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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전과 응전


   사상思想은 역사적으로 변화 발전합니다. 유학儒學도 그 시대적 과제에 대하여 무심할 수 없으며 부단히 변화해가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송대宋代의 신유학新儒學 역시 이러한 변화의 일환임은 물론입니다. 이러한 일반적 설명 이외에 신유학이 등장하게 되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송대에 이르러 신유학이 등장하게 되는 까닭은 훈고학訓?學 일변도의 한漢나라 유학이 침체를 거듭했기 때문입니다. 한대의 유학은 경(經書)의 자구 해석에 매몰되어 있었을 뿐만 아니라 실천적 측면에서도 형식적인 예론禮論의 논의에 치중했다는 것이 통설입니다. 결과적으로 위진 남북조와 수당 시대를 거치면서 불교와 도가가 유가를 압도하게 됩니다. 유학이 당시의 지적 관심과 요구에 응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유학자들은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개별적 대응을 꾸준히 계속해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당말唐末 한유韓愈의 노불老佛 비판이 그렇습니다. 한유와 마찬가지로 이고李╃ 역시 불교와 도가를 비판하고 『대학』과 『중용』이라는 새로운 문헌적 근거에 주목했다는 점에서 송대 신유학의 선구로 평가받습니다. 송대에 접어들면서 경서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광범하게 진행됩니다. 그것이 남송의 주희朱憙에 이르러 집대성되는 것은 여러분이 잘 아는 바입니다. 주자는 우주론宇宙論, 인성론人性論, 공부론工夫論 등 광범한 체계를 완성하고 사서四書를 확정하여 유교의 도통道統을 확립합니다.

   우리는 송대에 들어와서 나타나는 신유학의 배경에 대하여 생각을 정리해야 합니다. 물론 한대漢代의 형식적 문풍文風에 대한 반성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도 있으며, 위진 남북조 이후 지배적인 조류가 된 불교와 도교에 대한 비판이 그 발단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또 다른 통일 국가의 출현과 함께 사회질서를 재건하려는 정치적 성격을 간과해서도 안 됩니다. 요遼나라에게 영토를 빼앗기고 금金나라에게 유린당하여 남송으로 물러나지 않을 수 없었던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송대의 신유학을 논의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주자가 곤궁이 극에 이른 어려운 생활 속에서 임종을 앞두고도 『대학』을 장구章句하고 있었을 정도로 극진했던 이유는 무엇보다도 당대 사회의 엘리트로서의 사명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과거의 문풍에 대한 반성이라기보다는 당면한 정치 사회적 현실에서 느끼는 위기의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명의 중심을 자처한 중화사상이 역사적으로 가장 큰 충격을 받은 것은 불교의 전래와 17세기 이후 서구 사상이 도입되었을 때라고 합니다. 그것은 중국 이외에 문명이 있다는 사실에서 받은 충격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민족의 지배 기간인 원사元史와 청사淸史마저도 각각 송宋과 명明을 계승하는 정통 왕조로 규정하는 것이 중국의 중화주의中華主義입니다. 나라가 망하는 것을 ‘망’亡이라 하지 않고 도道가 전해지지 않는 것을 ‘망’이라고 할 정도로 중화주의는 초민족적 세계관이며 문화주의적 세계관이었습니다.

