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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어머님
어머님께


그간 아버님께서도 안녕하시며 가내 두루 평안하시리라 믿습니다.
내일이 대한이니 추위도 지금이 한창입니다. 지난 해에는 이사에다 영석이 결혼에다 거푸 대사를 치르시느라고 무척 바쁘셨을 줄 알고 있습니다.
지난 정초에는 교도소의 접견실 유리창을 격하고서 계수님을 처음 인사하였습니다. 그 딱한 장소에서 더구나 깜짝하는 짧은 틈에 무슨 인사가 되기나 하겠습니까만, 저로서는 이제 우리집 사람이 한 사람 더 늘었구나 하는 다소 봉건적인(?) 생각으로 마음이 흐뭇하였습니다. 결혼하고 곧 집에 와서 어머님을 모시고 있다니 어머님께서도 매우 흡족하시리라 생각됩니다.
저는 이따금 시어머님이 되신 어머님을 상상해봅니다. 그리고 어머님께서는 그 다감하신 성정이, 비록 젊은 시절에는 더러 잔소리로 나타나기도 했지만, 지금은 무척 인자한 시어머니가 되게 하리라 믿습니다. 종일 시부모님을 곁에서 모시지는 못하지만 직장을 가진 며느님을 더욱 대견해 하시며 며느리 뒤치닥거리를 조금도 귀찮아하시지 않으며 자식이 상전이라며 더욱 아껴주시는 좋은 시어머님이 되시리라 믿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버님께서는 아마 어머님보다 더 자상한 시아버님이 되시리라고 생각합니다. 형수님께 한문과 붓글씨를 가르치시려던 그 자부에 대한 사랑은, 생각하면 지금도 큼직한 감동이 되어 안겨옵니다.
제가 어머님께 바라고 싶은 것은 젊은 사람한테 자꾸 배우시라는 것입니다. 옛날 같지 않아 이제는 점점 젊어가는 노인이 되셔야 합니다. 진정 젊어지는 비결은 젊은이들로부터 새로운 것을 배우는 길밖에 없는 것입니다. 어머님의 건강을 빕니다.

 

1976. 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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