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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으로 소를 대할 뿐입니다

  
   庖丁釋刀對曰 臣之所好者 道也 進乎技矣 始臣之解牛之時 所見無非牛者 三年之後 未嘗見全牛也
   方今之時 臣以神遇 而不以目視 官知止而神欲行 依乎天理 批大郤 導大窾 因其固然 技經肯쫻之未
   嘗 而況大軱乎        ―「養生主」

   첫번째 예시문이 지나치게 어려운 내용이어서 좀 쉬운 것을 골랐습니다. 위의 예시문은 앞뒤 부분을 생략했습니다. 그 부분을 먼저 이야기하고 전체 문맥 속에서 본문을 읽도록 하겠습니다.

   ‘포정해우’庖丁解牛란 “포정이 소를 잡다”라는 뜻으로, 유명한 예화입니다. 백정이 소를 잡는 이야기이지만 바로 그 비천하고 비근한 예로써 도道를 설명합니다. 장자 특유의 풍자와 해학이 잘 나타나는 구절입니다.

   “포정이 문혜군文惠君(양梁나라 혜왕惠王)을 위하여 소를 잡는데 그 손을 놀리는 것이나, 어깨로 받치는 것이나, 발로 딛는 것이나, 무릎을 굽히는 모양이나, 쓱쓱 칼질하는 품이 음률에 맞지 않음이 없었다. 동작 하나하나가 상림桑林의 춤에 맞고 경수經首의 장단에도 맞았다.”

   상림의 춤은 은나라 탕왕湯王이 상림이라는 곳에서 기우제를 지낼 때 춘 춤이며, 경수의 장단이란 요堯임금 때의 음악이라고 전해지는 함지곡咸池曲의 한 악장이라고 합니다. 어쨌든 최고의 춤과 최고의 음악을 의미합니다. 그처럼 자연스러운 동작에 탄복하고 조금도 힘들이지 않는 솜씨에 문혜군은 감탄합니다.
   “참으로 훌륭하구나. 기술이 어찌 이런 경지에까지 이를 수 있단 말인가!”

   위의 예시문은 이 대목에 이어지는 부분입니다. 우선 그 내용을 읽어보도록 하지요.

   포정이 칼을 놓고 대답했다.
   “제가 귀하게 여기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도道입니다. 기술을 넘어선 것입니다. 제가 처음 소
   를 잡을 때는 눈에 보이는 것이 온통 소뿐이었습니다. 3년이 지나자 소의 전체 모습은 눈에 띄지
   않게 되었지요. 지금은 마음으로 소를 대할 뿐 눈으로 보는 법은 없습니다. 감각은 멈추고 마음
   이 가는 대로 움직입니다. 천리天理에 의지하여 큰 틈새에 칼을 찔러넣고 빈 결을 따라 칼을 움
   직입니다. 소의 몸 구조를 그대로 따라갈 뿐입니다. 아직 한 번도 인대를 벤 적이 없습니다. 하물
   며 큰 뼈야 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포정이 이어서 이야기합니다. “훌륭한 포정은 1년에 한 번 칼을 바꾸는데 그것은 살을 베기 때문이며 보통의 포정은 한 달에 한 번 칼을 바꾸는데 그것은 뼈에 칼이 부딪히기 때문입니다. 지금 저의 칼은 19년 동안이나 사용하였고 잡은 소가 수천 마리에 이릅니다만 칼날이 날카롭기가 방금 숫돌에 간 것 같습니다. 저 뼈에는 틈이 있고 이 칼에는 두께가 없습니다. 두께가 없는 것으로 틈이 있는 데다 넣으므로 넓고 넓어 칼날을 휘둘러도 반드시 여유가 있습니다. 그러기에 19년이나 사용했지만 방금 숫돌에 간 것 같습니다. 그러나 막상 뼈와 심줄이 엉긴 곳에 이르러서는 저도 조심하여 눈길을 멈추고 천천히 움직이며 칼 놀리는 것도 매우 미묘해집니다. 그러다가 쩍 갈라지면서 마치 흙덩이가 땅에 떨어지듯 고기가 와르르 헤집니다.”
   문혜군은 포정의 말을 듣고 “양생의 도를 터득했구나” 하고 감탄합니다.

   ‘포정해우’의 이야기는 술術에 관한 것이 아니라 도道에 관한 이야기임은 물론입니다. 장자 사상의 뛰어난 문학적 표현으로 평가됩니다. 자연의 이치를 이해하는 단계가 아니라 그것을 체득하고 있는 경지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논어』의 ‘지지자知之者 불여호지자不如好之者 호지자好之者 불여락지자不如樂之者’와 통하는 경지라 할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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