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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이름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
작품크기 114.0×40.0cm



당신네들 하늘을 나는 저 새를 보시오 저 새가 오른쪽 날개로만 날고 있소? 왼쪽 날개가 있고 그것이 오른쪽 날개만큼 크기 때문에
저렇게 멋있게 날 수 있는 것이오. 나는 뉴스를 보면서 잭슨 말 한 번 잘한다고 감탄했다 右(우)라는 것을 무슨 신성한 것인 양 받들어
모시는 사람들이 아무 대꾸도 못하고 나는 새만을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문제의 그 새에는 두 개의 날개가 있었다. 오른쪽 날개와
왼쪽 날개다. 그리고 그 두 개의 날개는 멀어서 자로 잴 수는 없었지만 나의 눈에는 그 모양의 크기가 꼭 같아 보였다. 인간보다 못한
금수의 하나인 새들조차 왼쪽날개(左翼)와 오른쪽날개(右翼)를 아울러 가지고 시원스럽게 하늘을 날고 있지 않은가?
그것이 우주와 생물의 생존의 원리가 아닐까? 왼쪽 날개로만 날아다니는 새를 보고 싶다. 마찬가지로 오른쪽 날개 하나로 날아
다니는 새를 보고 싶다. 그런 외날개 새를 한 번 볼 수 있으면 죽어도 한이 없을 것만 같다. 인류가 수천 년, 수만 년에 걸쳐 창조한 지식과
축적한 경험은 정치나 이념적으로 말해도 '극좌'에서 '극우'까지 다양하고 무쌍하다. 그리고 그 사이는 끝없이 풍부하다. '우'의 극단에
서면 우주의 모든 것이 '좌'로 보이게 마련이다. 조금 거리가 멀면 모든 것이 '극좌'로 보일 수밖에 없다. '좌'도 그 극에 서서 보면 모든 것이

右(우)로 보일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極(극)의 병리학이다. 벽에 걸려 있는 불알시계를 보고 있노라면 나는 착각에서 깨어날 때가 있다. 

한 번 오른쪽 끝까지 갔다간 왼쪽 끝까지 돌아가고, 다시 그 과정을 되풀이한다. 그러면서, 아니 그래야만, 시계는 제 구실을 할 

수 있는 것 같다. 화가 나서 시계 불알을 오른쪽 끝에 못박아 보았더니 시계는 죽어버렸다. 이상한 일이다. 진자나 저울의 바늘도 

중앙에 돌아와 서려면 좌와 우를 조금씩 왔다 갔다하면서 편안하게 제자리를 잡는 것 같다. 그리고는 느긋이 안정을 누린다. 

왜 그럴까?  8,15 이후 근 반세기 동안 이 나라는 오른쪽은 신성하고 왼쪽은 악하다는 위대한 착각 속에 살아왔다. 이제는 

생각이 조금은 진보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그러지 않고서야 어찌 새보다 낫다고 할 수 있겠는가.

 

李泳禧先生(리영희선생) 글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

 

 

 - 서예작품집『손잡고더불어』199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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