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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얼굴
보이지 않는 힘, 보이지 않는 철학
“서부(西部)는 진짜 미국이 아닙니다. 서부는 바람이고 환상입니다. 진짜는 동부에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아메리칸 드림은 미국의 환영일 뿐입니다."
그래서 동부를 찾아 왔습니다."
“이곳 보스턴에도 없습니다."
“어디에 있습니까?”
“미국의 얼굴은 슈퍼 엘리트 집단에서 찾아야 합니다."
“5만 명 정도라고 들었습니다만?"
“숫자는 의미가 없습니다."
“그러나 보스턴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하버드, MIT에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그러나 집단으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시스템으로 존재합니다. 그래서 보이지 않습니다."
“시스템이라면 창의성을 키우는 교육 제도입니까?"
“다양한 엘리트가 민주적으로 조직되고 부단히 편입될 수 있는 합리적인 시스템이 미국의 저력이고 숨은 얼굴입니다."
“내 생각은 다릅니다. 왜냐하면 민주적 수렴 장치란 수사에 지나지 않습니다. 수렴은 선별입니다. 선별에는 선별의 주체와 기준이 먼저 있는 법입니다. 그런 점에서 하버드, MIT가 있는 케임브리지는 미국의 브레인이 아닙니다. 그들을 선별하는 보이지 않는 얼굴은 따로 있습니다."
“그래서 하버드, MIT를 월가의 보정기구(Modify system)라고 하는 겁니까?"
“사회적 파워로서는 WASP(White Anglo-Saxon Puritan)라는 관점이 중요합니다."
“아닙니다. WASP는 미국의 파워라기보다는 미국의 정신입니다."
“어쨌든 파워의 대표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WASP가 아니라 군산(軍産) 복합체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군산(軍産)뿐만 아니라 학문(學文)까지 복합체를 구성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학문이라면?"
“학문과 문화가 절묘하게 결합되어 있지요."
“그래서 하버드와 MIT, 그리고 WASP를 통해서도 접근이 가능하다는 것이지요."
“정(政)은 포함되지 않습니까?"
“워싱턴과 백악관은 작습니다. 대외용(對外用)이고 대민용(對民用)이지요. 외곽인 셈입니다."
“외피라고 해도 됩니까?"
“물론이지요."
“퓨리터니즘으로 볼 수는 없습니까? WASP라는 관점이 중요하다고도 했으니까요".
“필그림 파더스가 네델란드에서 건너온 칼비니스트인 것도 사실이고, 미국이 건국 이념을 여기서 이끌어내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 점에서 청교도주의는 미국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합니다".
“최초의 정착 마을인 플리머스 농장에 갔었지요? 바로 그 농장 옆에 있는 인디언 마을도 보 았겠지요? 두 마을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인디언을 사탄의 보병으로 보지요."
“인디언이란 잘못된 이름입니다. 아메리카 원주민이라고 해야 합니다. 원주민의 주(住) 자도 주(主)로 써야 맞습니다."
“원주민(原住民)?"
“어쨌든 종말의 날에 복음을 서쪽에 전해야 하였지요. 아메리카는 서쪽이었습니다. 나침반은 과학이 아니라 신학이었지요."
“아닙니다. 과학도 신학도 아닌 경제학입니다. 그리고 미국의 정신이 퓨리터니즘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종교적 십자군은 오히려 라틴아메리카의 스페인이었지요."
“적어도 남미에서는 원주민을 하나님의 아들로 보았고 그들을 개종시키려고 했었지요."
“퓨리터니즘은 오히려 네델란드의 상인 자본 논리입니다."
“필그림 파더스가 찾아나선 자유는 봉건적 규제로부터의 탈출이었습니다. 독립 전쟁도 마찬가지입니다. 자본의 탈출이었고 자본의 독립이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미국의 역사는 완벽한 자본주의의 역사입니다."
“미국에서 제1의 관점은 돈입니다."
“그렇습니다. 자본 운동에 초점을 맞추어 미국의 역사를 이해해야 실수를 줄일 수 있습니다. 동구권 붕괴 이후에 복지 부문을 축소하면서 신보수주의로 선회하는 것도 그렇습니다. 그간의 복지정책은 자본운동의 결과가 아니었습니다."
“자본운동에 대한 반운동(Anti-Movement)의 결과였지요,"
“그것이 바로 자본 운동이지요."
“자본운동이 아니라 자본주의 운동이라고 해야 더 정확합니다."

