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려보다 이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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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려보다 이해를
아버님께


아버님께서 그처럼 걱정해주시던 겨울도 다하고 우수 경칩을 지나 이제는 '엽서 한 장에 넘칠 만큼' 춘색(春色)이 짙어졌습니다. 오늘은 이 글을 쓰기도 하려니와 그간 모아두었던 아버님의 편지를 한장 한장 되읽어보았습니다. 오늘은 아버님의 편지에 관하여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아버님의 편지를 받아들 때, 대개의 경우 편지의 사연을 읽기 전에 잠시나마 생각하는 마음이 됩니다. 이 짤막한 생각 속에 서서 저는 "자식은 오복(五福)에 들지 않는다"시던 어머님의 말씀을 상기하게 됩니다. 저의 이러한 감정은 부모님의 흰 빈발(鬢髮)을 더하게 한 제가 제 자신의 불효를 자각함으로써 갖게 되는 하나의 고통이기도 합니다.
이상과 같은 기본적인 감정과는 별도로, 제가 편지의 내용에서 받는 느낌은 다음의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저는 아버님으로부터 별로 이해되고 있지 않다는 일종의 소외감 같은 것입니다. 저에게는 아버님으로부터 아버님의 '아들'로서가 아니라, 하나의 독립된 사상과 개성을 가진 한 사람의 '청년'으로서 이해되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둘째는, 아버님이 보내주신 편지의 대부분은 "집안 걱정 말고 몸조심하여라"라는 말씀입니다. 물론 지금의 저에게 건강이 가장 중한 일이며 또 아버님께서도 가장 걱정되는 것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렇더라도 저는 아버님으로부터 좀 다른 내용의 편지를 받고 싶습니다. 예(例)하면 근간에 읽으신 서 문(書 文)에 관한 소견이라든가 최근에 겪으신 생활 주변의 이야기라든가 하는 그런 구체적인 말씀을 듣고 싶은 것입니다. '염려의 편지'가 '대화의 편지'로 바뀌어진다면 저는 훨씬 가벼운 마음으로 아버님의 편지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972. 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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