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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새떼들의 합창
아버님께


6월 3일부 하서와 책 잘 받았습니다. 아버님, 어머님께서 무고하시다는 서한은 안도와 기쁨임에 틀림없습니다만 그도 잠시간일 뿐 병석에 계신 어머님 환후가 근심되고 가내외 대소사로 한가 없으실 아버님의 기체후가 염려되어 늘 소용 닿지 않는 걱정입니다.
이곳의 저희들은 하루하루 별고 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6월이라지만 아직은 더위보다 초하(初夏)의 싱그러움을 먼저 느끼게 하는 철입니다. 특히 이곳은 산이 가깝고 옥담 밖으로 나무가 둘러 있어 새벽부터 멀리 가까이서 지저귀는 새소리가 피곤한 저희들의 아침에 듬뿍 생기를 불어넣어줍니다. 참새와 까치는 물론 뻐꾸기, 꾀꼬리, 할미새, 머슴새……. 이른 새벽 새들의 합창은 과연 교도소 최고의 '문화'입니다.
보내주신 {동학기행}(東學紀行)은 매우 반가운 책입니다. 전주는 동학혁명의 격전지(激戰地)였기 때문에, 변함없는 산야는 물론이려니와 심지어 한 그루 묵은 나무까지도 묵직한 역사의 흔적을 담고 있는 듯합니다.
저희들의 거실에서도 전주성 공방의 거점이던 완산칠봉과 당시 동학농민군의 진격로이던 용머리고개가 한눈에 바라보입니다. 저는 비록 그 땅의 일우(一隅)에 갇혀 90년 전 갑오년의 현장을 몸소 밟아보지는 못하지만, {동학기행}을 펼쳐들고, '동학년'의 함성과 비탄을 누구보다도 뜨거운 가슴으로 파헤쳐내려는 한 작가의 양심과 발걸음을 따라가면 제게도 한동안의 '불타는 시간'이 되살아나리라 믿습니다. 그리고 새벽 새떼들의 합창은 세월이 흘러 무심해진 저희들로 하여금 갑오년 녹두나무(나ᇚ)의 그 파랑새 목소리를 깨닫게 해주리라 믿습니다.
아버님, 어머님을 비롯하여 가내의 평안을 빌며 각필합니다.

 

1986. 6.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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