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전국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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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추전국시대


   『논어』는 여러분이 잘 알고 있는 공자어록孔子語錄입니다. 『노자』에는 노자老子라는 인간이 보이지 않지만 『논어』에는 공자의 인간적 면모가 도처에 드러나 있습니다. 그것이 『노자』와 『논어』의 가장 큰 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논어』에는 공자뿐만 아니라 공자의 여러 제자들의 모습도 생생하게 담겨 있습니다. 매우 친근하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공자 당시에 『논어』라는 책이 존재했을 리가 없습니다. 후대에 제자들에 의해 학단學團 차원의 사업으로 편찬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자 당시의 정황에 접근하는 것이 어렵다는 견해도 없지 않습니다. 공자의 시대는 기원전 500년 춘추전국시대입니다. 5천 년 중국 역사에서 꼭 중간으로, 중국 사상의 황금기인 소위 백화제방百花齊放의 시대입니다.

   이 시기는 사회에 관한 근본적 담론이 가장 활발하게 개진된 시기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시기의 사회 경제사적 성격을 이해하고 『논어』를 읽는 것이 순서라고 생각합니다. 사회 경제사적 의미에서 춘추시대와 전국시대를 구별할 필요는 없습니다. 크게 보아 춘추전국시대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첫째, 춘추전국시대는 철기鐵器의 발명으로 특징지어지는 기원전 5세기 제2의 ‘농업혁명기’에 해당됩니다. 이 시기는 철기시대 특유의 광범하고도 혁명적인 변화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경牛耕으로 황무지가 개간되고 심경深耕으로 단위면적당 생산량이 급증하는 등 토지 생산력이 높아지면서 토지에 대한 관념이 변화합니다.

   농업생산력의 증대는 수공업, 상업의 발달로 이어집니다. 여불위呂不韋 같은 대상인이 등장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전쟁 방식도 변했습니다. 네다섯 마리의 말이 끄는 전차를 타고 청동 창칼로 무장한 귀족들이 싸우는 차전車戰이 평민 병사의 보병전步兵戰 중심으로 변화했습니다. 부국강병에 의한 패권 경쟁이 국가 경영의 목표가 되고 침략과 병합이 자행됩니다. 지금까지의 모든 사회적 가치가 붕괴되고 오직 부국강병이란 하나의 가치로 획일화되는 시기입니다. 신자유주의와 무한 경쟁으로 질주하는 현대 자본주의의 패권주의적 경쟁과 다르지 않습니다.

   둘째, 춘추전국시대는 사회 경제적 토대의 변화와 함께 구舊사회질서가 붕괴되는 사회 변동기입니다. 천자天子를 정점으로 하는 제후諸侯(특정국 제후가 공公)―대부大夫(상위 대부가 경卿)―사士(가신家臣)―서인庶人이라고 하는 사회의 위계질서가 재편되는 시기입니다.

   위계질서의 재편은 먼저 제후와 대부의 강성强盛으로 나타납니다. 천자의 토지 소유권이 제후와 대부에게 넘어가는, 토지 소유권의 하이下移 현상이 광범하게 일어납니다. 이러한 변화는 주 왕실의 물적 토대의 약화로 이어집니다. 서주西周의 마지막 임금인 유왕幽王이 왕비 포사褒팚의 웃음을 보기 위해 거짓 봉화를 올려 제후들을 불렀는데 첫번째와 두번째 거짓 봉화에는 각지의 제후들이 군대를 이끌고 달려왔지만 막상 서방의 만족蠻族이 침범해왔을 때 올린 세번째 봉화에는 군대를 이끌고 온 제후가 아무도 없었다는 설화가 있습니다. 주 왕실의 위급함을 돕기 위해서 달려온 제후 군대가 없었다는 것은 그것이 설화의 형식을 빌리고 있지만 실은 제후와 대부가 그 세력이 강성해지고 중앙 정부로부터 독립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주 왕실은 직할지의 병력과 재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낙읍洛邑의 주 왕실은 지도력을 잃고 제후와 대부가 독립하여 나라를 세우는 것이지요. 이렇게 등장한 수십 개의 도시국가가 춘추시대에는 12제후국으로, 다시 전국시대에는 7국으로, 드디어 진秦나라로 통일되는 과정을 밟게 됩니다. 춘추전국시대는 주대周代의 종법宗法 질서가 진한秦漢의 중앙집권적 관료 국가로 전환되는 사회 재편기입니다.