   중국이 불교에서 받은 충격은 이러한 중화주의적 입장에서 볼 때 엄청난 것입니다. 사이팔만四夷八蠻이라는 세계 인식은 중국 이외에는 문명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자신감이며 오만이었습니다. 중국 이외에 다른 문명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은 중화주의적 세계관이 무너지는 충격인 것이지요. 불교 철학은 이러한 점에서 중국의 지식인들에게 세계관의 변화를 요구할 정도로 대단한 문화적 충격으로 다가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불교 사상은 현실적으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유학을 대신하여 사회의 이념 형태를 규정하는 지배 이데올로기로 굳건한 지위를 점하게 된 것이지요. 특히 불교 사상은 개인주의적이며 반사회적인 해체 사상을 내장하고 있습니다. 신유학의 등장은 불교의 이러한 해체주의적이고 반사회적인 사상 영향으로부터 사회질서를 지키고 통일 국가를 만들어가야 하는 현실적 요구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송대 신유학과 관련된 논의 중에 우리가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그중의 하나는 송대 신유학에 이르러 비로소 유학의 철학화가 이루어졌다는 평가입니다. 그러나 철학 즉 philosophy는 어디까지나 서양의 문화 전통에서 비롯된 특수한 문화 아이템에 지나지 않는다는 반론이 있습니다. 그리스 철학 이후 중세의 스콜라 철학을 거쳐 근대 철학에 이르기까지 소위 서양 철학은 현실과 이상, 현상과 본질 등을 구분 짓는 이분법적 구조입니다. 그것이 바로 신학적 구조라는 것이지요. 존재론적 구조이면서 동시에 신학적 구조라는 또 하나의 특수한 사유 형식에 지나지 않는 것이 철학이라는 것이지요. 따라서 철학을 인류의 보편적 문화 형식으로 이해하는 것은 또 다른 형태의 오리엔탈리즘이 됩니다. 따라서 철학이라는 지적 활동을 보편적인 것으로 추인하기보다는 그것을 문화 상대주의적 입장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 반론의 요지입니다. 철학은 서유럽 중심의 특수한 지적 활동일 뿐이라는 것이지요.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송대 유학이 철학화했다는 평가는 서양 철학 고유의 범주와 개념을 송대 유학에 적용하여 바라보았을 때만 부분적으로 타당하다는 것을 잊지 않는 것이 필요합니다.

   불교 사상이 중화주의를 자처하던 중국에 문화적 충격으로 나타난 것도 부정할 수 없으며 윤리 중심의 중국 사상에 결과적으로 철학적 사유를 심화하는 계기를 준 것도 사실이지만, 중요한 것은 신유학의 불교에 대한 대응은 전혀 독자적인 경로를 밟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불교 사상에 대한 신유학의 대응은 크게 불교 사상 그 자체에 대한 비판과 지방 군벌과 결합한 실천선實踐禪의 반사회성에 대한 비판을 동시에 추동해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불교 사상으로 말미암아 야기된 사회적 문제는 선종 불교의 해체주의적 성격이나 지방 군벌과 결합한 실천선의 경우뿐만이 아니라, 통일 왕조의 이데올로기인 화엄 철학 그 자체에 이미 내포되어 있다는 점을 지적해야 할 것입니다.
  
   송대의 유학자들에게 불교 사상은 현실의 물질성을 제거하고 사회 제도 그 자체의 존립을 부정하는 지극히 위험한 반사회적 사상이었으며 비윤리적 사상이었습니다. 가장 쉬운 예를 들어 해탈解脫이라는 관념은 그 자체가 일종의 초윤리적이고 탈사회적인 의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해탈에는 일체의 사회적 관점이 없습니다. 사회적 책무도 사회적 윤리도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모든 사회적 실천과 사회적 업적에 대하여 일말의 의미 부여도 하지 않는 무정부적 해체주의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것은 송대 유학자들에게 위기의식으로 나타납니다. 이러한 위기의식이 주자朱子로 대표되는 송대 신유학자들로 하여금 시대적 사명감으로 『중용』과 『대학』을 장구하게 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왕 이야기가 시작된 김에 불교 사상에 관하여 좀 더 소개하도록 하지요. 신유학을 옳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당시의 사회적 상황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기도 합니다.

   불교는 한말漢末의 혼란기에 중국에 유입됩니다. 여러분이 잘 알고 있는 오두미교五斗米敎 등이 중심이 되어 30여 년 동안 계속된 농민반란과 삼국 쟁패의 혼란기에 유입됩니다. 종교와 이성의 갈등은 사회 사상의 역사적 존재 형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항상 갈등을 빚게 되지요. 그러나 사회적 혼란기에는 대체로 이성보다는 종교가 그 지반을 확대해갑니다. 중국 불교의 경우도 예외는 아닙니다. 중국 불교가 이러한 혼란기를 경과하면서 열반涅槃이라든가 불성佛性 등의 사유를 내부로 이입하여 대승불교大乘佛敎로 성립된다는 것이 통설입니다.