 

“어쨌든 보스턴에는 괜히 온 셈입니까?"
“아닙니다. 오기는 와야 할 곳입니다. 콩코드에 가봤습니까? 독립 전쟁의 첫 총성이 울린 렉싱턴과 최초의 접전지였던 콩코드가 있습니다."
“렉싱턴과 콩코드의 노스브리지에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리고 콩코드 박물관에도 갔었지요. 그리고 그곳에 있는 에머슨, 호손, 소로, 그리고 엘코트가 살았던 집도 가보았습니다. 청교도 정신의 산실 같았습니다."
“청교도정신에 대한 비판 정신의 산실이기도 하지요."
“호손의 《주홍글씨》를 두고 말하는 것입니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주홍글씨》는 결과적으로 청교도주의에 봉사했다는 분석이 더 일반적인 견해입니다."
“차라리 뉴욕에 있다가 나중에 이곳으로 옮겨온 멜빌을 주목해야 합니다."
“멜빌이 《백경(白鯨)》에서 보여주는 시각이 더 깊이 있습니다. 미국의 본질을 더 예리하게 꿰뚫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백경의 무대가 되었던 낸트키트 섬을 보러 갔었습니다. 고래 사냥의 전초기지였던 섬이라고 들었습니다. 포경 산업이 미국의 산업혁명을 이끌었다고 했습니다."
“모비 딕이라는 흰 고래를 향해 불태우는 에이햅 선장의 이유 없는 집념과 증오를 퓨리터니즘과 연결시키는 비판적 시각이 있지요. 그러나 멜빌의 이러한 주장은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완고한 벽을 그는 느꼈을 겁니다, 그는."
“모비 딕은 무엇을 상징하는 거라고 봐야합니까. 에이햅 선장과 함께 결국 공멸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요?"
“모비딕은 신대륙 그 자체이기도 하고 아메리카 원주민의 건강한 가능성이기도 하구요. 또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에 나오는 개척농민을 가리키는 것일 수도 있겠지요."
“저는 아메리카 대륙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의 파워는 땅에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훌륭 한 땅이지요. 하버드도 월가도 아니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건 지나치게 문학적 관점입니다."
“땅을 문학적이라니요?"
“좋습니다. 땅과 원주민, 그리고 개척농민은 하나로 묶을 수 있다고 하구요."
“문제는 미국은 역사적으로 계속 모비 딕과 같은 악마(Devil)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항상 마녀가 있고 마녀 사냥이 있었지요. 프런티어도 같은 개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문명 충돌이라는 도식으로 21세기를 내다보지요. 이슬람이 모비 딕이 될 가능성도 없지 않지요"
“어쨌든 나는 월가가 있는 뉴욕이 미국에 더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월가는 뉴욕을 이미 넘어섰지요."
“월가의 증권거래소에도 물론 갔었습니다. 1초 동안 움직이는 돈이 엄청난 규모라고 들었습니다."
“돈이 아닙니다. 월가가 가리키는 손가락을 봐야 합니다".
“어디를 가리킵니까".
“알 수 없지요.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계속해서 같은 곳을 가리키는 법이 없다는 것입니다".
“에이햅 선장의 손라락입니다."
“그렇다면 모비 딕입니까?"
“아닙니다. 자동차, 전투기, 컴퓨터, 외한시장…… 계속 바뀌고 업그레이드됩니다."
“낡은 판(Version)을 생산하는 나라는 사양 산업의 하치장이 되었지요. 더 늦은 나라에 서 둘러 플랜트를 넘기기 않으면 안됩니다."
“낡지 않아도 낡게 만들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모비 딕을 만들어낸다고 해야지요."
“어느 것이든지 언제든지 모비 딕이 될 수 있지요. 대상보다는 변화 그 자체가 더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됩니다."
“월가가 금융 자본이라는 사실을 전제하면 설명이 더 쉽지요."
“그렇지요. 변화는 금융자본이 가장 신속하지요. 속도와 규모도 최고 단계이지요."
“어떤 거래든 변화가 없으면 기회가 없는 법이니까요. 변화 그 자체가 기회이지요."

