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이상의 영원한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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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실과 이상의 영원한 갈등

   屈原旣放 游於江潭 行吟澤畔 顔色憔悴 形容枯槁
   漁父見而問之曰 子非三閭大夫歟 何故至於斯
   屈原曰 擧世皆濁 我獨淸 衆人皆醉 我獨醒 是以見放
   漁父曰
   聖人不凝滯於物 而能與世推移
   世人皆濁 何不淈其泥 而揚其波
   衆人皆醉 何不餔其糟 而醊其釃
   何故深思高擧 自見放
   屈原曰
   吾聞之 新沐者必彈冠 新浴者必振衣
   安能以身之察察 受 物之汶汶者乎
   寧赴湘流 葬於江魚之腹中
   安能以皓皓之白 而蒙世俗之塵埃乎
   漁父莞爾而笑 鼓枻而去
   乃歌曰
   滄浪之水淸兮 可以濯吾纓
   滄浪之水濁兮 可以濯吾足
   遂去不復與言

   「어부」는 굴원이 유배 중임에도 불구하고 나라를 위한 고뇌와 울분을 토로한 애국적 작품으로 높이 평가되는 시입니다. 여러분도 잘 아는 시입니다. 고등학교 한문 교재에 있습니다. 중요한 부분만 그 뜻을 새겨보기로 하지요. 전체의 구성은 어부와 유배된 굴원의 대화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작품의 구성을 그렇게 가지고 간 것이고, 굴원의 자문자답으로 보아도 상관없습니다. 어부는 가상의 상대로 봐야 옳습니다.

   유배되어 초췌한 몰골로 호숫가를 거닐고 있는 굴원에게 어부가 유배당한 이유를 묻습니다. 굴원이 밝힌 유배의 이유는 다소 엉뚱합니다. 세상 사람들이 죄다 부패했는데 자기 혼자만 깨끗했기 때문에 추방당했고, 세상 사람들이 모두 술에 취해 있는데 자기 혼자만 맑은 정신이어서 추방당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굴원이 자신의 결백함과 정치적 정당성을 선언하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굴원의 이름은 평平으로, 전국시대 말 초나라 왕족의 후예입니다. 그는 뛰어난 학식으로 회왕懷王의 신임을 받아 26세에 나라의 정사를 주관하는 좌도左徒에 오릅니다. 당시 합종연횡合從連橫의 대세 속에서 강국인 진秦나라와의 연합을 반대하는 반진反秦주의자로서 줄곧 제초齊楚 동맹을 주장했습니다. 친진파親秦派와의 정치적 갈등으로 모함을 받게 되고 유배流配와 해배解配를 거듭하다가 결국 강남으로 추방됩니다. 어쨌든 추방당한 이유가 부패한 친진파의 참언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천하가 부패하고 술에 취해 있는데 함께 어울리지 못했다는 것이 그 이유라는 주장은 일단 수긍이 가기도 합니다.

   이러한 굴원의 이유에 대하여 어부는 굴원의 비타협적이고 고고한 처세를 비판합니다. 성인은 사물에 얽매이지 않고 세사世事의 변화와 추이推移에 능히 어울릴 수 있어야 함을 들어 굴원의 심사고거深思高擧(깊은 생각과 고결한 행동)를 나무랍니다. 여기에 대한 굴원의 대답은 분명합니다. 이 구절은 명구로 지금도 인구에 회자됩니다.

   新沐者必彈冠 新浴者必振衣

   머리를 감은 사람은 반드시 갓의 먼지를 떤 다음 갓을 쓰는 법이며 몸을 씻은 사람은 옷의 먼지를 떤 다음 옷을 입는 법이라고 선언합니다. 차라리 강물에 몸을 던져 죽을지언정 깨끗한 몸을 더럽힐까 보냐고 자신의 고고함을 선언합니다. 비타협적 기개를 분명하게 선언합니다. 이러한 굴원의 비타협적 선언에 어부는 노를 두드리며 혼잣말처럼 노래하며 떠나갑니다. 이 노래가 이 시의 결론 부분입니다. 이 부분은 어부가 읊조리는 노래로 되어 있습니다만 굴원이 스스로의 생각을 최종적으로 압축해서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구절 역시 명구로 암송되는 구절이지요.

   滄浪之水淸兮 可以濯吾纓
   滄浪之水濁兮 可以濯吾足
   창랑의 물이 맑으면 갓끈을 씻고,
   창랑의 물이 흐리면 발을 씻는다.

   나는 굴원의 이 시를 ‘이상과 현실의 갈등’이라는 의미로 읽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이상과 현실의 모순과 갈등은 어쩌면 인생의 영원한 주제인지도 모릅니다. 이 오래된 주제에 대한 굴원의 결론은 창랑의 물이 맑으면 가장 정갈하게 간수해야 하는 갓끈을 씻고 반대로 물이 흐리면 발을 씻는 것입니다. 비타협적 엘리트주의와 현실 타협주의를 다 같이 배제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획일적 대응을 피하고 현실적 조건에 따라서 지혜롭게 대응해야 한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굳이 이야기한다면 대중노선을 지지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감옥에서 만난 노선배들로부터 자주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이론은 좌경적으로 하고 실천은 우경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 그것입니다. 좌경적이라는 의미는 ‘신목자 필탄관新沐者必彈冠 신욕자 필진의新浴者必振衣’처럼 비타협적인 원칙의 고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경적이라는 의미는 맑은 물에는 갓끈을 씻고 흐린 물에는 발을 씻는다는 현실주의와 대중노선을 뜻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상과 현실의 갈등을 어떻게 조화시켜 나갈 것인가 하는 오래된 과제를 마주하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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