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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으로부터의 사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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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새소리와 국수바람
계수님께


아침이면 기상 나팔보다 먼저 참새들이 귀따갑게 지저귑니다. 발뒤꿈치를 들고 목을 뽑아 모처럼 바깥을 내다보려고 하는데 철창의 모기망에 갈갈이 찢어져 국수가닥이 된 새벽 바람이, 잠 덜 깬 내 얼굴에 와 부딪쳐 긴 머리칼이 됩니다.
참새는 참새를 불러 어느새 새떼가 되고 깊은 새벽 하늘을 다 차지한 듯 퍼득이고 소리칩니다. 어른들을 깨우는 아이들의 새벽보챔입니다.
그간 거름 없이 보내주는 돈 꼬박꼬박 받고 있습니다. 돈은 영치되고 내가 손에 받는 것은 대개 빈 봉투지만 빈 봉투 속에도 참 많은 내용이 담겨 있음을 발견합니다. 오늘은 그 빈 봉투 속에서도 본 적이 있는 시(詩) ― 이성부(李盛夫)의 '어머니가 된 여자는 알고 있나니' ― 한 편을 적어보냅니다.

 

어머니 그리워지는 나이가 되면
저도 이미 어머니가 되어 있다.
우리들이 항상 무엇을
없음에 절실할 때에야
그 참모습 알게 되듯이.

 

어머니가 혼자만 아시던 슬픔,그 무게며 빛깔이며 마음까지
이제 비로소
선연히 가슴에 차오르는 것을
넘쳐서 흐르는 것을.

 

가장 좋은 기쁨도
자기를 위해서는 쓰지 않으려는
따신 봄볕 한오라기,
자기 몸에는 걸치지 않으려는
어머니 그 옛적 마음을
저도 이미
어머니가 된 여자는 알고 있나니.
저도 또한 속 깊이
그 어머니를 갖추고 있나니.

 

 

1979. 7.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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