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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고전에서 길을 찾다.

  • [임영호의 책으로의 초대] 신영복 교수의 책을 읽고

  • 임영호 |  디트news24 2014.06.17 18:21:15 

  • 동양고전은 심산유곡 한가지이다. 동양고전을 읽는다는 것은 저자가 말한 대로 태산준령 앞에서 호미 한 자루를 드는 격이다. 나는 그동안 단편적으로 읽고 이해했으나 그 전체를 알지 못하면서 아는 체했다. 그런데 친절한 선생님이 나타났다. 무엇인지 알 수 없는 동양고전 앞에서 나에게 ‘길은 이거고 속은 대충 이렇다’ 하고 친절하게 가르쳐 준 책, 신영복(申榮福) 교수의 《강의, 부제 나의 동양 고전독법》이다.


    신영복, 이 사람에게 나는 선입견이 있었다. 국가보안법하면 먼저 겁부터 난다. 국가전복이 죄다. 신영복은 그 죄목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20년 이상 복역한 사람이다. 그런데 달랐다. 책속에서 그는 겸손한 태도로 아주 편하게 다가왔다. 세상에서 버림받은 이에게는 한(恨)이 있게 마련인데 그는 아니었다. 쉽게 상상이 가지 않지만 그는 마음에 와 닿는 예쁜 감성적 말투로 이 책을 썼다. 더구나 동양고전은 자기 전공도 아니다. 전공이 경제학이고 지금 강의하는 분야도 사회학부이다. 그는 읽을 책을 구하기가 어려웠던 감옥에 있던 시절, 한 권가지고 오래 읽을 수 있는 것은 사서삼경(四書三經) 같은 동양고전이었다고 술회한다. 또 그는 함께 감방에 있던 분도 한학자이었기에 동양고전을 공부할 수 있었다고 한다. 아마 이 책은 깊은 독방에 앉아 기약 없는 긴 세월 앞에서 자신을 내려놓고 사색과 통찰로 다듬어진 결과물일 게다.



    과거를 통하여 현재와 미래의 길을 찾는다.


    역사는 다시 쓰는 현대사이다. 동양 고전독법 역시 과거에 대한 재조명이다. 저자는 당대사회의 당면문제에 대한 문제의식이 동양고전 해석 전 과정에 관철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여기에 동양고전의 생명력이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동양고전을 읽을 때 과거를 재조명하고 그것을 통하여 현재와 미래의 길을 모색하는 것을 기본관점으로 삼았다. 단순히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다. 우리의 시각을 여기의 현재에 유폐시키지 말고 과거와 현재, 미래에 걸친 전체적 조망과 역사인식을 가지라고 말한다.

    동양고전은 그 시대에 나타난 사회와 인간에 대한 담론이다. 2500년 전 춘추 전국시대의 상황이 오늘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 동양고전은 기원전 7세기부터 기원전 2세기가 시대적 배경이다. 한마디로 당시는 사회변혁기이며, 역사의 격동기였다. 당시는 주(周)황실을 정점으로 하는 고대 종법(宗法)질서가 무너지고 부국강병이라는 국가목표아래 서로 패권국가가 되려는 무한 경쟁시대였다. 현재 세계는 신자유주의라는 무한 경쟁체제에 있다. 우리가 가야할 길은 도무지 보이지 않는다. 저자는 우리가 가야할 길을 오래된 과거에서 찾아 눈앞에 닥친 당면과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그는 21세기 새로운 문명론, 사회건설 담론이 개화되기를 바라고 있다.



    동양고전은 관계론(關契論)이다.


    저자가 동양고전을 강의하면서 걸어놓은 화두는 관계론(關契論)이다. 그는 유럽 근대사는 개별적 존재가 존재의 궁극적 형식인데 비하여 동양의 사회구성 원리는 관계론이라고 말한다. 세계의 모든 존재는 관계망으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동양사상이 지향하는 가치는 인성의 고양을 최고로 설정한다. 인성은 배타적으로 자신을 높여 나가는 어떤 능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것이다. 한마디로 논어에 나오는 인(仁)이다. 인은 사람인 자(字)가 두 획이듯이 기본적으로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의미한다. 인성의 고양(高揚)도 자기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아닌 것을 키우는 것이다. 다른 사람과 아름다움을 이어 주는 것이다.


    춘추전국시대 당시의 논자들은 자신들이 겪고 있는 사회적 갈등과 살육의 시대를 어떻게 평화와 조화의 시대로 만들 것인지에 대한 관심과 고뇌가 있었다. 이것이 제자백가(諸子百家)사상이다. 이 책은 이것들의 대부분을 아우른다. 공자가 위편삼절(韋編三絶)이라 하여 죽간을 엮은 가죽 끈이 세 번이나 끊어질 정도로 많이 읽었던 주역(周易)을 비롯하여 수기치인(修己治人)의 공자의 어록인 논어(論語), 민주주의의 근본을 말한 맹자(孟子), 부국강병의 희생양이 된 민초들의 아픔을 말하는 노자(老子). 세속적 가치를 초월한 장자(莊子), 기층 민중을 사랑한 반전평화 기치를 내건 묵자(墨子). 사회제도와 사회규범의 사상적 기초인 순자(荀子), 법가사상을 집대성한 한비자(韓非子)등이 동양 고전의 중요내용이다.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가슴(heart)이다.


    묵자(墨子)는 ‘사람이 곧 거울이다’라고 말했다. 인간적 가치가 제일 중요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인간 관계론의 보고(寶庫),동양고전을 읽는 이유이다. 이명박 정부의 김황식 총리는 퇴임 인터뷰에서 진짜 실력은 학력, 경력, 전문성이 아니라 인성(人性)이라고 말했다. 좋은 인간관계를 형성하여 “저 사람은 좋은 사람이다. 저 사람은 따뜻한 사람이다. 저 사람은 믿을 만하다”라는 평가를 듣도록 하라고 말한다.


    저자는 책을 끝내면서 인성을 높이기 위하여 동양고전 말고도 시와 산문을 읽으라고 권한다. 정서와 감성을 기르는 것이 인성(人性)을 높이는 또 하나의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거짓이 있지만 시는 거짓이 없다. 춘추전국시대의 300여 편의 시가 들어있는 사사삼경의 하나인 시경(詩經)도 아주 사실적이다. 공자는 ‘시경’의 시를 한마디로 평하여 사무사(思無邪)라 하였다. 사무사는 생각에 사특함이 없다는 의미이다. 아픔과 기쁨이 절절히 배어있는 백성이 부르는 노래에는 당시의 진실이 있다.

    우리가 거짓 없는 마음을 만나기 위해서는 시를 읽어야 한다. 언젠가 시를 읽고 얼마동안 생각에 잠긴 시 한 구절이 생각났다. 안도현의 ‘너에게 묻는다’란 시이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시의 정서는 최고의 인간의 정신적 경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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