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가 무엇인지, 어미가 무엇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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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가 무엇인지, 어미가 무엇인지
아버님께


참새집에서 참새새끼를 내렸습니다.
날새들 하늘에 두고 보자며 한사코 말렸는데도 철창 타고 그 높은 데까지 올라가 기어이 꺼내왔습니다. 길들여서 데리고 논다는 것입니다. 아직 날지도 못하는 부리가 노란 새끼였습니다. 손아귀 속에 놀란 가슴 할딱이고 있는데 사색이 된 어미참새가 가로 세로 어지럽게 날며 머리 위를 떠나지 못합니다.
"저것 봐라. 에미한테 날려보내줘라."
"날도 못하는디요?"
"그러믄 새집에 도로 올려줘라."
"3사 늠들이 꺼내갈 껀디요? 2사 꺼는 위생늠들이 꺼내서 구워 먹어뿌렀당께요."
"……."
손을 열어 땅에다 놓았더니 어미새가 번개같이 내려와 서로 몸 비비며 어쩔 줄 모릅니다. 함께 날아가버리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그 높은 새집까지 안고 날아오를 수도 없고, 급한대로 구석으로 구석으로 데리고 가 숨박는데 ,"저러다가 쥐구멍에 들어갔뿌리믄 쥐밥 된당께."
그것도 끔찍한 일입니다. 어쩔 수 없기는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방으로 가지고 왔습니다. 마침 빌어두었던 쥐덫에 넣어 우선 창문턱에 얹어놓았습니다.
어느새 알아냈는지 어미새 두 마리가 득달같이 쫓아왔습니다.
처음에는 방안의 사람 짐승을 경계하는 듯하더니 금세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새끼한테 전념해버립니다. 쉴새없이 번갈아 먹이를 물어 나릅니다. 놀라운 일입니다. 그리고 다행한 일입니다.
"거 참 잘됐다. 우리가 아무리 잘 먹여야 에미만 하겠어? 에미가 키우게 해서 노랑딱지 떨어지면 훨훨 날려보내주자."
이렇게 해서 새끼참새는 날 수 있을 때까지 당분간 쥐덫 속에서 계속 어미새의 부양을 받으며 살아야 합니다. 먹이를 물어나르던 어미새는 쥐덫에 갇혔다가 놓여나는 혼찌검을 당하고도 조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새끼가 무엇인지, 어미가 무엇이지, 생명이 무엇인지…….
참새를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이 아픕니다.
저는 물론 어머님을 생각했습니다. 정릉 골짜기에서 식음을 전폐하시고 공들이시던 어머님 생각에 마음이 아픕니다. 20년이 지나 이제는 빛바래도 좋을 기억이 찡하고 가슴에 사무쳐옵니다.

 

1988. 5.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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