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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으로부터의 사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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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도
아버님께


이번 겨울은 한온(寒溫)이 무상하여 앞날씨를 측량키 어렵습니다. 저희는 제일 추운 날씨를 표준하여 옷들을 입고 있습니다. 호한(購寒)에는 볼품이 없어도 솜이 든 저희들의 수의(囚衣)가 신사들의 옷보다 훨씬 '아름다워' 보입니다. '아름다움'이란 바깥 형식에 의해서라기보다 속 내용에 의하여 최종적으로 규정되는 법임을 확인하는 심정입니다.
서도의 경우에도 이와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자획(字劃)의 모양보다는 자구(字句)에 담긴 뜻이 좋아야 함은 물론 특히 그 '사람'이 훌륭해야 한다는 점이 그렇습니다. 작품과 인간이 강하게 연대되고 있는 서도가, 단지 작품만으로 평가되는 인간 부재의 다른 분야보다 마음에 듭니다. 좋은 글씨를 남기기 위하여 결국 좋은 사람이 될 수밖에 없다는 평범한 상식이 마음 흐뭇합니다. 인간의 품성을 높이는 데 복무하는 '예술'과 예술적 가치로 전화되는 '인간의 품성'과의 통일, 이 통일이 서도에만 보존되고 있다고 한다면 아무래도 근묵자(近墨者)의 자위이겠습니까.
요즈음은 다시 {논어}를 들었습니다.
외풍이 센 방에는 새벽이 일찍 옵니다. 새벽 창 밑에 앉아 고인의 지성을 읽어봅니다.

 

 
이우천하지선사위미족 우상론고지인
以友天下之善士爲未足 又尙論古之人

 

 
천하의 선비로서도 부족하여 고인을 읽는다는 {맹자}의 일절이 상기됩니다. 항상 생활 속에서 먼저 깨닫기로 하고 독서가 결코 과욕이 되지 않도록 부단히 절제하고 있습니다.
아직 손 시려 글씨 쓰지 못합니다. 종이 필요하면 말씀드리겠습니다. 어머님 강건하시길 빕니다.

 

 

 

 
1980. 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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