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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명록

2011.10.09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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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신영복 선생님.
저는 31살의 천영록이라 합니다.

저는 군복무를 마친 20대의 어느날 선생님의 책을 처음으로 집어 들게 됐습니다. 인생에서 큰 변화를 주는 책을 집어들게 되는 날이 몇번은 있었죠. 늘 곁에 있던 책일 수도 있는데, 누구의 추천도 아니었는데, 우연히 그렇게 한 심심한 오후에 책을 책장에서 뽑아드는 행위, 그 몇초 안되는 우연이 인생을 바꾸는 경우가 참 신기합니다. 한편으론 모든 책이 제 인생을 바꾸긴 하였습니다만, 이 경우는 더욱 특별했습니다.
제가 아마 이 책에 더욱 공감했던 이유는, 6개월간 외국에서 파병 생활을 하다 왔던 탓이 있었을 겁니다. 저 머나먼 아라비아의 사막에서 운명처럼 나와 대면하고자한 저 청마의 시처럼 저도 답을 얻고자 하는 구도의 낭만이 있었으나 정작 현실은 더욱 지독했습니다. 공간도 감옥 같았지만 사람들간의 관계가 정말로 지옥 같았죠. 그 안에서 매일 자신을 돌아보고, 남을 용서하고자 하며 사색이라 하기엔 조금더 뼈아픈 글을 썼습니다. 행여나 누가 볼까 나의 마음을 다 담지 못하되 나의 마음을 달래는 격려와 희망의 글을 썼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의 글을 접할 때의 그 기막힘은 지금의 글솜씨로는 다 설명을 못하겠습니다. 몇날 몇일을 읽고도 그 행간의 의미들이 더욱 와닿아서 이건 저의 특수한 경험을 넘어선 보편적인 위로와 깨달음이 됨을 느껴 매번 새책을 사서 들고 다니다가 지인들에게 선물로 주고 다시 새책을 사고를 반복했습니다.

그게 이미 5년전의 얘긴데 한편으론 그 책을 나눠 읽었던 지인들과 함께 조금더 나은 모습의 사람이 되지 못하고 행여 사회에 퇴색되어 가지는 않았는지 아쉬움이 남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론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통해 선생님의 뜨겁고 거대한 사랑과 그것이 만들어낸 하나의 사상적 방향성, 그것을 접하고 제 안에 녹여냈다는 데에 너무 감사드립니다. 아마도, 모르는 사이 저 역시 예전의 저보다는 선생님을 훨씬 많이 닮아갔으리라 믿고 감사드립니다.

제가 선생님께 느끼는 마음은 표현이 서투르지만, 한 인간의 돌연변이적인 뛰어남이 아닌, 인간 안에 있는 무엇인가가 인과성 없어 보이는 그 공간에서 이토록 보편적이고 위대한 울림을 주도록 커져갔다는 것에 대한 놀라움과 경이였을 겁니다. 선생님의 겸손함이 더욱 더 한 인간의 위대함이 아닌 인간 자체의 위대함이라는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그것이 선생님의 사랑의 본연이 아닌가 합니다.

저는 동양학이 좋아서, 또 이퇴계 선생님을 몹시 존경해서 해외에서 유학중에 한국으로 다시 돌아온 경우입니다. 역사를 좋아하고 철학을 좋아하던 터라 선생님이 생존해 계셔서 저와 같은 나라에서 말씀을 나누고 계시다는게 얼마나 큰 의미인지를 잘 알고 있습니다. 지금 나누시는 말씀은 따뜻한 말씀이시지만,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그 말씀이 얼마나 더 큰 울림으로 사회를 변화시킬지 알고 있습니다.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쫓아 다니고 찾아 뵈며 가르침을 더 구하지 못한 자신의 게으름이 안타깝습니다. 그 작은 결심으로 내년엔 성공회대에 꼭 원서를 넣을 참입니다. 김제동씨의 모습도 참 많이 와닿았습니다. 좋은 스승을 찾아가지도 못하는 행동력이라면 어찌하겠습니까.

저는 내년 1월에 결혼을 올리게 됩니다. 살아 계시는 분 중에, 제 인생에 가장 큰 울림을 주신 분은 선생님이신데 저를 전혀 모르실테지만 저는 다른 주례 선생님이 떠오르지가 않네요. 바쁘실 것을 알고, 어떻게 연락을 드리고 찾아뵙고 부탁이나마 한번 드려볼 수 있을지를 몰라 계속 세월을 흘려보내다가 이렇게 방명록의 글로 인사를 드려봅니다. 축하의 글이라도 한 줄 써주신다면, 앞으로 부부가 되어 가훈으로 삼고자 합니다.
조금 속 보이는 결말이 됐습니다만, 선생님 늘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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