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숫가의 어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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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숫가의 어머님
어머님께


어머님께서 걱정하시던 겨울 추위도 말끔히 가시고 창 밖으로 보이는 산, 언덕은 물론이고, 옥담과 시멘트벽과 철문 속에 있는 우리들에게도 봄은 그 따뜻한 손길을 후히 나누어줍니다.
아버님 하서에 어머님께서는 아직도 문밖 출입을 못하신다니 서운한 마음 금할 길 없습니다. 대전까지 접견 오실 정도는 못되시더라도 언젠가 제가 어머님 곁에 갈 때에는 어머님과 함께 잠실 호숫가를 천천히 거닐 수 있으시도록 매일매일 조금씩이라도 보행연습을 거르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노인 친구들과의 대화보다는 젊은이들을 불러서 이야기를 듣는 쪽이 기력과 심기를 젊게 하는 데 유익하리라 믿습니다.
저는 어머님의 당부에 어긋나지 않도록 매사에 항상 심중(心重)하고 있습니다.

 

 

1985. 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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