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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기가 자기를 닮았을까 두려워하다

  
   厲之人 夜半生其子
   遽取火而視之 汲汲然 唯恐其似己也        ―「天地」
   불치병자가 밤중에 아기를 낳고 급히 불을 들어 살펴보았다. 급히 서두른 까닭은 아기가
   자기를 닮았을까 두려워서였다.

   이 구절은 방금 예를 든 ‘삼인행이일인혹三人行而一人惑……’에 이어서 나오는 구절입니다만, 언뜻 보기에는 잘못 끼어들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문맥상으로는 어긋나는 내용입니다. 물론 하늘의 뜻을 따르라는 의미로 연결시킬 수도 있지만 그렇게 읽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릅니다. 불치병자의 자식이 불치병자인 것은 하늘의 뜻이기 때문에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하늘의 뜻에 거역하지 말라는 내용으로 읽을 수는 없지요. 저는 한참 만에야 이 구절의 진의를 알아냈어요. 다름 아닌 각성覺醒입니다. 엄정한 자기 성찰입니다. 천하가 길을 모르고 있다는 것이지요. 자기가 불치병자라는 사실을 냉정하게 깨닫고 자식만이라도 자기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심정이 참담할 정도로 가슴을 적십니다. 엄중한 자기 성찰과 냉철한 문명 비판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이지요.

   내가 이 구절을 좋아하는 까닭은 문명론도 문명론이지만 자기반성을 이보다 더 절절하게 표현한 구절을 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누구보다도 ‘선생’들이 읽어야 할 구절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선생들은 결과적으로 자기를 배우라고 주장하는 사람이지요. 자신을 비판적으로 인식하거나 자기의 일그러진 모습을 정확하게 인식하기가 어려운 처지에 있기 때문이지요. 자기를 기준으로 남에게 잣대를 갖다 대는 한 자기반성은 불가능합니다. 자신의 미혹迷惑을 반성할 여지가 원천적으로 없어지는 것이지요. 한 사회, 한 시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사회, 그 시대의 일그러진 모습을 정확히 직시하고 그것을 답습할까 봐 부단히 두려워해야 하는 것이지요. 사회 발전은 그러한 경로를 거치는 것이지요.

   자기의 문화, 자기의 생산물, 자기의 언어, 자기의 신神을 강요하는 제국帝國과 패권覇權의 논리가 반성되지 않는 한 참다운 문명의 발전은 요원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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