   셋째, 춘추전국시대는 제자백가諸子百家의 백화제방의 시기입니다. 주 왕실이 무너지면서 왕실 관학을 담당하던 관료들이 민간으로 분산되어 지식인(士君子) 계층을 형성하게 됩니다. 이 계층은 민간인 신분으로 강학講學 활동을 하거나 학파의 출현을 주도하게 됩니다. 공자학파 역시 춘추 말엽에 활동하던 여러 민간 학파 중의 한 갈래로 분류됩니다. 춘추전국시대는 위에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급격한 사회 경제적 변동기에 부국강병이라는 국가적 정책 목표 아래 군사력, 경제력, 사회 조직에 이르기까지 국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모든 노력이 경쟁적으로 경주되는 시기입니다. 패권 경쟁을 위한 정치 기구의 확충과 전문적 지식에 대한 요구가 커짐에 따라 정신노동의 상품화가 이루어지는 시기입니다. 이른바 제자백가의 시대이고 백화제방의 시대입니다. 공자의 사설私設 학숙學塾은 이러한 수요에 부응한 관리 소개소의 성격을 갖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춘추전국시대의 사회 경제적 특징에 대하여 간단히 살펴보았습니다. 사회 경제적 배경은 사상사의 이해에 있어서 대단히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어떠한 사상도 사회 경제적 토대의 변화와 무관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공자와 『논어』를 논하기 위해서는 비단 춘추전국시대의 사회 경제적 배경만으로 충분할 리가 없습니다.

   중국 역사에 있어서 최대의 이데올로기로 군림해온 사상이 바로 유가 사상이고 그 중심이 공자이고 『논어』입니다. 2천 년 동안 쌓아온 공자상孔子像은 이미 실증적 분석의 대상이 아닙니다. 곡부에 있는 대성전大成殿의 장대하고 화려한 풍경은 공자 당시의 풍경이 아님은 물론입니다. 공자를 빙자하려는 역대 제왕들이 공자를 금으로 칠갑해놓았습니다. 진짜 공자를 만나기가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금치 못합니다.

   이와는 반대로 『논어』와 공자에 대한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연구물도 엄청나게 쌓여 있습니다. 극단적으로 상반된 시각이 혼재되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 점이 우리의 독법을 대단히 어렵게 합니다. 『논어』의 시대를 정전제井田制를 주장하는 노예주 계급의 복례復禮 노선과 사유제를 주장하는 소인 계급의 변혁 노선이 충돌하는 시기로 파악하고, 공자를 노예주 계급을 변호하는 복고주의자로 규정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논어』에 나타나 있는 인人과 민民의 어법을 면밀히 조사하여 인을 노예주 계급, 민을 노예 계급으로 규정하고 공자의 사상은 시종 인 계급人階級 내부의 담론을 벗어나지 않는 것으로 비판하고 있습니다.

   한편 공자 사상을 정반대의 관점에서 조명하기도 합니다. 인人과 인仁의 의미는 물론이며 군자君子와 소인小人의 개념도 그것을 계급적 틀에 가두지 않고 윤리적 개념 나아가 인류의 보편적 가치로 해석함으로써 공자 사상을 만세의 목탁으로 격상시켜놓기도 합니다. 그뿐 아니라 사군자士君子라는 제3의 주체를 역사 무대의 전면에 세움으로써 지배와 피지배라는 2항 대립의 물리적 대립 구도를 3항의 견제 구도로 지양시켰다는 것이지요. 이처럼 공자와 『논어』의 시대를 둘러싼 논의가 우리들의 독법을 대단히 어렵게 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이 지점에서 합의해야 하는 것은 고전과 역사의 독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제時制라는 사실입니다. 공자의 사상이 서주西周 시대 지배 계층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오늘의 시점에서 규정하여 비민주적인 것으로 폄하할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과거의 담론을 현대의 가치 의식으로 재단하는 것만큼 폭력적인 것도 없지요. 공자의 인간 이해를 1789년 프랑스혁명 이후의 인권 사상을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이 과연 온당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는 것이지요. 아리스토텔레스의 노예관을 이유로 들어 그를 반인권적이고 비민주적인 사상가로 매도할 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고전 독법은 그 시제를 혼동하지 않음으로써 인人에 대한 담론이든 민民에 대한 담론이든 그것을 보편적 개념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것이지요. 그러한 관점이 고전의 담론을 오늘의 현장으로 생환시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예시 문안을 읽어가면서 필요한 대목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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