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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보, 김시습, 휴정, 김정희 등

옛 사람의 시 85편 우리글로

신영복 교수 “소리 없는 죽비”

 

 

“밝은 달빛 물처럼 스며 옷을 적실 때 / 침침한 정자의 가을밤은 길어라 / 염불 소리 그치도록 오래오래 앉아서 / 고요히, 또 담담히 옥잠화 향기 마주하네.”

 

중국 원나라의 문인화가 조옹(趙雍)의 시를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지난 7일 가을의 시작인 입추(立秋)를 지났다. 장마와 폭염이 마지막 위세를 자랑하고 있지만, 지구가 생긴 이래 한 번도 어긴 적이 없는 세월의 흐름까지 막을 순 없다. 조계종 제8교구본사 직지사 주지 흥선스님이 펴낸 <일 줄이고 마음 고요히>에는 자연의 순리와 인생무상을 담은 주옥같은 한시들이 우리말로 몸을 바꿔 독자들을 찾아간다.

 

‘옛시에서 말을 긷다’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에는 모두 85편의 시가 계절별로 구분되어 있다. 한 장 한 장 넘길 때 마다 옛사람들의 시어(詩語)에 저절로 감탄이 나온다. 똑같은 사물과 상황에서 어쩌면 이렇게 다른 시각으로 속 깊은 마음을 찾아내어 표현하는지 부러울 뿐이다.

 

조선후기 여류시인 삼의당(三宜堂) 김씨(金氏)가 가을에 지은 ‘추야월(秋夜月)’이란 제목의 시를 감상해 본다. ‘추야월’이란 ‘가을 달밤’이란 뜻이리라. 흥선스님이 우리말로 옮겼다. “달은 하나 두 곳을 비춰주건만 / 두 사람 천 리를 떨어져 있네 / 청산에 바라건대 이 달빛 따라 / 밤마다 그대 곁을 비추었으면 … ” 가을밤, 그리운 사람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잘 드러낸 작품이다.

 

<일 줄이고 마음 고요히>에는 흥선스님이 직지사 박물관 홈페이지에 7년 넘게 연재한 것 가운데 추려서 가다듬은 글들이다. 중국 최고의 시인 두보는 물론 매월당 김시습, 휴정, 박지원, 김정희 등 옛 문인들의 숨결과 마음이 깊이 새겨진 한시들이 풍성하다. 책의 뒷부분에는 흥선스님이 정성을 다해 손수 쓴 ‘손글씨’들을 모아 실었다. 옛시의 원문과 번역문을 일일이 적은 반듯한 스님의 손글씨는 정겨운 이의 편지처럼 반갑다. 

 

흥선.jpg

저자 직지사 주지 흥선스님. 불교신문 자료사진

 

 

흥선스님은 “이미 적지 않은 시간이 경과하여 시의성이 떨어지고 내용도 대수로울 것 없는 글들을 묶어내자니 여간 민망한 노릇이 아니다”면서 “하지만 이미 첫 번째 책을 엮어낸 ‘실수’를 저질렀기에 밀린 숙제를 마무리하는 심정으로 독자들에게 떠나 보낸다”고 밝혔다.

 

이어 스님은 “침묵으로 걸러진 말, 침묵의 깊은 샘에서 길어 올린 언어가 참다운 말이요, 언어라고 생각한다”면서 “(하지만) 부디 이 글들이 읽으시는 분들에게 작은 위안과 잠시의 휴식이 되기를 소망한다”고 피력했다.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는 “(흥선)스님이 가리키는 곳에는 어김없이 꽃이 피고 그 꽃들의 음성이 다시 침묵과 고요를 더한다. 문득 시(詩)가 절(寺)의 언어(言)임을 깨닫게 된다”면서 “이 책의 글 한 편 한 편은 자기의 생각을 개념과 논리라는 작은 그릇에 담기에 여념이 없는 우리들의 삶을 직지(直指)하는 소리 없는 죽비”라고 정독을 권했다.

 

흥선스님은 1974년 직지사로 출가해 해인사 강원을 마치고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했다. 직지사 성보박물관장, 불교중앙박물관장을 역임했고, 지금은 직지사 주지와 (문화재청) 문화재위원 소임을 보고 있다. <석등-무명의 바다를 밝히는 등대> <맑은 바람 드는 집-흥선스님의 한시읽기 한시일기> 등의 저서가 있다. 2007년에는 불교문화유산을 지키고 가치를 세상에 알린 공로로 ‘제4회 대한민국문화유산상’을 받았다.

 

[불교신문2939호/2013년8월2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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