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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재일 1994-09-01
미디어 아름드리미디어

아픔과 진지함으로 일관된

역사와 인간에 대한 진실

아트 슈피겔만의 '쥐' 추천의 글


만화라는 양식 속에 담을 수 있는 내용에 대하여 우리는 대체로 일정한 선입견을 가지고 있음을 숨길 수 없다. 그러나 이런 통상적인 인식을 정면에서 거부하는 작품이 바로 아트 슈피겔만의 '쥐'이다.

내가 이 책의 초역된 원고를 처음 펼쳐 들었을 때, 맨 먼저 받은 충격은 만화라는 양식에 대한 나의 반성이었다. 매우 신선한 충격이었다. 곧 이어 이 책의 첫 장에서부터 마지막 장에 이르기까지 아픔과 진지함으로 일관된 역사와 인간에 대한 진실이 우리의 것, 나 자신의 것으로 치환되면서 가슴 아픈 전율로 다가왔다. 한마디로 이 책은 우리의 상투화된 인식체계를 그 내용과 형식면에서 통절히 반성케 한다.

이 작품은 유태인 대학살의 참혹함과 그 비극의 한복판을 걸어 나온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따라서 이야기의 중심은 당연히 나치의 만행과 유태인의 비극에 놓여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작가는 끊임없이 '아우슈비츠'의 생존자와 그 가족들이 계속 짐져야 하는 엄청난 인간적 파괴를 나란히 병치시킨다. 극한적인 상황에서 살아 남은 아버지의 회고와 더불어 아버지와 끊임없이 갈등을 빚는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를 이중적 구조로 전개시킨다.

이러한 구성은 과거와 현재를 분명하게 연결함으로써 과거의 역사를 강렬한 현재성으로 우리들 앞에 생생히 복원시킨다. 이른바 통시성(通時性)과 총체성의 구현이다.

이 작품이 진실한 감동을 주는 까닭은 작가가 대상을 채색하거나 미리 판단하지 않고, 있었던 사실을 그대로 복원하여 독자들에게 보여 주려는 강한 의지를 곳곳에서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만화라는 단순화되고 완화된 양식으로 긴장도를 훨씬 낮추어 놓으면서도 도리어 독자로 하여금 비극의 바닥에까지 이끌고 가서 이윽고 역사의 실상 앞에 맞세워 놓는다. 뿐만 아니라 작가는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단순한 이분법적인 구도에서 벗어나 역사의 현장에서 공존하는 개인과 집단, 사실과 진실을 정직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끊임없이 도와주고 있다.

작가의 이러한 고도의 철학적 인식이 지극히 단순화된 만화라는 양식 속에서 훌륭하게 구체화되고 있다는 사실에 실로 경탄을 금치 못한다. 뿐만 아니라 13년이라는 긴 시간을 이 한 편의 만화제작에 바친 작가의 성실한 자세에 깊은 감명을 받지 않을 수 없다. 바로 이 점이 만화에 대한 기존의 선입견을 깨트리고, 다른 기라성 같은 문학서적을 제치고 1992년 퓰리처상을 수상할 수 있게 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인류의 재앙이었던 나치의 광기 어린 인종주의, 그에 동조하고 연합했던 아리안가 마자르의 군상, 살아야 한다는 본능으로 인간이기를 포기해야 했던 유태인들, 무수한 죽음의 위험 속에서도 끈질기게 살아 남은 아버지의 남다른 처세, 아버지에게 드리워진 역사의 그늘로부터 벗어나려는 아들.......

어떠한 소설적 허구보다도 단연 현실이 더 극적이라는 말을 실감케 한다.

이트 슈피겔만의 이 '쥐'는 읽고 난 다음 다시 독자들로 하여금 각자 자기의 과거와 현재를 집필하게 한다. 특히 이와 크게 다를 바 없는 광기의 역사를 체험하였고 아직도 그 악몽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들은 물론, 지금도 지구상의 많은 인류에게 이러한 극한적인 상황이 재연되고 있는 세기말적 상황은 감동을 단순히 감동으로 끝나게 하지 않고 가슴 저린 고통으로 남게 한다.

이 책은 자신의 현재와 과거를 재구성하고 스스로의 삶을 조감하여 자신을 재발견하려는 많은 독자들의 짙은 공감을 받으리라고 믿는다.


1994.9 도서출판 아름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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