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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재일 2001-10-15
미디어 오마이뉴스
[남해에서, 신영복 교수의 '물(水) 연대론']

"물은 낮은 곳으로 흐르지만

가장 큰 바다를 이뤄냅니다"


"물은 낮은 곳, 낮은 곳으로만 내려갑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가장 큰 것을 이룹니다. 그게 뭐죠? 바다입니다. 세상에 있는 물 중에서 가장 낮은 물이 바다입니다. '연대'는 물처럼 자기보다 약한 쪽과 해야 합니다."

"낮은 곳으로만 흐르는 물은 약한 자의 전략전술입니다" 신영복 성공회대 교수. ⓒ오마이뉴스 노순택
물(水) 연대론.
신영복 교수(성공회대)는 바다가 보이는 경남 남해 스포츠파크에 전국 각지에서 모인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에게 물 연대론을 펼쳤다.

신교수는 10월 13일(토)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상임대표 송보경 외, 상임운영위원장 박원순)가 주최한 제1회 전국활동가대회 강연회에서 "노자는 신자유주의보다 더 경쟁적인 춘추전국시대에 물의 철학을 폈다"면서 "물은 가장 약한 민초들의 철학이자 전략전술"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약하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보다 약한 쪽과 보다 옳은 쪽과 연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활동가들의 삶과 철학'이라는 주제로 약 한 시간 가량 진행된 신 교수의 강연을 꿰뚫는 키워드는 '연대-네트워크'였다. 신교수의 강연회는 최열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박원순 참여연대 사무처장 등 100여명의 전국 시민사회단체의 간부와 평간사들이 지켜봤다. (강연회가 열리고 있을때 스포츠파크의 강연장 주변에서는 시민축구 전국대회 본선 4강전이 한창이었다. 신 교수는 시민축구 전국대회 예선전에서 민교협팀으로 출전하기도 했다.)

신교수는 "거대한 네트워크가 이 세계와 세상의 궁극적인 형식"이라며 "자신을 강철처럼 키우려는 존재론적 사고를 관계론적 사고로 전환하지 않으면 인류사회의 발전은 없다"고 말했다.

<오마이뉴스>는 이날 신교수의 강연을 요약해 지상중계한다. 다음은 강연 내용이다.


"알프스 산의 토끼가 착각하지 말아야 할 것" : 연대의 필요성

"우리 사회는 변혁역량이 매우 취약합니다. 역량이 취약하다는 것은 단순히 모이는 사람이 얼마 없고 목소리가 작다는 양적 측면이 아닙니다. 그것도 역량의 한 측면이겠지요. 더 중요한 것은 조직화돼 있는가 여부입니다. 조직적인가 아닌가, 조직성 여부는 여러 부문의 개별조직이 어떤 형태로 연대하고 있는가입니다. 아주 낮은 연합인가, 좀더 높은 연맹인가, 아니면 좀더 공고한 전선수준인가, 아니면 파티(party) 수순인가. 그 동안 고립·분산적인 여러분들이 한자리에 만난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루카치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알프스 산에 사는 토끼가 가장 주의해야할 것은 자기가 평지에 사는 코끼리보다 크다는 착각을 안하는 것이다. 우리가 어떤 조직에 몸담고 있다고 해서, 또 그 조직이 추구하는 사회적·도덕적 목표가 뛰어나다고 해서 그것이 사회를 움직일 수 있는 역량이 되지는 않습니다. 여러분의 역량은 매우 작습니다. 따라서 여러 부문의 운동단체들의 소통과 연대가 필요합니다."