   이러한 중국 불교의 성립 과정은 수, 당의 통일 과정과 일치합니다. 그리고 수천태 당화엄이라는 중국 불교의 전형을 완성합니다. 이 시기에 성립된 중국 불교는 타민족에 대한 중국 민족의 결속과 통일의 구심으로서 정치적 역할을 충실히 해냅니다. 소위 승원 철학僧園哲學이 그것입니다. 승원僧園이라는 종교적 집단에 막대한 정치적 특권을 부여하여 그곳을 이데올로기의 생산 기관으로 삼는 것이지요. 한마디로 화엄 철학은 번쇄煩풏한 귀족 철학으로서 중앙집권적 지배 구조에 적합한 것입니다. 객관적 실재(現實)를 도외시한 정신의 변혁을 강조하며, 객관의 물질성을 제거함으로써 동시에 현실의 계급적 모순 구조를 부정하는 이데올로기적 체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화엄 불교는 통일 국가의 정치적 이데올로기로서 적합한 체계인 것이지요.

   안록산安祿山과 사사명史思明 등 군벌軍閥의 난, 왕선지王仙芝와 황소黃巢의 농민반란 이후에 나타난 현상입니다만 난을 진압한 진압군이 군벌로서 각 지역을 기반으로 하여 할거割據하게 됩니다. 중앙집권적 구조가 지방 호족 중심의 봉건적 체제로 이행하는 것이지요. 중국 불교의 성격 변화도 이러한 변화와 맥락을 같이합니다. 수천태 당화엄이라는 승원 철학은 기본적으로 중앙집권적 이데올로기이며, 지방 정권의 이데올로기가 아닙니다. 그리고 지방의 봉건 정권으로서는 그러한 이데올로기의 생산이 불가능하고 불필요하게 됩니다. 봉건 정권에게는 오히려 실천선이 지지를 받게 됩니다.

   선종은 역사적으로 지방분권적 봉건 구조와 결합됩니다. 중앙의 지시와 간섭을 배제하는 해체적 본성을 갖게 됩니다. 그리고 근본에 있어서 무정부주의입니다. 일체의 제도적 규제를 거부하는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선禪은 무교회주의無敎會主義와 상통하는 무조직無組織, 무경전無經典에 기반을 둔 각覺이요 불심佛心입니다. 선종의 이러한 성격과 구조가 그 후 사원寺院 경제의 몰락과 보시報施 체계體系의 와해, 그리고 만당晩唐의 혹심한 불교 박해에도 불구하고 끈질기게 존속하게 되는 저력이 됩니다. 이 과정에서 한편으로 선종은 민초의 철학인 도가의 전통과도 더욱 밀접하게 상호 결합하게 됩니다. 유有, 무無, 유위有爲, 무위無爲 등의 도가 개념과 습합習合하게 되고 위에서 이야기했듯이 위진 남북조 이래의 탈유가적 사회 상황을 심화하게 됩니다.

   한편으로 화엄학은 그 고도의 정치精緻한 이론이 더 이상 발전을 이루지 못합니다. 이 지점에서 선禪이 되고, 이 선에 의하여 불교는 대중 종교가 됩니다. 선종 불교는 대중이 접근하기 쉽고 이해하기 쉬운 여러 층위의 내용을 벌여놓음으로써 결과적으로 대중에 대한 영향력에 있어서 막강한 권력으로 나타납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그 영향력이 직접적으로 행사된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이전의 화엄학이 중앙 정부의 권력을 합법화하는 이데올로기였던 것과 마찬가지로 선종 불교 역시 지방 봉건 정부의 정치적 이데올로기로서 기능하는 것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송대의 신유학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 통일 국가를 재건하고 사회질서를 확립해야 하는 시대적 대응 과제의 일환으로서 등장한 것이라 해야 합니다. 종교와 이성의 갈등기에 비종교적 엘리트들이 직면했던 고뇌의 산물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당시의 무정부적 상황은 당대 사회의 엘리트 계층에게 있어서 시급히 개변하지 않을 수 없는 매우 불안정하고 위험한 정치 상황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이야기가 장황해졌습니다만 어쨌든 불교와 신유학은 도전과 응전이라는 역사의 어떤 전형을 엿보게 합니다. 역사의 매 단계에는 이러한 구도가 중층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며 이러한 중층적 구도를 명쾌하게 드러내는 것이 역사 이해의 본령이라고 생각합니다. 신유학의 성격에 대하여 간략하게 언급한다는 것이 다소 길어졌습니다. 지금부터는 『대학』과 『중용』에 관한 이론적 소재만을 간단하게 지적하고 끝마치기로 하겠습니다. 이론적 소재라는 것은 물론 관계론적 관점과 연관되는 부분을 의미하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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