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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재일 2012-07-13
미디어 반디앤루니스_에디터 현선.희진
[서점에서 만난 사람: 신영복 인터뷰] 세상의 중심에서 변방을 외치다 - 반디앤루니스 2012.07.13

 

 

편집·정리 | 컨텐츠팀 에디터 현선·희진

도서 이미지·사진 제공 | 돌베개

 

 

 

 

 

반디|‘변방을 찾아서’라는 기획 하에 찾아가신 곳 이외에, 독자들과 함께 그 의미를 공감할 수 있는 글씨들이 많이 남아 있다고 하셨습니다. 언젠가 조용히 찾아가려고 하신다고도 말씀하셨고요. 마음속으로 생각하신 곳 중 하나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을까요?

 

신영복 | 마석 모란공원 묘역이 그중의 하나입니다. 박종철 묘비명 그리고 노동자의 어머니 이소선 어머님 묘비와 민주주의자 김근태 의장의 묘비가 있습니다. 제가 출소한 며칠 후에 박종철 아버님, 이소선 어머님과 함께 모란공원 묘역을 찾아갔었습니다. 자식의 묘비를 닦는 부모님의 마음이 절절하게 전해왔습니다. 저는 비록 20년 후에 다시 돌아올 수 있었지만 영영 돌아올 수 없는 아들을 묻은 부모님의 마음이 가슴 아팠습니다. 살아서 돌아왔다는 사실이 오히려 죄송했습니다.

 

반디 | 책의 머리말에 “작은 돌멩이 하나가 완고한 벽을 깨뜨리지는 못한다. 그러나 깜깜한 어둠 속을 달려가 벽에 부딪치는 ‘작은 소리’를 보내옴으로써 보이지 않는 벽의 존재를 알리기에는 결코 부족하지 않다.”라고 쓰신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이 책을 읽는 개개인이 “작은 돌멩이”라면, 선생님께서 생각하실 때 요즘 사회상에서 깨뜨려야 할 “완고한 벽”이라면 무엇이 있을까요?

 

신영복 | 그 벽이 구체적으로 무엇인가를 열거하는 것은 글의 의미를 왜소화할 위험이 없지 않습니다. 독자들에게 보여주려고 하는 완고한 벽은 우리가 갇혀 있는 완고한 인식 틀이기도 하고 막강한 권력 구조이기도 합니다. 우리의 이성과 감성 자체를 포획하고 있는 정교한 포섭기제이기도 하고, 우리 스스로가 매몰되어 있는 욕망과 환상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어둠 속을 달려가서 부딪친다는 표현이 바로 그것의 존재 자체를 우리가 자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우선은 벽 자체의 존재를 자각하는 일에서부터 시작하여야 하는 것이지요.

 

반디 | 허균·허난설헌 기념관, 박달재, 이세종 열사 추모비, 김개남 장군 추모비처럼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장소들에 많은 글씨를 남기셨습니다. 대개 요청을 받으신 경우가 많을 것 같은데요. 선생님께서 개인적으로 자진하여 글씨를 헌정하고 싶은 현재의 ‘변방’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신영복 | ‘변방’이란 기존의 특정한 공간을 의미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중심부가 있는 한 반드시 변방이 생성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변방은 새롭게 생성되는 역사적 현장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오늘날도 수많은 변방이 생성되고 있습니다. 그러한 곳이라면 당연히 글씨를 헌정하고 싶기는 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글씨만으로서 변방성을 획득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반디|‘변방의 동학(動學)’과 관련하여 그것이 곧 운동이고 변화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는 한 개인이 지닌 ‘변방 의식’이 타인과 공유되는 과정을 거쳐 그 의식이 다시 행동의 연대로 이어지는 실제적 과정을 내포하고 있다고 보이고요. 하지만 의식을 행동으로 옮기는 게 제일 어려운 일이기도 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일생 동안 가장 먼 여행은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여행”이고 “또 하나의 가장 먼 여행은 가슴에서 발까지의 여행”이라고도 하셨고요. ‘변방 의식’에 있어서도, 아직 머리와 가슴에만 머물러 있는 이들에게 조언을 한 말씀해주신다면?

 

신영복 | 변방이 창조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중심부에 대한 콤플렉스를 청산해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머리와 가슴에 머물러 있다는 것은 중심부에 대한 콤플렉스를 청산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심부의 강력한 구심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거나 변방에 대한 신뢰가 없는 경우가 그렇다고 할 수 있습니다. 먼저 중심부의 가치에 매몰되거나 포획되어 있는 생각의 틀을 깨뜨려야 합니다. 그리고 변방의 많은 사람들과 어깨를 짜고 함께 나아갈 때의 든든함에 대한 신뢰를 키워야 합니다.

 

반디|“어떤 장세(場勢)의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는 경우라 하더라도 모름지기 변방 의식을 내면화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라고 말씀하신 부분에서 최근 자주 거론되는 ‘강남좌파’라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강남좌파’에 대해 선생님께선 개인적으로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신영복 | 강남좌파라는 표현은 그것의 모순을 지적하는 조어이며 비방의 언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식인은 ‘자기를 추방하는 사람’이며, 지식인은 스스로 ‘계급을 선택하는 계급’이라고 정의하기도 합니다. 역사적으로는 자신의 계급과 처지를 뛰어넘은 사람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사회 변동기나 식민지 해방 투쟁과 같은 경우에는 특히 그렇습니다. 계급과 처지를 뛰어넘는다는 것은 자기 개인의 이해관계를 뛰어넘는 것을 의미합니다.

 

 

반디|책을 통해 꾸준히 많은 독자들과 만나고 계십니다. 앞으로도 《변방을 찾아서》와 같은 책을 또 볼 수 있을까요? 또한 해남 미황사에서 마을 주민과 담소를 나눈 것처럼 다른 식으로 사람들과 만날 생각이 있으신가요? 이와 관련하여 선생님의 향후 계획을 듣고 싶습니다.

 

신영복 | 현재로서는 집필이나 사람들과의 만남이 계획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어떤 형태가 될지 모르지만 그런 계기가 없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말과 글을 통한 만남도 아름다운 동행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동행은 많은 사람들과 애환을 공유하는 것이며 자신을 키워가는 일이기도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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