 

“계속 다른 것을 가리키고 있다는 사실이 미국의 고민입니다. 정작 고민으로 느끼지 않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미국의 아이덴티티가 무엇인가 하는 모순에 직면하거든요."
“미국적이란 것이 과연 무엇인가 하는 고민입니다."
“다양성이 아닙니까? 멀티 컬처럴(Multi-cultural)?"
“그러나 미국은 내부적으로 멀티 컬처럴하지 않다는 것이 자기모순이지요."
“대외적으로도 멀티 컬처럴하지 않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아마 다시 유럽으로 회귀하리라는 주장이 많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은 없습니다."
“민주주의는 어떻습니까? 유럽의 계몽사상이 정작 그곳에서는 꽃피지 못하고 신대륙인 아메 리카에서 개화했다고 볼 수 있습니까?"
“역설적이게도 노예제와 플랜테이션이라는 대농장은 봉건제의 부활이지요."
“마거릿 미첼의 소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Gone with the Wind)》라는 문장의 주어가 무엇인지 아십니까? 문명(Civilization)입니다. 그것이 불타서 사라진 것을 미첼이 그토록 가슴아파한 것이 바로 유럽의 봉건 문명이지요."
“정확하게 이야기한다면 그것의 아류라 해야 맞습니다."
“애틀란타에는 마거릿 미첼의 생가와 마르틴 루터 킹 목사 기념관이 함께 있었습니다. 같 은 조건에서 정반대되는 두 사람이 나왔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노예제 옹호론과 노예 해방론은 같은 토대에서 나타나는 것이지요."
“미국은 그런 점에서 북부나 남부나 별로 다를 것이 없습니다. 이름 그대로 뉴 잉글랜드 (New England)입니다."
“미국의 아킬레스건이고 고질적인 콤플렉스입니다. 오히려 더 철저한 봉건 구조를 내장하 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인종의 용광로는 라틴 아메리카입니다. 미국은 모자이크, 아니면 샐러드 볼(Salad Bowl)입니다".
“결국 미국은 ‘있다’ ‘없다’라는 감성적 논의로 끝내야 합니까?"
“교훈은 미국 역사에서 이끌어내야 합니다. 역사란 과거와 부단히 싸우고 교감하면서 지속적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미국의 역사는 무인지경에다 관념적인 것을 거침없이 심어나가는 무모함의 극치를 보여주거든요."
“위험성도 함께 보여주고 있습니다."
“힘이 뒷받침되면 위험은 현실화되지 않지요.”
“그렇기도 하지만 힘은 위험성을 더 키우는 것이지요. 그것이 힘의 역설이지요.”

 

“미국의 역사는 한 마디로 역설적인 교훈입니다."
“미국의 얼굴을 찾아보는 것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17세기의 과거나 20세기의 현재라는 시점에서 미국의 얼굴을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산 속에서 산을 바라보는 격이지요. 21세기로부터 미국을 바라보는 귀납적 논리가 필요하지요.”
“패권주의는 역사 해석에서도 패권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지요."
“귀납적 시각도 어렵습니다. 전성기는 전성기 이후의 어떤 미래 시점에서 현재를 반성하는 시각을 갖기 어렵게 하지요. 물론 과거 시점에서 교훈을 끌어내기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것도 현재를 미화하기 위해 동원되는 과거이기 십상입니다.”
“과거와 미래라는 시간적인 양안(兩眼) 이외에 공간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양안이 필요합니다."
“동양적 시각과 서양적 시각을 동시에 동원하는 방법?”
“그렇습니다. 원래 그것을 시각(視角)이라 하지요. 광각(光角)과 구별되는 시각이지요."
“그곳을 찾는 곳도 한 방법이기는 합니다.”
“한국에서 미국을 보는 것은 어떻습니까?"
“한국에서 미국을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한국에서 미국을 보는 것은 시각이 아니라 광각이지요.”
“광각은 크기만 보지요.”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미국에는 한국이 없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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