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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낭만주의와 창조적 공간

   사실 『초사』를 여러분과 함께 읽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방금 이야기한 바와 같이 현실과 이상의 갈등이 영원한 삶의 고뇌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나는 『초사』가 대표하고 있는 남방 문학의 낭만주의적 정신세계가 갖는 의미를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낭만주의는 물론 시대와 나라에 따라서 매우 넓은 스펙트럼으로 나타납니다. 문학이나 미학美學에서부터 사회체제에 대한 비판적 세계관에 이르기까지 매우 광범한 영역을 포괄하고 있음이 사실입니다. 낭만주의가 대체로 부정적 의미로 인식되는 것은 인간의 정신을 구속하는 억압에 대한 원천적 저항과 비판 의식을 내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대응 방식의 개인주의적 성격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사회에 대한 소아병적 인식의 협소함 때문에, 그리고 도피 또는 복고적이라는 실천의 허약함 때문에 그것의 긍정적 의미가 크게 훼손되어왔기 때문입니다. 오늘날과 같은 강고한 억압 구조 속에서는 그 숨겨진 물리적 구조를 드러내기 위해서, 그리고 우리들이 문화적으로 길들여짐으로써 맹목이 되어버린 보이지 않는 포섭 기제를 드러내기 위하여 주목할 수 있는 초기 방식의 하나로서 낭만주의적 관점은 새로운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현대 중국의 혁명과 건설이, 특히 인류사 최대의 드라마라고 하는 대장정大長征이 이러한 낭만주의적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는 심증(?)을 지울 수 없기도 합니다.

   중국 역사에서는 남과 북이 싸우면 언제나 남쪽이 집니다. 중국의 전쟁사는 언제나 남의 패배와 북의 승리로 점철되어 있습니다. 기후가 온화하고 물산이 풍부한 남방인들의 기질이 험난한 풍토에 단련된 북방의 강인한 기세를 당하기 어려웠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싸움에 지는 것을 패배라고 하고 그것을 ‘敗北’라고 씁니다. 북北에게 졌다(敗)고 쓰는 것이지요. 그런데 유일하게 남방이 북방을 물리친 정권이 바로 현대 중국입니다. 호남성 장사長沙의 마오쩌둥이 이끈 중국공산당이 건설한 중화인민공화국이 이를테면 남방 정권입니다. 현재의 장쩌민과 후진타오는 물론 측근들 역시 소위 상해파로서 남방 출신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여기서 중국 권력을 논의하자는 것이 아니라 남방의 낭만주의에 대해 이야기하자는 것이지요.

   1972년 닉슨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의 일입니다. 마오쩌둥이 닉슨에게 건넨 선물이 놀랍게도 『초사』라는 사실입니다. 마오쩌둥은 『초사』를 손에서 한시도 놓는 일이 없었다고 합니다. 장정 때에도 손에서 『초사』를 놓지 않았다고 합니다. “조직의 류사오치劉少奇 이론의 마오쩌둥”이라는 유행어가 있습니다만, 마오쩌둥 사상이 이러한 남방적 낭만주의가 갖는 자유로움과 무관하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남방과 낭만주의와 창조적 정신 영역이 서로 일맥상통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입니다. 현실에 매달리지 않고 현실의 건너편을 보는 거시적 시각과 대담함이 곧 낭만주의의 일면이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이러한 넓고 긴 안목이 비록 『초사』의 세계나 남방적 낭만주의와 무관한 것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우리가 처하고 있는 공고한 체제적 억압과 이데올로기적 포섭 기제를 드러내야 하는 당면의 과제와 한번쯤 연결시켜보는 것도 매우 의미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굴원은 동정호 남쪽에서 방황하다 기원전 295년 5월 5일 멱라수汨羅水에 돌을 안고 투신하여 59세로 일생을 마칩니다. 중국에서는 지금도 단오절인 이 날을 ‘시인詩人의 날’로 기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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