"하방, 우방으로 연대해야 한다" : 물(水) 연대론

"노자의 철학은 '물'의 철학입니다. 춘추전국시대, 그야말로 백가쟁명의 시대, 지금 신자유주의보다 더 경쟁적인 시대에 노자는 물의 철학을 폈습니다. 물은 아주 약한 것입니다. 물은 약한 자의 전략전술입니다. 가장 약한 민초들의 철학이자 전략전술입니다. 물은 낮은 곳, 낮은 곳으로만 내려갑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가장 큰 것을 이룹니다. 그게 뭐죠? 바다입니다. 세상에 있는 물 중에서 가장 낮은 물이 바다입니다. 낮은 곳으로, 낮은 곳으로 찾아가야만 마침내는 가장 큰 것을 이룰 수 있습니다. 자기 역량이 커지기 위해서는 받아들여야 합니다. 바다의 어원이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자기 운동영역 중심의 사고는 편협하고 부정적인 영향을 끼칩니다. 수많은 단체가 자신이 좀더 강한 존재가 돼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연대는 물처럼 자기보다 약한 쪽과 해야 합니다. 강한 쪽과의 연대는 연대가 아니라 일종의 추종입니다. 보다 진보적인 단체와 덜 진보적인 단체가 연대할 경우 누가 더 양보할 수 있습니까. 덜 진보적인 단체는 양보할 것이 없습니다. 진보적인 단체가 양보해야 합니다. 우리가 약하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하방-보다 약한쪽으로, 우방-보다 오른쪽으로 연대해야 합니다."


"자본주의 300년에 대한 환상" : 근본 모순구조의 합의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모순구조에 대해 일단 합의를 해야 합니다. 옛말에 부자는 망해도 3년은 간다고 했지만 지금 신자유주의, 금융자본주의 시대에 부자는 하루아침에 금방 망합니다. 근본적인 인식에 대한 공유를 안하면 소위 개량주의라는 비판을 받게 됩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지속적 성장에 대한 환상은 버려야 합니다. 현대 자본주의의 축적구조가 그렇게 안정적이지 않습니다. 자본주의가 해결해야 할 빅5-빈곤·무지·질병·환경오염·부패, 어느 것 하나 아직 해결된 것이 없습니다. 빈곤이요? 해결됐습니까? 세계화 시대, 전 세계의 관점에서 사람들의 빈곤은 더욱 심화됐다고 생각합니다. 자본주의 사회 300년에 대한 환상은 버려야 합니다."


"저건 독버섯이야" : 우리 사회에 맞는 철학

"우리 사회는 기본적으로 합리적인 판단구조가 없습니다. 판단구조가 우리 사회처럼 왜곡되고 종속적인 곳도 없습니다. 근대화에 대한, 세계화에 대한, 서구에 대한, 미국에 대한 허망한 추종과 짝사랑, 일종의 컴플렉스.

한 동화작가의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길에 버섯이 피었는데 지나는 한 사람이 그 버섯을 가르켜 '저건 독버섯이야'라고 했답니다. 그 버섯이 실의에 빠졌습니다. 그러자 옆에 버섯이 네가 얼마나 착하고 소중한 존재인지, 자신이 어려울 때 어떻게 도와줬는지를 이야기하며 위로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달래도 버섯은 실의에서 빠져나오지 못했습니다.

결국 맨 마지막에 설득하는 말이 뭐였는지 아십니까. '그것(독버섯이라는 말)은 사람이 한 말이야'. 사람의 말이란 '식탁의 논리'입니다. 오직 먹을 수 있는가 없는가입니다. 우리 사회·우리 시대에 걸맞는 운동의 철학을 만들어야 합니다."


"붓글씨를 잘 쓰는 법" : 존재론적 사고에서 관계론적 사고로

"붓글씨를 쓸 때 한 획을 실패하면 그때부터 비상사태에 들어갑니다. 그래서 그 다음 획으로 실패한 획을 커버합니다. 그것이 잘 안되면 다음 획으로, 또 모자라면 다음 획으로. 그래서 전체적으로는 훌륭한 조화를 이룰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고 한 글자 한 글자가 완전한 붓글씨는 별로 잘 쓴 글이 아닙니다.

저는 개인의 능력이 개인에 있다고 보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있다고 봅니다. 아름다움·능력·아픔·기쁨, 이 모두가 관계에서 옵니다. 거대한 네트워크가 이 세계와 세상의 궁극적인 형식입니다. 자신을 강철처럼 키우려는 존재론적 사고를 관계론적 사고로 전환하지 않으면 인류사회의 발전은 없습니다.

여러분들이 일하는 타인과의 관계를 튼튼히 만드는 것, 이것이 어쩌면 운동의 목표보다 더 소중한 삶은 목표가 아닐까요. 생활을 운동화하는 것보다 운동을 생활화하는 긴호흡의 생활철학이 필요합니다. 서두르지 않으면서 수평적 사고·관계론적 사고를 열어나가려는 노력으로 작은 진지를 만들면, 어려운 시기에는 방어의 진지로, 여건이 성숙되면 공격의 거점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마이뉴스 2001. 10.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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