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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악산
형수님께


이곳 전주교도소의 북쪽으로는 갑오년의 격전지였던 완산칠봉이 있고 남쪽으로는 민족신앙의 요람이라 할 수 있는 모악산(母岳山)이 있습니다.
모악산은 해발 794미터의 그리 높은 산은 아니지만 팔을 벌린 듯 동서로 뻗은 긴 능선은 완주군과 김제군을 갈라놓고 있습니다. 모악산에는 어머니의 가슴에 머리 박고 젖먹는 형상의 '엄바위'가 있어 이 산을 '엄뫼'라 부르기도 하는데 이 엄바위에서 흘러내린 물이 젖줄이 되어 김제만경(金堤萬頃) 넓은 벌을 적셔준다고 합니다. 이름 그대로 모악이며 엄뫼입니다.
이 산은 미륵신앙의 종조(宗祖)인 진표율사(眞表律師)가 입산하고 입적한 곳이기도 하며, 동학농민전쟁의 패배로 무참하게 좌절된 농민들의 황폐한 정신에 '후천개벽'(後天開闢)의 사상을 심어준 증산교(甑山敎)의 본산(本山)이기도 합니다. 산의 크기에 비해 넘치는 역사성을 안고 있습니다.
금산사(金山寺)를 비롯해서 크고 작은 암자, 가마솥 위에 세운 미륵상, 20여의 증산교당, 이 모든 것들이 한결같이 산 너머 김제 쪽 기슭에 자리잡고 있는데, 이는 물론 그쪽이 산남(山南)의 향양처(向陽處)이기도 하지만, 아마도 김제평야 소산(所産)의 농산물 잉여에 그 물질적 토대를 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미륵의 현신(現身)은 물론이고, 천기(天氣)와 비기(秘記), 정토(淨土)와 용화(龍華)와 개벽의 사상은 넓은 대지에 허리 구부리고 힘겹게 살아가는 농민들의 예지(叡智)의 창조물이면서 동시에 그들 위에 군림해온 상전(上典)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지금은 모악산 산정에는 통신중계소의 첨탑이 무엄하게(?) 하늘을 찌르고 있어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들로 하여금 엄바위의 젖줄을 근심하게 하고 노인과 아녀자들만이 남아서 지키는 농사를 걱정하게 합니다.
하루 이틀 걸러 어김없이 볕이 드는 장마이기 때문에 운동시간도 덜 잃고, 젖은 빨래 간수하는 수고도 별로 없는 셈입니다. 오히려 물 머금은 산림(山林)에 빛나는 양광(陽光)은 우리의 정신을 정한(精悍)하게 벼리어줍니다.
지난번 가족좌담회 이후 형수님 대신 제가 여러 사람들로부터 인사받고 있습니다. 우용이, 주용이, 학과의 짐 시원하게 벗어놓을 방학 함께 기뻐합니다.

 

1986. 7.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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