09
미디어 노컷뉴스_변상욱 대기자

신영복 교수 "참여정부 국민의 개혁열망 수용못해"


노컷뉴스 2006.06. 09




"기존 보수 여망도 수용않아 정체성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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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 신영복 성공회대 교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으로 유명한 신영복 성공회대 교수가 어제 17년간의 교수생활을 마치고 퇴임했습니다. 신 교수는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20년간 수감생활을 하기도 했는데요. 신영복 교수 연결합니다.

◇ 변상욱 / 진행

신영복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 신영복 / 성공회대 교수

네, 반갑습니다.

◇ 변상욱 / 진행

이번 지방선거 결과 어떻게 보십니까?

◆ 신영복 / 성공회대 교수

네, 지방선거 결과 물론 여러 사람들이 다 분석해서 새삼스레 말씀드릴 것도 없습니다만 여러 가지 개혁의 방법론에 있어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점이 크고요. 그 다음에 다시 고질적인 지역주의로 되돌아간 느낌도 상당히 씁쓸한 느낌도 줍니다.

◇ 변상욱 / 진행

이제는 젊은 사람들이라고 해서 개혁, 진보를 떠올릴 순 없다고 봅니다. 보수화 경향을 느끼시는지요?

◆ 신영복 / 성공회대 교수

그렇습니다. 보수화 경향은 일단 어떤 사회든지 보수적 기조를 완강하게 저변에 깔고 있는게 사실인데 문제는 젊은 사람들의 진보성이 탈정치화 과정에서 이게 무력화되고 있다는 점이죠. 그 점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우려되는 그런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 변상욱 / 진행

보수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분명 우리 사회는 보수세력이라는 뜻이 수구와 연결돼 있어서 아쉬움이 있습니다. 이 틀을 깰 수 있는 사회적인 담론은 있을까요?

◆ 신영복 / 성공회대 교수

제가 답변하기에는 너무 큰 담론인 것 같아서 그렇습니다만 그런데 한 사회를 개혁하고 바꿔내고 이렇게 한다는 것이 사실은 엄청난 일이거든요. 쉽게 몇 가지 방법론으로 그걸 얘기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하고요. 방금 말씀하셨듯이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보수구조, 그나마 완고한 수구적인 측면을 바꿔내는 게 역사적인 과제라고 생각을 하는데 이 바꿔낼 주체가 지금 힘을 잃고 있는 것이죠. 새로운 주체를 만들어내는 좀 장기적인 안목을 우리가 합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 변상욱 / 진행

참여정부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20%에 머물 만큼 국민적 지지가 부족한 상황입니다. 참여정부의 노선과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 신영복 / 성공회대 교수

물론 참여정부의 지지율 가지고 우리가 평가할 수는 없고요. 왜냐면 우리 사회의 여론이라는 것이 상당부분 왜곡된 구조 위에서 이루어지는 면도 없지 않거든요. 그런 점에서 지지율만 갖고 얘기하기는 어렵고요. 문제는 참여정부의 등장, 참여정부에게 일단 국정을 맡겼던 사람들의 열망, 그 열망이 그대로 수용되지 못했다는 점에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렇다고 새로운 어떤 개혁을 요구했던 사람들의 열망을 일단 수용 못했으면 기존의 다소 보수적인 열망을 그러면 다시 받아들였냐 하면 그렇지도 않거든요. 이런 점에서 아마 정체성 문제에서 상당한 갈등이나 혼란이 있었지 않나 생각을 합니다.

◇ 변상욱 / 진행

교수님이 생각하시기에도 국민들이 개혁에 대해 피로감이나 진부함을 느끼고 있다고 보시는지요?

◆ 신영복 / 성공회대 교수

개혁의 성과가 이렇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피로감이라고 생각하고요. 개혁 그 자체에 대한 사람들의 기피성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변상욱 / 진행

개혁이나 사회의 발전에 대한 건설적인 비판이 대학에서 많이 나오면 좋을텐데 그렇지 못한 것 같고요. 최근 대학들이 살아남기 위한 경쟁에만 몰두해 있는 현실에 대해서 어떻게 보시는지요?

◆ 신영복 / 성공회대 교수

네, 아주 좋은 지적을 해주셨습니다. 사실은 개혁도 장기적인 과제고 그래서 당장의 어떤 성과라든가 속도, 이런 것과 다른 담론으로 개혁문제가 논의되는 게 바람직하고요. 그렇다면 마땅히 대학이 개혁담론의 본산이 돼야 옳습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오늘날의 대학의 풍토라든가 대학사회의 상황은 바람직하지 못하죠. 오히려 아주 단기적인 이해관계, 특히 기업이나 자본적인 요구가 상당히 많이 들어와 있습니다. 그래서 당장 생산이라든가 기업에 필요한 인력, 그런 인력을 만들어내기를 요구받고 있고 대학도 거기에 적극적으로 호응하고 있고 이래서 우리사회가 갖고 있는 장기적인 개혁담론의 산실로서의 대학의 위상이 대단히 왜소화되고 있다는 우려를 금치 못합니다.

◇ 변상욱 / 진행

한미 FTA 협상이 진행중인데 혹시 교육시장이 개방됐을 때, 우리 대학이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 신영복 / 성공회대 교수

네, 그렇습니다. 아마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지만 금융이라든가 다른 농업분야와 마찬가지로 이 대학교육 분야도 일단 세계화, 소위 국제적인 표준이라는 그런 잣대로 일단 재단되고 평가될 우려가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사회가 또 우리문화가 바라는 그런 교육적 가치가 쉽게 폐기될 위험성이 있고요. 교육도 마찬가지로 하나의 경쟁력, 뭔가 시험결과로 나타나는 성적 그런 단기적인 평가 잣대가 교육계를 이렇게 평가하는 기준으로 나타나지 않을까 그런 우려가 있습니다.

◇ 변상욱 / 진행

마지막 강의도 ‘석과불식’ 이라는 주제로 하셨는데요. ‘석과불식’은 주역에서 가장 위태로운 상황을 가리키는데 우리가 어디서 희망을 찾아야 할까요?

◆ 신영복 / 성공회대 교수

제가 특별히 마지막 강의 주제를 선택한 것은 아니고요. 우리 교과과정의 제일 마지막 부분이 마침 석과불식이라는 주제를 다루게 돼있어서 그 내용이 오늘날의 여러 가지 상황에 맞다고 해서 그걸 갖고 종강 강의 주제로 삼았습니다. 그 석과불식이라는 뜻이 마지막에 아주 어려운 하나의 가능성, 하나의 가능성밖에 남지 않은 어려운 상황을 이제 상징하는 그런 것인데 그것을 그 어려운 상황을 어떻게 희망으로 일궈내는가 하는게 과제입니다. 제 결론은 낙엽이 지면 나무에 가지가 선명하게 드러나고 그래서 그 가지라는 우리사회의 근본적인 구조를 먼저 직시하고 경제적인 구조, 정치적인 소위 자주성의 문제, 문화적인 자존의 문제를 먼저 직시하는게 필요하고요. 그다음에 떨어진 낙엽으로 뿌리를 키워내는 것 그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 변상욱 / 진행

오늘 고맙습니다.

<변상욱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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