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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된 지知는 사람을 아는 것

  
   樊遲問仁 子曰 愛人 問知 子曰 知人        ―「顔淵」
   번지가 인仁에 관하여 질문하였다. 공자가 대답하기를, “인이란 애인愛人이다.” 이어서 지知에
   대해 질문하였다. 공자가 대답하기를, “지知란 지인知人이다.”

   『논어』에서 인仁에 대한 공자의 답변은 여러 가지입니다. 묻는 사람에 따라 각각 다른 대답을 하고 있습니다. 안연顔淵에게는 인이란 자기(私心)를 극복하고 예禮로 돌아가는 것(克己復禮)이라고 답변하였고 중궁仲弓에게는 자기가 원치 않는 것을 남에게 하지 않는 것(己所不欲勿施於人)이라고 대답하는가 하면, 사마우司馬牛에게는 인이란 말을 더듬는 것(其言也訒)이라고 대답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인의 의미는 특정한 의미로 한정하기 어렵습니다. 그때그때의 상황에 따라 적절한 대답을 하고 있는 경우도 있으며 또 질문하는 사람에 따라서 그에게 맞는 답변을 공자는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仁을 애인愛人 즉 남을 생각하는 것이라고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번지樊遲는 공자가 타고 다니는 수레를 모는 마부입니다. 늘 공자를 가까이 모시는 사람입니다. 물론 제자입니다. 번지에게 인의 의미를 애인으로 이해시키려고 한 어떤 특별한 이유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자료가 없습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위의 여러 가지 답변에 공통되는 점이 타인과의 관계라는 사실입니다. 극기복례克己復禮는 공公(禮)과 사私(己)의 관계를 이야기하는 것이며, ‘기소불욕己所不欲 물시어인勿施於人’은 나(己)와 남(人)의 관계를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사마우에게 이야기한 인이란 “말을 더듬는 것이다”(其言也訒)라고 하는 경우는 더욱 철저합니다. 인이란 말을 더듬는 것이라고 한 까닭은 “자기가 한 말을 실천하기가 어려우니 어찌 말을 더듬지 않겠는가”(爲之難 言之得無訒乎) 하는 것입니다. 자기가 한 말은 다른 사람과의 약속이라는 뜻입니다. 이 역시 나와 타인의 관계에 대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知에 관한 공자의 답변은 그 언표言表에 나타난 의미와 앞뒤의 문맥으로 보면 비교적 간단한 의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구절에 이어지는 대화는 곧은 사람으로서 굽은 사람을 바르게 만드는 일의 중요성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제왕齊王 건建은 보통 사람의 세 배나 되는 재주가 있었지만 현자賢者를 알아보지 못하였기 때문에 진秦의 포로가 되었다고 지인知人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지知란 사람을 알아보는 것, 즉 인재를 판단하는 능력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知란 지인이다”라는 단호한 선언이 실용적 의미로 왜소화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논어』 전체의 구상에서 보더라도 그럴 뿐만 아니라 인仁과 지知, 애인愛人과 지인知人은 『논어』의 근본 담론이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지인이란 타인에 대한 이해일 뿐 아니라 인간에 대한 이해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인간’입니다. 그러한 인간을 아는 것이 지知라는 대단히 근본적인 담론을 공자는 제기하고 있는 것이지요.

   우리의 삶에 있어서 인간과 관련이 없는 지식이 과연 존재하는가? 없습니다. 자연과학적 지식도 궁극적으로는 인간적 당파성에 기초해 있는 것이지요. 모든 지식은 사람과 관계되지 않은 것이 없는 법입니다. 여기까지는 특별한 이론異論이 있을 수 없습니다. 문제는 타인에 대한 이해입니다. 여러분도 어떤 사람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에 대하여 고민한 적이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그 사람의 어떤 측면에 주목할 것인가를 고민하기도 하고 그 사람에 관한 파일을 구하거나 그 사람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견해를 구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알려고 하는 그 사람이 나를 알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내가 그를 알기 위해서는 그가 나를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자연의 대상물과는 달리 내가 바라보는 대상이 나를 바라보고 있어야 하는 것이지요. 다시 말하자면 서로 관계가 있어야 합니다. 쌍방향으로 열려 있어야 합니다. 나와 관계가 있어야 하고 나를 사랑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지요. 사랑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자기를 보여주지 않는 법이지요. 하물며 자기의 알몸을 보여줄 리가 없지요. 지知와 애愛는 함께 이야기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사랑하지 않는 것도 알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애정 없는 타자와 관계없는 대상에 대하여 알 수 있다는 환상을 버려야 합니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인간에 대한 이해가 진정한 의미의 지知라는 사실입니다. 오히려 인식의 혼란을 가져오는 엄청난 정보의 야적野積은 단지 인식의 혼란에 그치지 않고 인간에 대한 이해와 애정을 거추장스러운 것으로 폄하하게 할 뿐입니다. 더구나 자본주의 사회는 모든 사람이 ‘팔기 위해서’ 진력하고 있는 사회입니다. 모든 것을 파는 사회이며 팔리지 않는 것은 가차없이 폐기되고 오로지 팔리는 것에만 몰두하는 사회입니다. 상품 가치와 자본 논리가 지배하는 사회입니다. 이러한 체제에서 추구하는 지식은 인간에 대한 이해와는 한 점의 인연도 없습니다. 지知는 지인知人이라는 의미를 칼같이 읽는다면 인간에 대한 이해가 없는 사회는 무지無知한 사회입니다. 무지막지無知莫知한 사회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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