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의 굳은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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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의 굳은 살
부모님께


더위가 시작입니다.
더위를 먹어 밥을 남기며, 곬을 타고 내리는 땀지렁이를 문지르며, 빈대를, 모기를 죽이며, 장마나 기다리며, 차라리 그 지겹던 겨울을 그리워하며…….
이번 여름은 구두 일이 많아 사실 더위를 상세히 느낄 여가도 없을 정도입니다. 제가 맡은 일이란 하루 10여 족(足)의 갑피(甲皮)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별 뼛심드는 일은 아니지만, 그동안 바른손 중지(中指)의 펜에 눌려 생긴 굳은 살이 사라지고 이제는 구두칼을 쓰느라 엄지 끝에 제법 단단한 못자리가 잡혀가고 있습니다. 이것은 일견 손가락 끝의 작은 변화에 불과하지만 이것이 갖는 의미는 매우 크고 흐뭇한 것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어머님께서도 평안하시길 빌며 이만 그치겠습니다.

 

1975. 6.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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